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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아침을 열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2004-11-24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블로그 가운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식별하는 방법을 제시한 누리꾼(네티즌)의 눈부신 재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80가지 차이'라는 제목 아래 올라온 이 글은 한동안 67가지였던 차이점에 언제부턴가 13개를 추가한 것이다. '프로는 불을 피우고 아마추어는 불을 쬔다'는 첫 구절로 시작해 '프로는 (영락없이) 아마추어처럼 생겼지만 아마추어는 (마치) 프로처럼 행세한다'는 80장에서 끝나는 일종의 경구(警句)는 매 장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지혜가 담겼다.마무리 1%에서 판가름
80가지 중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프로는 아마추어에 비해 세기(細技)에 강한 특성을 지녔다. 세밀한 마무리 손질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린다. 흔히 1% 차이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로 삼기도 한다. 마치 물의 온도 섭씨 100도와 99도의 차이가 엄청나듯이. 100도에서 1도만 부족해도 물은 수증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 마니아들이 오디오 기기의 1% 성능 차이 때문에 수천만원을 투자하곤 하는 것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쉬이 짐작하게 한다.

사람과 침팬지의 차이도 바로 1%다. 사람과 침팬지는 유전체(게놈) 염기서열의 차이가 1%에 불과하나 유전자 구조와 기능의 차이, 특정 전이성 인자로 인해 다른 개체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과 침팬지간의 염색체 염기서열 차이가 1%에 그치지만 유전자 구조와 기능면에서는 더 큰 차이를 나타낸다. 그 때문에 침팬지는 아무리 고도의 교육과 훈련을 시켜도 8세 어린이의 지능을 뛰어넘지 못한다.

노무현 정권이 야당과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공격을 집요하게 받는 것도 1% 차이와 세련된 끝마무리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주홍글씨 딱지는 386세대 출신 젊은 정치인들이 전면에 부각된 탓에 한층 선명해 보인다. 386세대 정권 담당자들로선 억울한 부분이 많을 게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마냥 부인하긴 힘든다.

특히 개혁정책의 경우 당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 사례가 잦다. 당위만으로의 정치야말로 아마추어의 전형이다. 열정이 앞서 전략과 전술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정부의 종합투자계획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둘러싸고 비판세력의 반발에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의 반기로 불거진 정책갈등도 아마추어 정신의 멍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핵심적인 4대 개혁입법 역시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 기자가 과거의 예를 들어 이미 경고했듯이 개혁 실패 원인은 잘못 선택된 방법론과 수순 착오로 귀결된다. 어떤 개혁정책이든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추진세력을 강화할 것인가, 저지세력을 감소시킬 것인가 하는 난제다. 동전의 양면 같은 이 문제는 간단명료한 것 같지만 실패한 개혁을 복기(復棋)해 보면 언제나 여기에서 교훈이 드러난다.

盧정부 진정한 프로가 돼야
추진세력과 저지세력의 상관관계는 사회과학자 커트 레윈이 '세력장 분석이론'으로 정리한 이래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 지도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대수롭잖게 여기기 일쑤다. '원칙중심의 리더십'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저지세력 감소에 3분의 2 정도의 힘을 사용하고 나머지 3분의 1의 힘을 추진세력 증대에 사용하라고 주문한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이와 반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대통령과 참여정부 관계자들이 남은 3년여 동안 명심해야 할 대목 가운데 하나는 프로가 단순 '실수'로 그치는 데 비해 아마추어는 '실패'를 한다는 사실이다. '… 80가지 차이'의 70번째 계명에도 등장한다.

김학순 미디어칸 대표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