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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두바이油

입력 : 2006-07-16 18:14:28

폭우로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얘기부터 꺼내기가 민망하지만 두바이에서는 비구경을 일년에 기껏해야 서너번 하면 잘한다. 사막이라 연간 강수량이 130㎜에 불과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석유보다 물이 더 비싸다는 두바이에서 한국의 두산그룹이 바닷물을 정수(淨水)하는 대규모 첨단시설을 만들어 자부심을 드높인 적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만든 물 소비량의 70% 이상을 골프장, 낙타경주장에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두바이는 석유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지금은 석유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다. 하루 생산량이 15만 배럴 안팎이다. 우리나라 하루 석유소비량의 6%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다. 그것도 2010년쯤이면 고갈되고 만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미 두바이 전체 수입(收入)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6%에 지나지 않는다. 두바이에서도 물보다 석유가 비싸질 날이 머지 않을지 모른다.

비관적인 예측을 읽어낸 아랍에미리트 지도자들은 오늘의 경제 기적을 일구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기름값 상승으로 한층 빨리 쌓이기 시작한 두바이의 오일달러는 인공 눈을 만들어 실내스키장을 건설할 정도가 됐다. 급팽창 중인 두바이의 경제는 ‘우선멈춤’을 모른다. 바다를 메워 인공 섬을 건설해 온누리의 부호들에게 분양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초의 7성호텔 ‘버즈 알 아랍호텔’이 아라비안나이트를 재현하는 듯한 위용을 자랑한다. ‘중동의 싱가포르’ ‘아라비아의 홍콩’ ‘사막 속의 뉴욕’ ‘사막의 스위스’ ‘제2의 라스베이거스’ 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 붙기까지 한다. 두바이에선 모든 게 세계 최대, 세계 최초, 세계 최고를 겨냥한다. 이제 “아랍 세계의 미래를 보려면 두바이로 오라”는 구호도 과장이 아닌 듯하다. 그게 최선인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북해산 브렌트유, 서부 텍사스 중질유와 더불어 세계 3대 유종의 하나로 꼽히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이라크 전쟁, 이란 핵문제 등 중동 정세의 불안정에다 이번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제5차 중동전을 불러올 지 모른다는 우려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원유 수입의 70~80%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그나마 가장 싼 편에 속한다는 두바이 유가 상승으로 특단의 에너지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김학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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