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3-02 18:03:24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수수께끼 같은 죽음의 무게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과학자들에게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죽음으로 인해 육체와 분리된다는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학문적 연구결과는 이미 20세기 벽두에 등장했다. 미국의 던컨 맥두걸 박사(1866~1920)는 1907년 과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죽은 뒤 신체에서 빠져나가는 영혼의 무게는 21g이다”라고 주장, 학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맥두걸의 과학적 실험은 인간의 영혼도 하나의 물질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그는 사람이 죽은 뒤 영혼이 육체를 떠난다면 ‘물리적 실재(physical presence)’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상상의 날개를 폈다. 그는 먼저 초정밀 저울로 임종 환자의 몸무게를 쟀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숨을 거두면 반드시 체중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폐에 들어있던 공기와 땀·속변을 비롯한 수분이 신체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사망환자 6명의 몸무게를 정밀 측정한 결과는 이 수분과 공기를 합한 무게보다 한결같이 21g이 더 줄어들었다는 게 맥두걸의 설명이다.
맥두걸 박사의 결론은 이 21g이 바로 영혼의 무게라는 것이다. 죽은 사람의 몸에 인위적으로 숨을 불어넣어 봤으나 한번 줄어든 21g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맥두걸의 연구는 결국 실험에 사용된 샘플 규모가 너무 작고 임종환자의 몸무게 변화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반론이 점차 힘을 얻는 바람에 주목도를 잃어가고 말았다.
그러던 것이 2003년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여기서 시사점을 얻어 ‘21g’이라는 영화를 만들면서 다시 이목을 끌었다.
이 이론의 정합성 여부와는 별개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소식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죽음의 무게’를 새삼 성찰하게 만든다. 희생적 죽음은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면 사마천의 명언은 어떻게 사느냐 못지 않게 어떻게 죽느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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