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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마태효과

입력 : 2008-02-22 17:46:47수정 : 2008-02-22 17:46:51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이 구절은 사회과학자들이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일컫는 ‘마태효과(Mattew Effect)’를 설명하는데 곧잘 인용된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마태효과로 이름 지은 것은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처음이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게 되고 덜 가진 사람은 점점 더 적게 가지게 되는 걸 이 구절에서 착안한 것이다. 마태효과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모든 분야에 관찰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두루 쓰인다.

논란을 빚는 국민소득 양극화 현상과 빈곤의 악순환, 지식·교육 격차, 정보 격차, 영어 격차, 마케팅에서 선점기업의 시장독점,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의 지배적 위치, 네트워크 경쟁시대의 기업경쟁 전략,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소득 격차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게 적용할 만하다. 심지어 외국인이 장악한 서울 증권시장에서 정보격차로 초래되는 마태효과가 극명하다는 통찰도 등장한다.

왈버그와 트사이란 두 학자는 저학력의 심각성을 마태효과로 진단하기도 한다. 당장의 학습부진과 그에 따른 부정적 자아개념 형성 이외에도 동료들과의 학습격차가 점점 더 커져 나중에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마태효과를 생물학자들은 ‘승자효과(winner effect)’로 부른다. 이를 테면 성공은 남성 호르몬의 높은 테스토스테론 반응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지배적인 행동을 낳으며, 더 많은 성공을 불러온다는 학설이다.

그런가 하면 파레토 법칙도 마태효과와 흡사하게 쓰인다. 흔히 20:80 법칙으로도 불리는 파레토 법칙은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든 거의 예외 없이 나타난다. 20:80 법칙은 4:64 법칙이나 1:50 법칙을 파생시킨다.

화해사회(和諧社會)를 기치로 내걸고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후진타오 주석의 중국 정부에서조차 마태효과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하고 많은 영역에서 마태효과가 한층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조짐이 벌써부터 만만찮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책은 물론 청와대와 내각의 인물 면면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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