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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금값이 금값’

입력 : 2008-09-19 17:42:44수정 : 2008-09-19 17:42:44

금처럼 오랜 기간 그토록 많은 숭배를 받은 금속도 없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기원전 3000년쯤 이미 뛰어난 금제투구 같은 장신구를 만들어 쓸 정도였다. 금은 권력, 부, 영광, 아름다움에 대한 상징이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금은 화폐의 기준으로서 강력한 역할을 해오고 있지만, 탐욕의 상징이었으며 허영의 도구였다. 황금은 인간 욕망의 역사이자 인간이 발명한 경제의 역사이기도 하다.

만약 금이 소금처럼 풍족했더라면 특유의 물리적 속성과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훨씬 덜 소중할 게 분명하다. 금은 지금까지 모든 대륙에서 발견됐고 이런저런 형태로 지구 곳곳에 매장돼 있음에도 쉬이 채굴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금을 발견해서 생산하는 데에는 금속의 양에 비해 엄청난 노력이 소요된다. 이를 테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금생산량 세계 1위를 넘겨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500t가량의 금을 추출해 내기 위해 약 700만t이나 되는 흙을 걷어내 분쇄해야 한다. 골드러시 때 캘리포니아로 몰려든 사람들이 매일같이 물 속에 늘어서서 애를 썼지만 결국 금을 눈곱만큼밖에 건지지 못했다. 유사 이래 지금까지 8만5000t~12만5000t가량 생산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산한다. 금은 영원한 광채에다 희소성이 엄청난 가치를 보장한다. 금이 공기 속에서도 녹슬지 않고 물에 넣어두거나 불로 태워도 아름다운 빛깔이 변하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한다. 그러잖아도 세계의 금생산량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머지않아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까닭이다. 국제 정세나 경제상황이 불안하면 금값은 폭등하게 마련이다.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도 “금을 갖고 있는 것은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긴 익살꾼 문학가 조지 버나드 쇼도 “자본주의 체제가 계속되는 한 금을 선택하길 권면한다”고 했을 정도다. 금 열풍을 막을 수 없는 이유는 이래저래 수없이 많다. ‘금값이 점점 더 금값’ 되는 상황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선인의 경구를 되레 역설적으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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