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20 18:02:07수정 : 2009-03-20 18:02:10

유엔은 2006년 6월19일 기존의 인권위원회 대신 지위를 격상시킨 인권이사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스위스의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 ‘스와치’는 ‘유엔 인권시계’를 선보였다. 문자판(다이얼)과 스트랩에 유엔의 상징색인 연한 하늘색을 사용하고 손목 부분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유엔 마크를 새겼다. 이 시계에는 19일의 인권이사회 첫 회의 개최를 기념해 문자판에 다른 숫자 없이 ‘19’만 써넣었다. ‘19’는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19조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1년 뒤 스와치는 두 번째 ‘유엔 인권시계’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셰이크 더 월드 넘버2(Shake the World No.2)’란 이름을 붙였다. 두 번째 시계는 첫 번째 것과 디자인은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문자판에 다른 숫자를 생략하고 2시 방향에 ‘2’라는 숫자만 크게 디자인했다. 두 번째 시계라는 점과 세계인권선언 2조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 조항은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평등정신이 충만하다. 이들 기념 시계의 판매 수익금은 유엔에 모두 기부됐다. 스와치는 앞으로도 다른 조항들의 의미를 담은 ‘유엔 인권시계’를 계속 출시할 계획이다.

사실 ‘유엔 인권시계’는 상징적이다. 인권이 후퇴 기미를 보일 때마다 우리는 “거꾸로 가는 인권시계”라고 힐난한다. 우리의 인권시계는 도대체 몇 시인지 따져 묻기도 한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맞서 헌법소원을 낸 법무관들이 파면 등 중징계를 받자 각계에서 “군의 인권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풍자와도 엇박자다.

그렇잖아도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지수가 퇴보하고 있는 징조가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특별조사관 접견을 거부하는가 하면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방침도 발표했다. 인수위 시절엔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다 나라 안팎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높아진 인권의식과는 사뭇 다른 ‘인권시계’를 차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유엔 인권시계’를 사다줘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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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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