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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s of Two Koreas

평양의 오늘을 전하다 서방에서는 북한 하면 으레 ‘은둔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최근 비핵화 협상으로 북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통제가 엄격한데다가 방문마저 자유롭지 않아 사회 전모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의 엄혹한 제재로 경제 발전은 정체되고 인민들의 생활고도 극심하리라는 통념을 갖는다. 이 같은 고정관념과는 달리 진천규 기자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타커스)는 우리가 잘 몰랐던 ‘평양의 오늘’을 보여 준다. 그는 2017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방북해, 40여 일간 북한 주민 250여 명을 만나고 취재한 내용과 사진을 이 책에 수록했다. 그래서 이 책은 북한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를 말.. 더보기
옥류관 출신 평양냉면 요리사 윤종철 지난 4월, 11년 만에 다시 열린 남북 정상 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평양냉면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 회담 만찬 식탁에 오를 ‘옥류관 평양냉면’을 모두 발언에서 언급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고, 바로 그날부터 점심과 저녁에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유명 냉면 가게 앞이 장사진을 이뤘기 때문이다. 한 카드회사가 통계 자료를 통해 회담 직후 사흘 동안 서울 시내 평양냉면 가게 매출이 전 주보다 8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평양냉면의 폭발적 인기 속에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수석 요리사를 동반하고 온, 바로 그 옥류관에서 평양냉면 비법을 배운 탈북민 요리사 윤종철 씨가 경영하는 동무밥상이 바로 그곳이다. 사실 이 집은 이번 신드롬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맛집을 다.. 더보기
인권, 탈북 여성을 향한 새로운 시선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통계에 의하면 2017년 말 기준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3만 1,000여 명 가운데 70% 가량이 여성이다. 이들 탈북 여성들이 겪는 인권 침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성차별과 성폭력이다. 사단법인 ‘여성 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이하 ‘여인지사’)은 이렇게 인권 침해로 고통 받는 탈북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돕고 있다. 특히 가정 폭력,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를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4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적극적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해 고립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정착한 지 오래되지 않은 탈북 여성들은 특히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공동체나 사회적 연대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또한 피해자가 어렵게 용기를.. 더보기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희망을 찾다 골목마다 러시아어 간판이 즐비하다. 행인들의 대화에서도 한국어보다 러시아어가 더 많이 들린다. 중앙아시아에서 살다가 조국으로 이주한 동포들이 모여 사는 ‘고려인 마을’이 자리 잡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의 풍경이다. ‘고려인’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러시아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자손들을 가리킨다. 독립국가연합(구 소련)에 살고 있는 한국계 교포들을 통틀어 ‘고려인’이라 부른다. 이들은 100년 전 러시아로 이주한 한국인의 후예인데, 3~5세대를 거치면서 최소한 세 번 이상 디아스포라의 비애를 경험했다. 20세기 초반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에서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1세대는 스탈린 시절 일본 스파이로 의심된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당해야 했다. 2개월 만에 총 17만 1.. 더보기
유진벨재단의 이웃 사랑, 휴전선을 넘나들다 남북한과 북미 관계가 아무리 얼어붙어도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과 대표단은 해마다 두 차례씩 어김없이 북한에 다녀온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에 이어 11월에도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가지고 의료진을 포함한 외국인 대표단들과 함께 방북했다. 심각한 상태인 북한 주민들의 결핵 치료가 어떤 정치적, 외교적 현안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적 지원은 남북 관계가 좋든 나쁘든 초정치적, 탈이념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미국인이지만 마음은 언제나 한국인이어서 ‘인세반’이란 한국 이름을 쓰는 린튼 회장은 올해로 20년째 북한 결핵 퇴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 보건성(保健省)이 “보건 문제 1위도 결핵, 2위도 결핵, 3위도 결핵”이라고 말했을 만큼 북한에 결핵 환자가 .. 더보기
탈북민,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통일을 준비하다 사람들은 탈북민이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느라고 여념이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선입견일 뿐이다. 그런 편견의 틀을 깨는 단체가 있다. 남한 청년 6명을 포함해 50여 명의 탈북민 대학생들이 활동하는 ‘유니시드(Uniseed) 통일봉사단’이 그곳이다. 유니시드는 ‘통일의 씨앗’이란 뜻을 가진 이름으로, 이 봉사단은 매달 한 번씩 직접 만든 도시락을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나눠 준다.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겪는 자신들보다 노숙인들의 처지가 더 딱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들의 활동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 음식 문화 교류, 아동 복지시설 선물 전달, 그리고 쪽방촌에 .. 더보기
‘북한의 솔제니친’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최근 ‘북한의 솔제니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반디’라는 필명을 가진 북한작가의 소설집 이 프랑스와 영어권 국가에서 호평을 이어간다. 그이 말고도 탈북한 시인 장진성, 소설가 김유경의 작품집이 그들만의 비극적인 체제의 실상과 체험에서 비롯된 생생한 리얼리즘으로 해외에 소개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외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정작 남한에서는 이들 작품에 주목하는 이가 별로 없다. 무엇이 우리의 시선을 한쪽으로 돌려놓은 것일까. 서방세계가 알고 있는 북한 문학은 대부분 3대를 이어온 김일성 일가의 독재체제를 찬양하고 우상화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실제로 북한 문학은 여전히 최고지도자의 통치이념에 따라 창작의 큰 그림이 그려지곤 한다. 새해 첫날 발표되는 지도자의 신년사가 해마다 문학의 방향과 작품 내용의.. 더보기
탈북민의 디딤돌, 북한이탈주민 글로벌교육센터(TNKR) 인터넷 신조어와 괴상한 줄임말이 범람해 그렇지 않아도 분단 이후 이질적으로 변화해 온 남북한 일상용어는 한 통계에 의하면 이미 40% 가깝게 그 차이가 벌어졌다. 남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외래어만 해도 탈북민들에게는 낯선 정도를 넘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일부가 2014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가 넘는 응답자가 외래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를 남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로 꼽았다. 남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탈북민이 컴퓨터를 고치기 위해 ‘컴퓨터 클리닝’이라고 쓰인 세탁소를 찾아갔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있다. 독특한 운영 방식 탈북민들에게는 여기에 ‘영어 격차’라는 엄청난 고민이 더해진다. 영어를 배워 한 단계 도약하고 싶지만, 대.. 더보기
‘총각엄마’와 그의 아이들 새터민 청소년 그룹 홈 ‘가족’은 의지할 가족구성원이 없는 탈북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대안가정이다. 나이 마흔에 결혼도 잊은 채 10년째 이 가정의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 김태훈(金泰勳) 씨를 주위에서는 ‘총각엄마’라고 부른다. ‘미리 온 통일세대’ 아이들 열 명이 그와 함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김태훈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지어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워 먹이고 학교에 보내느라 눈코 뜰 사이가 없다. 아이들의 등교준비를 돕는 부산한 아침시간이 지나면 그는 날마다 집안 곳곳을 속속들이 청소하고, 빨래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남자 11명이 한집에 모여 살기 때문에 ‘남자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탁기 두 대를 날마다 돌립니다. 남자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빨래의 양도 유난스.. 더보기
경계인으로 경계인을 바라보는 조선족 작가 금희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젊은 소설가의 작품 산실은 상상보다 옹색해 보인다.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는 중국 길림(吉林)성 장춘(長春)시 장춘역 부근 중국동포(조선족) 집거구역의 오래된 작은 아파트에서 남편, 고1 아들, 초등학교 4학년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탈북민 다룬 단편 금희 작가는 단편 ‘옥화’를 2014년 봄호에 발표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알려졌다. 이 작품은 이어 아시아출판사의 ‘K 픽션’ 시리즈의 하나로 한?영 대역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일하는 중국 동포나 탈북민은 이제 한국 소설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소재이지만, 탈북 여성이 남한에 정착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뤄 기존의 서사와 차별화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동포 작가의 목소리는 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