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퇴행이 심상치 않다. 당 안팎의 행태가 모두 그렇다. ‘국민과 더불어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당의 구호가 무색하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 진지 구축 외에 다른 생각이 없다는 손가락질이 무성하다. 자연스레 민주당에서 마음이 떠나는 국민이 늘어만 간다.
민주당은 지난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사퇴시한에 예외를 둔 당헌·당규 개정을 확정해 이 대표 연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앴다. 대선 1년 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제도를 유지하지만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꼼수를 썼다. 이 대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한 뒤 2027년 3월 대선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그리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대표에게 붙은 ‘여의도 대통령’이란 신조어가 자랑스러운 별명은 아니다.
당직자가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같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당헌 조항도 삭제했다. 누가 봐도 4가지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의식한 조처다. 이 당헌 조항은 2015년 혁신위원회가 당직자의 도덕성 강화를 위해 마련한 것인데도 당이 외려 후진을 택했다.
민주당은 앞서 당무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도록 당규를 고쳤다. 이전까지는 재적의원 과반 득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이 대표의 생각이 반영됐다. 중립성이 필수인 국회의장 후보 선출까지 권리당원 의견을 반영키로 한 것은 논란거리다. 당원 뜻만 따른다면 도리어 대의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강성 팬덤정치만 강화하기 쉽다. 의장 선출에 당원이 관여하는 건 국회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이 과정에서 당 간부나 국회의원들이 낯 뜨거운 아부와 맹목적 충성경쟁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지명직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발언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이 아부와 충성 발언들을 옹호하고 있는 게 더 가관이다.
지난 총선 공천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를 똑똑히 지켜본 의원들은 반대나 비판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소한 묵종하고 보자는 게 대세다. 강성당원에게 ‘반개혁분자’로 낙인이 찍히면 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추가 기소되자, 민주당과 이 대표가 검찰과 언론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의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란 발언은 언론 현업단체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다.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과 더불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 추가기소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판사 선출제’ ‘법 왜곡 판검사 처벌법’까지 들고나왔다. 강성지지층은 이 대표를 재판하는 판사 탄핵 서명운동을 벌인다. 하나같이 민주주의의 근본인 삼권분립을 흔드는 행태다.
다양성은 입법 과정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상임위 심사를 완료한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더라도 즉시 상정할 수 있는 ‘폐기법안 부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수당의 힘자랑이나 다름없다. 또 관례를 깨고 법사위 운영위 같은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여당 의원들의 상임위 강제 배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갖가지 특검법과 국회법 개정안을 속전속결 태세로 발의했다. 수사기관 무고죄, 표적수사 금지 같은 법 제정까지 거론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민생회복 지원금,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56개 중점 추진 법안을 깡그리 당론으로 채택하기 위해 가속도를 붙였다.
과욕에 따르는 무리수와 오만은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진다. 마침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뒤지고, 윤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 발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28%로, 국민의힘(32%)보다 4%p 뒤처졌다. 1주일 전에는 27%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두달 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정당의 지지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정당의 최우선 목표는 정권재창출이다.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 때는 총선 때보다 외연을 더 넓혀야 한다. 일극체제와 일방독주는 중도층 표심이 달아나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한국 국민은 정당과 정치인의 오만을 가장 혐오하고 냉혹하게 심판한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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