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18 17:25:11ㅣ수정 : 2008-04-18 17:25:16
‘20년간 80억냥 뇌물 갈취, 집 2000여채, 논밭 1억6000만평, 개인 금고 10곳, 전당포 10곳.’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때의 권신이자 뇌물수수의 지존이라 할 만한 ‘화신(和)’이 평생 동안 뇌물로 일군 재산 명세서다. ‘화신’의 수뢰 총액은 청나라 전체의 10년 세금을 능가하는 거액이다. 화신은 가히 ‘탐관오리의 화신’이다. 화신이 죽고 나자 가경제(嘉慶帝)가 배불리 먹고 살았다는 희화적인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인민일보(人民日報)가 2006년 1월 발표한 지난 1000년 동안의 중국 부자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게 화신이다.
특유의 관시(關係)문화를 중시하는 중국에서는 지금도 뇌물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돌 정도로 골칫거리의 하나다. 중국 정부가 뇌물 비리자들에게 사형까지 포함한 강도 높은 처벌 카드를 뽑아든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방증한다.
조선시대에도 뇌물죄는 요즘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보다 10배 이상 엄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뇌물을 바친 사람이 사형을 당하거나, 가까스로 감형돼 곤장을 맞은 뒤 노예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서양에서도 뇌물의 역사는 구약시대부터 시작돼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다고 여긴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뇌물의 역사다’라는 냉소가 상징하듯 뇌물은 근절하기 힘든 난제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 존 누난의 역작 ‘뇌물의 역사’(한세)는 뇌물과 부패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범(典範)이다. 이 책에는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이미 뇌물은 사회의 골칫거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누난은 뇌물에 관한 한 원흉이 아담도 이브도 뱀도 아닌 ‘사과’라는 성서적 해석을 재치있게 원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를 남녀간의 육체관계로 비유하는 게 다산 정약용의 시각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다산은 수뢰가 여자가 정절을 잃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누난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 뇌물의 개념이 공직·성 윤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부각시킨다. 뇌물을 주고받는 것은 사회의 순결을 짓밟는 행위여서 배우자와의 서약을 무시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성적 타락과 같다는 주장도 편다. 누난은 뇌물을 주는 방법도 간통과 같다고 은밀성을 적시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선물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는 데서 뇌물은 출발한다. 뇌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bribe’는 중세시대 선물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것이 선물이라면 뇌물은 의도된 대가를 노리고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드러난다.
17세기 초 영국의 존경 받는 철학자이자 대법관이었던 프랜시스 베이컨은 소송 당사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불거져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어야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대파 의원 2명을 뇌물로 회유했던 사례를 들며 뇌물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보다 더 중대한 도덕적 책무를 수행한 경우도 소개한다.
미국에서는 한때 뇌물이 탄력성을 보장해 주는 윤활유 구실을 한다는 그럴 듯한 해석을 붙여 경제활동의 범주에 넣어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신생국가에서는 뇌물이 국가경영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았다.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다’는 한국 속담은 동서양의 인식이 매우 흡사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뇌물은 영혼을 파는 것이고, 신임을 배신하는 행위이며, 신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누난은 경고한다.
삼성 특검의 비자금 의혹 수사와 또 다른 재벌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여전히 세계 하위권을 맴도는 부패지수 등은 우리 사회의 뇌물지표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돈이 발언하면 다른 모든 것은 침묵한다’는 서양 금언이 뇌물의 끈질긴 생명력을 역설적으로 들려주는 것 같다.
조선시대에도 뇌물죄는 요즘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보다 10배 이상 엄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뇌물을 바친 사람이 사형을 당하거나, 가까스로 감형돼 곤장을 맞은 뒤 노예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서양에서도 뇌물의 역사는 구약시대부터 시작돼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다고 여긴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뇌물의 역사다’라는 냉소가 상징하듯 뇌물은 근절하기 힘든 난제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 존 누난의 역작 ‘뇌물의 역사’(한세)는 뇌물과 부패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범(典範)이다. 이 책에는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이미 뇌물은 사회의 골칫거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누난은 뇌물에 관한 한 원흉이 아담도 이브도 뱀도 아닌 ‘사과’라는 성서적 해석을 재치있게 원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를 남녀간의 육체관계로 비유하는 게 다산 정약용의 시각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다산은 수뢰가 여자가 정절을 잃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누난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 뇌물의 개념이 공직·성 윤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부각시킨다. 뇌물을 주고받는 것은 사회의 순결을 짓밟는 행위여서 배우자와의 서약을 무시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성적 타락과 같다는 주장도 편다. 누난은 뇌물을 주는 방법도 간통과 같다고 은밀성을 적시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선물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는 데서 뇌물은 출발한다. 뇌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bribe’는 중세시대 선물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것이 선물이라면 뇌물은 의도된 대가를 노리고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드러난다.
17세기 초 영국의 존경 받는 철학자이자 대법관이었던 프랜시스 베이컨은 소송 당사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불거져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어야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대파 의원 2명을 뇌물로 회유했던 사례를 들며 뇌물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보다 더 중대한 도덕적 책무를 수행한 경우도 소개한다.
미국에서는 한때 뇌물이 탄력성을 보장해 주는 윤활유 구실을 한다는 그럴 듯한 해석을 붙여 경제활동의 범주에 넣어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신생국가에서는 뇌물이 국가경영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았다.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다’는 한국 속담은 동서양의 인식이 매우 흡사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뇌물은 영혼을 파는 것이고, 신임을 배신하는 행위이며, 신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누난은 경고한다.
삼성 특검의 비자금 의혹 수사와 또 다른 재벌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여전히 세계 하위권을 맴도는 부패지수 등은 우리 사회의 뇌물지표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돈이 발언하면 다른 모든 것은 침묵한다’는 서양 금언이 뇌물의 끈질긴 생명력을 역설적으로 들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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