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20 17:41:14ㅣ수정 : 2008-06-20 17:59:53
“마음에 와 닿는 책이다. 지구촌의 빈곤에 대해 저자의 절실한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연민도 절절하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비전을 보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 주는 리더십이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힘이 생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6년 중반 처음 출간된 이 책에 쓴 추천의 글이다. 그래선지 이 책의 띠지에도 ‘대한민국 향후 5년을 미리 읽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선택한 바로 그 책!’이란 홍보 문구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말께 안국포럼 집무실 책장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을 꺼내들고 정국 구상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출간 뒤 여섯달 동안 5000여부 판매에 머물렀던 이 책은 이 대통령 덕분에 지난해 말 이래 수만부가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뒤질세라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도 이 책을 인수위 각 분과와 대변인실에 나눠줄 정도였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 때 이 책을 빼놓고 갔다면 기삿거리가 됐을 터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가 쓴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지식의날개)이 바로 화제의 책이다. 지은이가 유난스레 강조해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나쁜 리더십은 리더십 없음을 뜻한다. 리더십에 가치 중립은 없으며, 도덕적 필연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구절이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새겨볼 여지가 많은 이 부분을 어떻게 읽어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번스는 리더십을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으로 대별한다. ‘거래적 리더십’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동안 보여준 임기응변적이고 고도의 중개술 같은 주고받기 식의 리더십이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변혁적 리더십’에는 이와 반대로 루스벨트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중에 나라를 뿌리부터 변화시킨 전범(典範)이 등장한다. 번스는 변혁적 리더십을 “개구리가 왕자로, 마차 공장이 자동차 공장으로 대변신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변혁적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대중이 동의할 수 있는 가치와 도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책에서 그리 주의 깊게 읽지 않아도 눈길이 가는 곳은 ‘한반도 대운하’를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건설 과정에서 드러난 성공한 리더십과 실패한 리더십의 파노라마는 자못 진진하다. 온갖 반대와 시기를 무릅쓰고 수에즈 운하를 성공적으로 건설해내는 외교관 출신의 젊은 프랑스인 페르디낭 드 레셉스의 리더십은 지도자로서의 비범한 특성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수에즈 운하의 성공에 도취한 레셉스가 자연조건이 판이한 파나마 운하 건설을 추진하면서 똑같은 방법을 고집하는 바람에 처절한 실패의 쓴맛을 다셔야 하는 장면에서는 리더십의 변주곡을 엿보게 된다. 지은이는 하나가 잘 되면 만사가 잘 된다는 것은 이따금 있는 일일 뿐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파나마 운하의 성공은 훗날 ‘변혁적 리더십’의 표상이 된 루스벨트의 몫으로 돌아간다. 콜롬비아에 병합돼 있던 파나마를 분리, 독립시켜 재빨리 운하 건설 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던, 탁월한 기획자로서의 리더십과 정곡을 찌르듯 예리한 인물 발탁은 감탄사를 아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핵심은 수에즈·파나마 운하의 경우 모든 사람이 수긍한, 세계 역사를 바꾼 전략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이다.
‘개나 소나 리더십을 입에 달고 다니며 글을 쓰는 시절’이라고 냉소를 짓기도 하지만, 리더십을 하나의 학문 분야로 개척해온 노학자 번스의 이 책은 군계(群鷄) 중의 일학(一鶴)처럼 솟아 보인다. 관건은 아무리 좋은 책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아닐까. 최고경영자(CEO) 리더십과 국가지도자 리더십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절감하고 있으니 말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가 쓴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지식의날개)이 바로 화제의 책이다. 지은이가 유난스레 강조해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나쁜 리더십은 리더십 없음을 뜻한다. 리더십에 가치 중립은 없으며, 도덕적 필연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구절이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새겨볼 여지가 많은 이 부분을 어떻게 읽어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번스는 리더십을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으로 대별한다. ‘거래적 리더십’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동안 보여준 임기응변적이고 고도의 중개술 같은 주고받기 식의 리더십이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변혁적 리더십’에는 이와 반대로 루스벨트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중에 나라를 뿌리부터 변화시킨 전범(典範)이 등장한다. 번스는 변혁적 리더십을 “개구리가 왕자로, 마차 공장이 자동차 공장으로 대변신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변혁적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대중이 동의할 수 있는 가치와 도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책에서 그리 주의 깊게 읽지 않아도 눈길이 가는 곳은 ‘한반도 대운하’를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건설 과정에서 드러난 성공한 리더십과 실패한 리더십의 파노라마는 자못 진진하다. 온갖 반대와 시기를 무릅쓰고 수에즈 운하를 성공적으로 건설해내는 외교관 출신의 젊은 프랑스인 페르디낭 드 레셉스의 리더십은 지도자로서의 비범한 특성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수에즈 운하의 성공에 도취한 레셉스가 자연조건이 판이한 파나마 운하 건설을 추진하면서 똑같은 방법을 고집하는 바람에 처절한 실패의 쓴맛을 다셔야 하는 장면에서는 리더십의 변주곡을 엿보게 된다. 지은이는 하나가 잘 되면 만사가 잘 된다는 것은 이따금 있는 일일 뿐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파나마 운하의 성공은 훗날 ‘변혁적 리더십’의 표상이 된 루스벨트의 몫으로 돌아간다. 콜롬비아에 병합돼 있던 파나마를 분리, 독립시켜 재빨리 운하 건설 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던, 탁월한 기획자로서의 리더십과 정곡을 찌르듯 예리한 인물 발탁은 감탄사를 아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핵심은 수에즈·파나마 운하의 경우 모든 사람이 수긍한, 세계 역사를 바꾼 전략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이다.
‘개나 소나 리더십을 입에 달고 다니며 글을 쓰는 시절’이라고 냉소를 짓기도 하지만, 리더십을 하나의 학문 분야로 개척해온 노학자 번스의 이 책은 군계(群鷄) 중의 일학(一鶴)처럼 솟아 보인다. 관건은 아무리 좋은 책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아닐까. 최고경영자(CEO) 리더십과 국가지도자 리더십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절감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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