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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트럼프의 다른 스트롱맨 손보기

  주먹 세계에선 일인자가 주먹 자랑하는 놈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법이다.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유달리 활개를 치는 지구촌의 흐름 속에서 그런 현상이 도드라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집권여당 대표 등이 최근 스트롱맨 클럽에 가입한 지도자로 꼽힌다.


 스트롱맨 중의 스트롱맨인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연이어 다른 스트롱맨들 손보기에 나섰다. 세계 일인자를 노리는 중국의 ‘시황제’ 시진핑 주석에게 잇달아 강펀치를 날린 데 이어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의 손목을 비틀고 있는 게 돌올하게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10일) 정치적 무기인 트위터로 공격을 시작했다. 터키산 알루미늄에 20퍼센트, 철강은 50퍼센트로 관세를 올리겠다고 했다. 새 관세율은 현재의 2배 수준이어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자 리라 가치는 하루 만에 최고 24퍼센트까지 폭락했다. 터키발 ‘검은 금요일’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유럽과 미국 증시까지 흔들렸다.

                                                                                        


 에르도안 정부가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간첩활동·테러조직 지원 혐의로 장기 구금하고 시리아·이란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자, 트럼프는 경제 보복으로 응수했다. 경제 보복이 가장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제재수단임을 알아챈 것이다.

 

  트럼프가 자국민 한사람 때문에 군사 동맹인 터키에 이처럼 강하게 대응한 것은 11월 중간선거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브런슨 목사가 소속한 복음주의 교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트럼프는 이번 제재가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브런슨이 풀려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포함해 보다 강경한 조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15년간의 장기 집권에 이어 지난 6월 대선 승리로 ‘21세기 술탄’으로 등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단 강경하게 맞섰다. 그는 “미국에게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알라가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에르도안이 터키 국민에게는 “베개 밑에 달러나 유로, 금이 있다면 은행에 가서 리라로 바꾸라”고 헌신을 호소했다. 하지만 미국의 실력 행사에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겨냥해서는 무역전쟁에 이어 첨단산업 방어전에 나섰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 ‘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는 중국의 불법적인 기술 빼가기와 지적재산권 침해를 줄기차게 비판하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가속화하는 과정의 하나다. 미국 정부는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분야를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5년으로 확대한 유효기간을 다시 1년으로 되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만찬에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은 거의 모두 간첩”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트럼프는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대 러시아 신규 제재를 결정했다. 지난 3월 발생한 전직 이중첩보원 독살 시도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국내 정치적 의도가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또다시 루블화가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2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러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드러냈다.


 트럼프에게 가장 고분고분한 게 아베 일본 총리이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일본에 불리한 정책을 고수 중이다. 트럼프는 ‘필리핀 트럼프’로 불리는 두테르테 대통령과는 궁합이 잘 맞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제재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강공책이 먹혀들자 재미를 붙인 듯하다. 일련의 힘자랑은 트럼프가 정치·외교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 극단적 사례에 속한다.

 트럼프의 ‘힘의 외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미국 시사 잡지 애틀랜틱은 “미국이 요즘 제재에 중독돼 있다. 제재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경우 앞으로는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위태롭게 해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교훈은 고금의 진리다. <뉴욕 주 이타카에서>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