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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생태계와 공존하는 경제

입력 : 2008-08-29 17:38:06수정 : 2008-08-29 17:38:18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새로운 경제정책의 기치로 내세운 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성장 일변도’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정책노선을 바꿨다는 분석이지만 긍정적인 반응보다 비판이 더 많은 편이다. ‘녹색 성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임에도 그렇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발표한 ‘저탄소 사회 비전’의 복사판이라는 표절 시비에서부터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7·4·7 전략’(연 7% 경제성장률, 1인당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도약)에 분칠한 짝퉁이라는 비판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치밀한 사전 준비가 없는 즉흥적인 전략이라거나 국면 전환을 겨냥한 ‘정치적 카드’라고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녹색성장론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현재 20기 수준인 핵발전소를 40기 수준으로 늘리기 위한 계획 등과 일견 모순되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에서도 비판이 뒤따르긴 마찬가지다. ‘저탄소 녹색 성장’은 관념적으로 매력적일지 모르나 현실에서는 경쟁력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저탄소 녹색 성장’은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책과제라는 것이다.

녹색 성장의 개념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미래사회비전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발전전략이어서 사실 때늦은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레스터 브라운을 빼놓을 수 없다. ‘환경운동의 정신적 스승’ ‘환경정책의 대부’라고 불릴 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이기 때문이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장인 브라운은 이미 30년 전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확산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에코 이코노미’(도요새)는 브라운의 이 같은 생각을 집약한 저작이다. 브라운은 ‘지속가능’을 ‘미래세대의 요구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가 강조하는 에코 이코노미는 인류가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경제, 인류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새로운 경제를 뜻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전환’을 주문한다. 오랜 기간 인류의 사고를 지배해왔던 세계관, 생태계와 경제활동의 상관관계를 보는 관점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성장을 소홀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지탱 가능한 경제’, 즉 생태 경제의 비전이다. 이를 테면 경제학과 생태학의 껴안기다. 그는 시간의 틀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생물진화의 원대한 흐름인 ‘생태적인 시간 틀’과 산업과 상업 등의 ‘경제적 시간 틀’이다. 경제적 시간의 틀은 속도를 다투고 변화를 즐기며, 가속화와 끊임없는 변화, 무한 성장이 철칙이다. 지구 온난화, 어장 붕괴, 산림 파괴, 사막화 등은 경제 시간이 생태 시간을 압박한 결과다. 브라운은 이 두 시간의 충돌을 피하고 조화를 회복하기 위해 생태학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코 이코노미’의 실현을 제안한다.

‘에코 이코노미’의 후속편인 그의 또 다른 명저 ‘플랜 B’와 ‘플랜 B 3.0’에서는 환경·자본·멸종 위기 등 모든 당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플랜 B’가 설정한 네 가지 최우선 목표와 행동 지침은 기후의 안정화, 인구의 안정, 빈곤 퇴치, 지구 생태계 회복이다. 그는 경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범세계적 경제를 구축하는 관건이 정직한 시장, 즉 생태적 진실을 말하는 경제의 창조라고 강조한다.

브라운이 지나친 환경주의자라는 비판도 없지 않으나 그의 충언을 가벼이 여기면 이미 너무 늦다는 게 상당 부분 입증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차분하고 치밀하게 ‘저탄소 녹색성장’을 준비했더라면 최소한 졸속이라는 비난은 면할 수 있었을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