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15 17:17:09ㅣ수정 : 2008-08-15 17:17:18
“현대사를 쓴다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정신을 정의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영국 비평가 존 애딩턴 시먼즈의 이 촌평은 한국 현대사에 대입하면 더욱 적실하다.
그러잖아도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를 비롯한 14개 역사학회가 정부 주도의 ‘건국 60주년’ 행사와 사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우리 현대사를 둘러싼 논쟁은 여름날의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뉴라이트 계열이 주축이 된 일부 학자들의 말만 곧이듣는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자칫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특정인을 ‘국부’로 만들려는 저의를 갖고 있지 않으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 수립이냐, 건국이냐의 문제는 결코 용어 선택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항일운동을 포함한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은 물론 국가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광복회와 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비롯한 독립유공자단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역사란 언제나 패배자에게 등을 돌리고 승리자에게 옳다고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경구가 불현듯 떠오른다.
이런 논란만큼이나 초·중·고교의 교육도 현대사를 바르게 바라보는 법을 배울 기회가 태부족이었다. 그 점은 대학도 마찬가지이고, 연구 성과 역시 같은 평가를 받는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쓴 ‘한국 현대사 60년’(역사비평사)은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 60여년에 걸친 역사의 큰 흐름을 올바른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길잡이로 안성맞춤일 것 같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기획 발간한 이 책은 현대사가 민주화운동사와 어떤 관련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압축해 보여준다. 한국 현대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역사학자인 지은이는 우리 사회가 광복 이후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성취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두 가지 과업은 국민들의 간난을 무릅쓴 투쟁과 집단적인 열정의 산물이다. 우리 역사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성이 있지 않으냐는 일부 진영의 우려와 달리 책을 읽다보면 현대사의 자랑스러운 면을 수없이 발견하게 된다. 한국 현대사가 보여준 엄청난 역동성과 자유에 대한 열망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부심으로 여길 만하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지은이가 특정 사건이나 사안에 세계사적 맥락을 반영한 게 돋보인다. 세계사적 물결을 파생시킨 사건과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연관지어 통찰한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 남북적십자회담과 7·4 남북공동성명이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 미국이 아시아 분쟁지역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닉슨 독트린과 같은 긴장 완화 정책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 게 좋은 사례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승인 이후 동아시아에 반공 벽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한·일 국교정상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보는 부분도 그렇다. 미국의 쿠바 침공 실패가 케네디 행정부의 5·16 쿠데타 정권 인정에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분석한 것도 같은 취지다.
저자는 특히 이 책을 통해 현대사를 관통하는 자유와 저항의 정신을 함축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한국 현대사 60년을 일방적인 결론 없이 개방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역사가 언제나 현재진행형임에 유념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책은 부피로 보면 넉넉하지 않지만 그 의미와 내용은 사뭇 풍성하다. 영어, 일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 이상으로 번역, 출판해 외국 독자들에게까지 선보일 예정인 것만 봐도 알 만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실로 다양하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상반된 인식을 가질 수 있으며 역사의식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린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좋은 역사책이 요긴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 수립이냐, 건국이냐의 문제는 결코 용어 선택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항일운동을 포함한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은 물론 국가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광복회와 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비롯한 독립유공자단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역사란 언제나 패배자에게 등을 돌리고 승리자에게 옳다고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경구가 불현듯 떠오른다.
이런 논란만큼이나 초·중·고교의 교육도 현대사를 바르게 바라보는 법을 배울 기회가 태부족이었다. 그 점은 대학도 마찬가지이고, 연구 성과 역시 같은 평가를 받는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가 쓴 ‘한국 현대사 60년’(역사비평사)은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 60여년에 걸친 역사의 큰 흐름을 올바른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길잡이로 안성맞춤일 것 같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기획 발간한 이 책은 현대사가 민주화운동사와 어떤 관련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압축해 보여준다. 한국 현대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역사학자인 지은이는 우리 사회가 광복 이후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성취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두 가지 과업은 국민들의 간난을 무릅쓴 투쟁과 집단적인 열정의 산물이다. 우리 역사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성이 있지 않으냐는 일부 진영의 우려와 달리 책을 읽다보면 현대사의 자랑스러운 면을 수없이 발견하게 된다. 한국 현대사가 보여준 엄청난 역동성과 자유에 대한 열망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부심으로 여길 만하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지은이가 특정 사건이나 사안에 세계사적 맥락을 반영한 게 돋보인다. 세계사적 물결을 파생시킨 사건과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연관지어 통찰한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 남북적십자회담과 7·4 남북공동성명이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 미국이 아시아 분쟁지역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닉슨 독트린과 같은 긴장 완화 정책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 게 좋은 사례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승인 이후 동아시아에 반공 벽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한·일 국교정상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보는 부분도 그렇다. 미국의 쿠바 침공 실패가 케네디 행정부의 5·16 쿠데타 정권 인정에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분석한 것도 같은 취지다.
저자는 특히 이 책을 통해 현대사를 관통하는 자유와 저항의 정신을 함축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한국 현대사 60년을 일방적인 결론 없이 개방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역사가 언제나 현재진행형임에 유념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책은 부피로 보면 넉넉하지 않지만 그 의미와 내용은 사뭇 풍성하다. 영어, 일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 이상으로 번역, 출판해 외국 독자들에게까지 선보일 예정인 것만 봐도 알 만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실로 다양하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상반된 인식을 가질 수 있으며 역사의식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린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좋은 역사책이 요긴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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