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를 세운 조조는 재능을 늘 첫 손가락에 꼽았다. 반면에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꼽히는 청나라 강희제는 덕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두 사람은 역대 중국 황제 가운데 인재를 중시한 대표적인 지도자에 속하지만 용인술은 이처럼 대척점에 서 있다. 이 때문에 재능이 먼저냐 덕이 먼저냐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강희제>
조조는 능력만 있으면 남에게 욕을 먹거나말거나 주저 없이 발탁했다. 그는 심지어 이런 말까지 했다. “비록 형수와 간통한 인간이라도, 뇌물을 받아먹은 전과가 있는 인간이라도 재능만 있으면 쓴다.”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구현령’(求賢令)을 발표했을 때도 그의 철두철미한 능력 우선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청렴하고 결백한 선비가 아니면 안 된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으면 언제 현인을 찾을 것인가”란 구절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재능만으로 인재를 발탁한다는 ‘유재시거’(惟才是擧)의 원칙을 어김없이 실행했던 조조는 “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기용했다고 해서 꼭 덕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은가”라고 되묻는다.
<조조 캐리커쳐>
조조와 달리 강희제의 인재등용 기준은 덕재겸비(德才兼備)였지만, 덕을 늘 우위에 뒀다. <강희정요>(康熙政要)에 그의 인재관이 잘 녹아 있다.
“인재를 논할 때 반드시 덕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짐은 사람을 볼 때 반드시 심보를 본 다음 학식을 본다. 심보가 선량하지 않으면 학식과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재능이 덕을 능가하는 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재관은 그런 점에선 조조와 빼닮았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능력이 있으면 도덕성에 좀 흠이 있어도 괜찮다’는 인사 철학을 밝혀왔다.
이 대통령 스스로 그런 인물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권자들도 위장전입, 자녀 위장취업, BBK 문제 같은 이 대통령의 도덕성 논란에는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조각 때부터 의혹많은 재산 형성이나 도덕성 문제를 치지도외(置之度外)했던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검증 시스템의 문제’라는 진단이 있었지만 인사 철학이 더 큰 난점이었다. 이 대통령의 인사는 매오로시 그래왔다.
역대 중국 용인사(用人史)에는 또 다른 양대 원칙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오직 능력과 인품만을 보고 사람을 기용한다는 ‘임인유현’(任人唯賢)과, 능력과는 관계없이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을 임용한다는 ‘임인유친’(任人唯親)의 원칙이 그것이다.
이 점에서도 이 대통령은 대부분 자신과 가깝고 아는 사람을 등용하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아는 사람만 찾다보니 편벽한 돌려막기 인사가 불가피하다. 오죽하면 낯가림 증세까지 있는 게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인재 풀이 좁기 그지없는 까닭이다.
이 대통령의 인사는 중국 역사의 거울에서 비춰보면 흠집이 있어도 능력만 있으면 그만이고, 그것도 아는 사람만 쓰겠다는 고집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른바 ‘고소영’ 내각에서부터 지금까지 국민의 객관적 평가가 어떤지는 물어보나마나다.
4월 27일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곧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단행할 것이란 설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초대 대통령실장이자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인 류우익 주중대사를 지난 주에 교체한 것도 그를 통일부장관이나 국토해양부장관 등으로 기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른 자리에 거론되는 인사들도 대부분 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내 이 대통령에게 ‘낯익은’ 사람들이다.
하마평대로라면 또다시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게 틀림없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인사의 실책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2년이 채 남지 않은 임기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진부하지만 값진 격언은 이 대통령의 인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청나라 관리 심문규(沈文奎)는 이렇게 충언했다.
“하늘은 한 세대에 충분히 쓰고도 남을 인재를 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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