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09-19 17:57:21
스웨덴이 복지국가 모델 중의 모델로 손꼽히며 요즘 들어 찬반 양론이 극명한 한국에서는 여느 외국 선거 못지 않은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가 스웨덴 모델을 벤치마크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스웨덴 집권당의 선거패배는 한국의 거대 야당과 보수진영에 쾌재를 부를 만한 소재로 떠올랐다. 게다가 영국의 진보신문 가디언이 지난해 “스웨덴이야말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가장 성공한 사회다”라며 극찬한 적이 있어 이번 총선의 향배는 어느 때보다 주목도가 높았다. 앞서 또 다른 상징적 복지모델국가인 독일에서 중도우파정권이 승리한 것과 맞물려 ‘유럽의 우향우 가속화’라는 신문 제목이 선명하게 들어올 법하다. 독일과 스웨덴의 복지모델이 각각 라인형과 노르딕형으로 불리면서 좌파 진영의 대표주자였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에는 충격이 한층 크게 와 닿는 듯하다.
-좌파정권 선거패배 파장-
스웨덴 중도우파연합의 승리는 변화를 갈구한 유권자들의 선택임에 분명하다. 확실히 엄청난 실업률과 방만한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은 만성적인 ‘복지병’으로 꼽힐 만했다. 선거에서의 승패 요인은 수천가지에 달하지만 스웨덴 복지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얀 엘리아손 외무장관의 말에서는 반성의 빛이 부족한 듯하지만 와 닿는 게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래 정권을 잡았다.”
우파야당연합을 승리로 이끈 프레드릭 라인펠트 보수당 당수의 승인 분석은 조금 겸손해 보인다. “우리를 이기게 한 것은 팀워크다.” 종전 선거와 달리 보수진영의 결속이 주요 승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실토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이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통합적 중도주의의 채택이 그것이다.
이제 관심사는 스웨덴 복지모델의 운명이다. 차기 대선을 1년여 앞둔 한국의 정치권과 시민 사회의 촉각은 한결 그렇다. 일단 이긴 당사자들은 “스웨덴 복지모델을 포기하지 않고 시장주의적 개혁으로 죽어가는 복지모델을 살리겠다”는 각오를 천명했다. 다만 감세와 실업보조금 혜택의 축소를 통해 ‘일하는 복지’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어깨가 으쓱해진 한국의 보수진영은 복지 대신 성장과 효율성에 방점을 뚜렷하게 찍고 싶어한다. 진보진영은 스웨덴 모델의 ‘미조정(微調整)’을 예상하는 듯하다. 독일이 그랬듯이 스웨덴 모델의 취약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이 수용해야 할 대목은 눈여겨 봐야 한다. 다만 이를 유럽의 우향우 가속화로만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최근까지 스페인, 노르웨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지에서 중도좌파정당들이 재집권하는 흐름이 분명하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원한 축복모델은 없다”-
자본주의 진영의 조류는 영국 경제를 되살린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선언 이후 첨예하게 맞서는 흐름이 상존한다. “(신자유주의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우파의 주장에 “대안은 무수히 많다”(TATA·There are thousands of alternatives)로 대응하는 좌파진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3의 길’을 내세우는 중도 좌파들에게는 “제3의 길은 없다”고 맞대응하는 정통 좌파들의 목소리도 녹록잖다.
어느 쪽이든 1997년 네덜란드의 아드 멜커르트 사회고용부장관이 유럽연합(EU) 회의에서 했던 명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복사할 수 있는 영원한 축복의 모델은 없다.” 멜커르트가 지칭한 것은 90년대 ‘네덜란드의 기적’을 이룬 조합주의 모델을 뜻한다.
〈김학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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