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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작문기사

2003-05-13
미국의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러브는 1998년 6월 퓰리처상 논평부문 최종 후보까지 올랐던 유능한 칼럼니스트를 전격 해고하는 아픔과 치욕을 겪어야 했다. 패트리샤 스미스라는 흑인 여성 언론인이 4개의 칼럼에 등장한 인물과 인용문을 모두 조작한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그러자 미국 언론계는 일제히 1981년 워싱턴 포스트의 '지미의 세계'라는 조작기사 파문을 악몽처럼 떠올렸다. 제닛 쿡이라는 여기자는 '지미'라는 이름의 흑인소년의 실상을 통해 청소년 마약 중독실태를 너무나 실감나게 고발하는 기사를 써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완벽한 조작기사로 들통나는 바람에 수상 취소와 함께 즉각 해고됐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공교롭게도 워싱턴 포스트의 여기자 역시 흑인이었다.

미국에서는 그 뒤에도 잊을 만하면 크고 작은 작문기사 파문이 터지곤 했다. 이번엔 세계적인 권위지 뉴욕 타임스가 152년 역사상 최악의 조작기사로 유례없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20대의 흑인기자 제이슨 블레어의 행각은 작문에다 왜곡, 무단 도용기사에 이르기까지 온갖 악행을 동원한 것이어서 더없이 충격적이다.

조작기사는 실제보다 한층 더 실감나고 정교하게 짜 맞춰지는 특성을 지닌다. 그런 특성 때문에 가짜임이 들통나곤 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어떤 조직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사회인 언론사에서 스타가 되거나 최소한 무능하지 않다는 검증의 초조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심리분석이 가능하다. 대부분 흑인이라는 소수인종 출신이어서 강박관념의 강도가 더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론세계에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조작.작문기사다.

한국이라고 무풍지대는 아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1990년대 초 에이즈 복수극 조작기사로 여성 월간지가 자진 폐간한 전례다. 언론사와 언론인이 끊임없이 되돌아 봐야 할 것이 언론의 윤리다. 뉴욕타임스에서 보듯 잘못이 드러나면 즉각 고치고 사죄하는 일도 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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