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04 17:39:49
▲마이크로트렌드…마크 펜·키니 잴리슨/해냄
미국 어린이들이 엄마·아빠를 졸라 외식할 때면 맥도널드 햄버거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먼저 찾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십상이다. 그런 선입견으론 여덟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의 미국 어린이·청소년 가운데 150만명 정도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에 놀랄 게 틀림없다. 그것도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고기를 거부한다면 쉬이 납득이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에 등장하는 10대들은 90% 이상이 범죄, 폭력, 학대, 무관심 등 부정적인 낱말과 연관된다. 그중에서도 흑인 청소년은 악(惡)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범적 흑인 청소년들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흑인 청소년들은 자원봉사, 투표, 교회 예배 참석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 역사상 유례없이 긍정적인 성적표를 보여준다. 비율로 보면 백인 학생들을 도리어 앞지른다.
문신은 여전히 폭주족, 선원, 죄인을 비롯한 행실이 단정하지 못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엄청난 편견이다. 미국의 25~29세 젊은이들 중 문신을 한 사람은 세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대학생들의 4분의 1이 문신을 새긴다. 문신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에도 퍼져간다.
이렇듯 세상은 사회 통념과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렇지만 획일적이고 거대한 물결이 아니라 작으면서도 강한 응집력을 지닌다. 정보화의 심화에 따라 저마다 개성을 추구하고, 선택의 폭과 자유가 넓어진 덕분이다.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이 함께 쓴 ‘마이크로트렌드(원제 Microtrends: The Small Forces Behind Tomorrow’s Big Changes)’는 사회의 ‘미세한 점들의 집합체’에 주목해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한다. 마이크로트렌드의 렌즈로 세상 톺아보기인 셈이다.
지은이들은 더 이상 ‘메가트렌드’나 ‘전세계적인 경험’만으로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미래의 충격’을 비롯한 앨빈 토플러의 저작이나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만으로는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메가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메가트렌드’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트렌드 계보를 자랑스럽게 잇는 작업임을 천명한다.
‘메가트렌드’가 망원경으로 거대한 물결을 통찰하는 것이라면 ‘마이크로트렌드’는 현미경으로 작은 흐름을 포착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저자들은 ‘메가트렌드’가 통일된 제품의 대량생산을 상징하는 포드 시스템이라면 ‘마이크로트렌드’는 수천 개의 맞춤형 개별화 제품을 서비스하는 스타벅스 경제체제라고 대비한다.
지은이들은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빠르고 격렬하게 나아가며 성장하고 있는 ‘열정적인 주체성 집단’ 가운데 15개 분야 75가지 ‘마이크로트렌드’를 감흥 넘치게 소개하고 있다. 새롭고 짜릿하게 부상하는 흐름, 다소 낯 익더라도 상식을 뛰어넘는 추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하남을 선호하는 쿠거족 여성들, 출·퇴근 왕복 3시간쯤은 거뜬히 감수하는 익스트림 통근족, 내 몸은 내가 진단하고 처방하는 DIY 닥터족,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 60세가 넘는 늙은 아빠들, 젊은 뜨개질족, 10대 머니메이커 고딩 사업가, 현대판 메리 포핀스로 불리는 학사학위를 가진 보모들, 스포츠 틈새화를 부르짖는 양궁맘, 별도의 집에서 함께 사는 LAT 부부족 등등. 주로 미국적 현상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 뚜렷한 틈새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트렌드도 적지 않다.
공저자 가운데 마크 펜은 1996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의 승리를 이끌어낸 마이크로트렌드 ‘사커맘(Soccer Mom)’ 전략으로 이름을 드날린 선거 컨설팅 전문가다. 젊은 백인 중산층 엄마들을 상징하는 ‘사커맘’은 방과 후나 주말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다니며 축구를 시키는 극성 엄마를 일컫는 신조어다. 세계적인 홍보업체 버슨 마스텔러 최고경영자(CEO)인 펜은 현재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최측근 대선 참모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공저자 키니 잴리슨도 여성 컨설턴트다.
‘마이크로트렌드’가 가능하게 된 데는 인터넷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고 이 책은 진단한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연합이나 연대를 어느 때보다 쉽게 해줬기 때문이다. 신기술에 열광하는 집단이 있다면, 기술문명을 멀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반동파도 이에 못지 않으면서 ‘마이크로트렌드’는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빨리빨리’를 주문(呪文)처럼 외치기 시작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려는 부류가 생겨나게 마련인 것과 흡사하다. 오늘날엔 특정 사안과 관련해 주류와 대립되는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단 1%만 있어도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저자들의 방점이 찍힌다.
선택권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마이크로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야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충고한다. 사회 현상을 관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른바 ‘티핑 포인트’에 이르는 주요 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마이크로트렌드’를 놓치기 쉽다. 트렌드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그 중요성 역시 훨씬 더 커졌다.
성공하고 싶은 기업가나 정치인, 선거 전문가들은 이 ‘마이크로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마케팅이나 선거전략 수립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안진환·왕수민 옮김. 1만4800원
미국 어린이들이 엄마·아빠를 졸라 외식할 때면 맥도널드 햄버거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먼저 찾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십상이다. 그런 선입견으론 여덟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의 미국 어린이·청소년 가운데 150만명 정도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에 놀랄 게 틀림없다. 그것도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고기를 거부한다면 쉬이 납득이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에 등장하는 10대들은 90% 이상이 범죄, 폭력, 학대, 무관심 등 부정적인 낱말과 연관된다. 그중에서도 흑인 청소년은 악(惡)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범적 흑인 청소년들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흑인 청소년들은 자원봉사, 투표, 교회 예배 참석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 역사상 유례없이 긍정적인 성적표를 보여준다. 비율로 보면 백인 학생들을 도리어 앞지른다.
문신은 여전히 폭주족, 선원, 죄인을 비롯한 행실이 단정하지 못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엄청난 편견이다. 미국의 25~29세 젊은이들 중 문신을 한 사람은 세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대학생들의 4분의 1이 문신을 새긴다. 문신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에도 퍼져간다.
이렇듯 세상은 사회 통념과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렇지만 획일적이고 거대한 물결이 아니라 작으면서도 강한 응집력을 지닌다. 정보화의 심화에 따라 저마다 개성을 추구하고, 선택의 폭과 자유가 넓어진 덕분이다.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이 함께 쓴 ‘마이크로트렌드(원제 Microtrends: The Small Forces Behind Tomorrow’s Big Changes)’는 사회의 ‘미세한 점들의 집합체’에 주목해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한다. 마이크로트렌드의 렌즈로 세상 톺아보기인 셈이다.
지은이들은 더 이상 ‘메가트렌드’나 ‘전세계적인 경험’만으로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미래의 충격’을 비롯한 앨빈 토플러의 저작이나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만으로는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메가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메가트렌드’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트렌드 계보를 자랑스럽게 잇는 작업임을 천명한다.
‘메가트렌드’가 망원경으로 거대한 물결을 통찰하는 것이라면 ‘마이크로트렌드’는 현미경으로 작은 흐름을 포착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저자들은 ‘메가트렌드’가 통일된 제품의 대량생산을 상징하는 포드 시스템이라면 ‘마이크로트렌드’는 수천 개의 맞춤형 개별화 제품을 서비스하는 스타벅스 경제체제라고 대비한다.
지은이들은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빠르고 격렬하게 나아가며 성장하고 있는 ‘열정적인 주체성 집단’ 가운데 15개 분야 75가지 ‘마이크로트렌드’를 감흥 넘치게 소개하고 있다. 새롭고 짜릿하게 부상하는 흐름, 다소 낯 익더라도 상식을 뛰어넘는 추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하남을 선호하는 쿠거족 여성들, 출·퇴근 왕복 3시간쯤은 거뜬히 감수하는 익스트림 통근족, 내 몸은 내가 진단하고 처방하는 DIY 닥터족,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 60세가 넘는 늙은 아빠들, 젊은 뜨개질족, 10대 머니메이커 고딩 사업가, 현대판 메리 포핀스로 불리는 학사학위를 가진 보모들, 스포츠 틈새화를 부르짖는 양궁맘, 별도의 집에서 함께 사는 LAT 부부족 등등. 주로 미국적 현상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 뚜렷한 틈새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트렌드도 적지 않다.
공저자 가운데 마크 펜은 1996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의 승리를 이끌어낸 마이크로트렌드 ‘사커맘(Soccer Mom)’ 전략으로 이름을 드날린 선거 컨설팅 전문가다. 젊은 백인 중산층 엄마들을 상징하는 ‘사커맘’은 방과 후나 주말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다니며 축구를 시키는 극성 엄마를 일컫는 신조어다. 세계적인 홍보업체 버슨 마스텔러 최고경영자(CEO)인 펜은 현재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최측근 대선 참모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공저자 키니 잴리슨도 여성 컨설턴트다.
‘마이크로트렌드’가 가능하게 된 데는 인터넷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고 이 책은 진단한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연합이나 연대를 어느 때보다 쉽게 해줬기 때문이다. 신기술에 열광하는 집단이 있다면, 기술문명을 멀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반동파도 이에 못지 않으면서 ‘마이크로트렌드’는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빨리빨리’를 주문(呪文)처럼 외치기 시작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려는 부류가 생겨나게 마련인 것과 흡사하다. 오늘날엔 특정 사안과 관련해 주류와 대립되는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단 1%만 있어도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저자들의 방점이 찍힌다.
선택권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마이크로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야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충고한다. 사회 현상을 관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른바 ‘티핑 포인트’에 이르는 주요 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마이크로트렌드’를 놓치기 쉽다. 트렌드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그 중요성 역시 훨씬 더 커졌다.
성공하고 싶은 기업가나 정치인, 선거 전문가들은 이 ‘마이크로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마케팅이나 선거전략 수립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안진환·왕수민 옮김.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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