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餘滴)

[여적]법칙 속의 이명박

입력 : 2008-05-16 17:40:58수정 : 2008-05-16 17:41:02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선 과정에서는 ‘샐리의 법칙’이 작용하는 모습이었던 반면 당선된 뒤에는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듯하다고 누군가가 관찰했다. 한나라당 경선 때와 후보 시절에는 이 대통령에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큰 사건이 덮어주는 행운이 뒤따라 샐리의 법칙이 통하는 것 같았다.

반대로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인수위원회가 가동된 뒤부터는 하는 일마다 꼬여가는 형국이어서 머피의 법칙으로 바뀐 듯하다. 금방 기억해 낼 수 있는 것만 하더라도 영어몰입교육 논란, 청와대·내각 인사 파동, 대운하 논란, 혁신도시 논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 석유·곡물가격 폭등, 저성장 고물가, 쇠고기 파동에 이르기까지 끝 간 데를 모를 지경이니 그럴 만도 하다. 머피의 법칙은 항용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의 불운으로 쓰이지만 원래는 ‘뭔가 잘못될 수 있는 일이라면 틀림없이 누군가 그 잘못을 저지르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운 타령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최악이라고 해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머피의 법칙에 대한 판디크의 추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간단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라는 ‘메이어의 법칙’도 이 대통령에게 대입해볼 만하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게 해법이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실용 1㎏이 이론 1t의 가치가 있다는 ‘부커의 법칙’을 이 대통령은 신봉한다. 뛰어난 판단력은 쓰라린 경험에서 생기지만 그 경험은 형편없는 판단력에서 생긴다는 ‘힉돈의 법칙’은 꼭 되새김직하다. 아무리 잘못된 것도 옳게 보일 수 있다는 ‘스콧의 제1법칙’에 현혹되어서는 꼬인 난제를 풀기 어렵다. 더 쉬운 방법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라는 ‘아일스의 법칙’과 생각하다가 지친 시점에서 결론이 나온다는 ‘매츠의 법칙’, 절호의 기회는 최악의 타이밍에 찾아온다는 ‘더카르메의 법칙’은 위안으로 삼아도 나쁠 건 없을 게다.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3%의 반대자 때문이라는 교훈은 기억해 둘 만한 일이다. 또 한 가지. ‘정치적 비아그라’를 애써 구하려 하기보다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임을 일깨워준 장자(莊子)를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적(餘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시간이 해결책’  (0) 2008.05.30
[여적]침묵의 카르텔  (2) 2008.05.23
[여적]사바의 연꽃  (2) 2008.05.09
[여적]석양 음악  (0) 2008.05.02
[여적]박경리  (0) 2008.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