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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유리천장 뚫기

입력 : 2008-06-27 17:59:40수정 : 2008-06-27 17:59:57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불리는 ‘알파걸’의 부상을 알게 모르게 두려워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한편에서는 여성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와 대기업 등에서 여성이 고위직이나 임원으로 승진하면 그것만으로 여전히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게 이를 입증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나라 안팎을 불문한다.

며칠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장 내정자를 발표하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또 다른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촌평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패한 힐러리는 경선 승복 연설에서 “비록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진 못했지만 거기에 1800만개의 균열(1800만표)을 남겼다”고 표현했다. 막상 당사자인 앤 던우디 여성 대장 내정자는 “나는 유리천장이 뭔지 모르는 가정에서 자랐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유리천장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38년 전인 1970년 여성들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조어로 쓴 이래 여성차별의 상징어처럼 자리잡았다.

엊그제 여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07년도 여성인력패널조사·여성관리자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유리천장이 엄존하고 있다. 임원급은 정규직 여성 200명 가운데 1명꼴도 안되며, 기업 2곳 중 1곳에는 부장급조차 없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직장에서의 차별을 아예 ‘콘크리트 천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아직 바닥권에서 맴돈다. 2006년 유엔 조사에서 한국은 75개국 가운데 53위를 차지했다. 여성개발지수를 보면 136개국 중 25위의 ‘우수국가’로 분류되는데도 말이다.

일부 학자들은 유리천장 현상이 존재하는 이유로 여성들의 자질 결핍, 경험 결핍, 비전과 리더십의 결핍 등 세 가지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위층의 남성 선호와 관행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알파걸 현상으로 말미암아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유리천장 이론을 ‘피해의식에 휩싸인 된장녀들이 사용하는 무기’로 여기는 인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알파걸들은 스스로 우월하다거나 대접받아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유리천장이 사어(死語)가 될 날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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