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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메갈로폴리스

입력 : 2008-08-01 18:01:06수정 : 2008-08-01 18:01:12

문화주의 도시론을 설파하는 루이스 멈포드는 도시가 에오폴리스에서 폴리스, 폴리스에서 메트로폴리스, 메트로폴리스에서 메갈로폴리스로 진화하다 메갈로폴리스에서 네크로폴리스로 전락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20세기가 낳은 걸출한 건축비평가인 멈포드가 경고한 마지막 단계 네크로폴리스는 납량물마냥 간담을 서늘케 한다.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는 공룡화된 메갈로폴리스가 견디다 못해 해체돼 가는 ‘죽음의 도시’다. 네크로폴리스는 ‘죽은 자의 도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nekropolis’에서 따왔다.

멈포드가 네크로폴리스의 바로 전 단계로 본 초거대도시 메갈로폴리스는 1961년 프랑스 지리학자 장 고트망이 현대도시 개념으로 처음 사용한 조어다. 고트망은 미국 동부 보스턴에서 워싱턴에 이르는 광대 지역이 자동차로 9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당시로서는 유례가 없는 1억명의 인구 밀집 지역인 데 착안해 메갈로폴리스란 이름을 붙였다. 실은 고대 그리스의 에파미논다스가 아르카디아 남부에 건설한 거대 폴리스를 지칭한 말이다.

66억7000만명에 이르는 지구촌 인구 가운데 절반 정도가 도시에 살고, 그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메갈로폴리스에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메갈로폴리스라는 황량한 사막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학자들도 있다. 뉴욕, 도쿄, 런던, 파리, 시카고를 세계 5대 메갈로폴리스로 꼽는다. 여기에다 중국 상하이가 최근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인 ‘항저우만 해상대교’의 개통으로 인근 저장성 일대의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면서 6대 메갈로폴리스로 도약할 것이라고 과시하고 있다.

서울도 메트로폴리스를 넘어 메갈로폴리스로 불리게 된 지 오래다. 그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상하이와 도쿄 등 동아시아 메갈로폴리스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서울 중심의 국가발전전략을 강조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옹호론자들은 당연히 경쟁력에 방점을 찍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와 비판론자들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비롯한 여러 갈래의 반대 이유를 제시한다. 숨은 정치적 함의는 그만두고라도 메갈로폴리스의 급선무는 규모가 아니라 외국의 고급인력이 선호할 정도의 ‘삶의 질’이라는 게 나라 안팎 전문가들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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