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19 17:38:01ㅣ수정 : 2008-09-19 17:38:16
ㆍ경제교육 다시 받아라
ㆍ美 두 중견언론인이 내놓은 금융해일의 원인과 해법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브루스 헨더슨·조지아 가이스 | 랜덤하우스코리아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으로 이어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끝 간 데 모를 정도의 엄청난 충격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세계 경제 해일의 시발점은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비롯됐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인 30만가구가 집을 잃었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해일로는 2000만가구의 집이 없어졌다.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드러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래 온갖 진단과 처방이 등장하고 있으나 당장 신묘한 효험이 나타날 리 없다. 그동안은 금융 위기인지라 금융의 시각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주류를 이뤄왔다.
미국의 두 중견 언론인 브루스 헨더슨, 조지아 가이스는 단순히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경제 외적인 분야에서도 혜안을 구하려 한다. 내집마련이나 돈벌이 자체가 아니라 가치관과 규범의 변화까지 주목한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쓴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원제 The Economic Tsunami)는 금융 해일의 원인과 해법을 보통사람들이 본질부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나간다. 흔치 않게 한·미·일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지은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낮은 금리, 느슨한 감사와 같은 완화된 대출 규제,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폭등과 폭락, 인간의 탐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발생했다고 전제한다.
저자들은 우선 ‘아메리칸 드림’과 서브프라임 위기의 상관관계를 파고든다. 미국의 대표적 모토가 담긴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이 자기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라는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집이나 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금괴를 소유하는 것과 동등하게 여겨졌다. 미국인들이 한국인 못지않게 집에 그토록 집착하는 까닭을 알 것 같다. 최근 10년간 어딜 가도 미국인들은 집 이야기를 하고, 구입 계획을 세웠다. 이웃의 좋은 집을 선망하고 끊임없이 다른 집을 물색하며 대출기관을 바꾸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미국 주택건설업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미국인의 평균적인 집 넓이는 229㎡(약 70평)나 된다. 1970년과 비교해도 거의 1.6배다.
신용 위기의 파고가 이제 미국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잘 손질된 잔디정원에 흰 울타리가 둘러쳐진 교외 주택을 갖는다는 꿈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은이들은 ‘쉽게 벌고 쉽게 쓰기’가 만연한 미국인들의 안이한 생각도 도마에 올려놓고 위기의 근원을 파헤친다. 신용카드 산업이 이를 조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청교도 정신에 바탕한 미국인들에게 오랜 미덕의 하나인 근검과 절약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 턱없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은이들은 평가한다. 미국 정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묘사한다. 미국인들의 ‘내 집’에 대한 집착과 이에 대한 선의의 장려책이 뜻하지 않은 재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부터 오랫동안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을 촉진한다고 앞장서서 주장해왔다. 미국 정부는 사태 발생 후에도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 언 발에 오줌 누기식 금융정책으로 혼란을 해결하려 했다고 질책한다.
재직 당시엔 칭송이 자자했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낮은 금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을 비롯한 연방준비은행의 높은 양반들은 왜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부풀어 오르는 거품을 바라보기만 한 걸까 하고 지은이들은 탄식한다. 사실 그린스펀도 최근 사태를 “한 세기에 한두 번 정도 나올 만한 사건”이라고 엄중하게 평가할 만큼 심각하다.
변칙적 신용을 남발한 월스트리트는 더욱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몇 가지 대출을 하나로 묶어서 증권화하는 사업이 원흉으로 꼽힌다. 올 3월에 파산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포함해 도이체 방크, 리먼 브라더스 등이 2005~2006년에 이런 증권화 상품을 1조2000억달러나 팔았다.
지은이들은 금융지식이 부족한 개인들에게까지 책임을 돌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신청할 때 대출신청자의 소득액을 부풀리거나 허위 신청하는 도덕불감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나름대로 10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돈의 본질적 기능과 신용제도에 대한 이해 제고, 초등학교부터의 경제 교육, 기업윤리 개혁, 정부의 강력하고 효과적인 규제 도입, 모기지 중개인과 주택 개발업체 규제, 월스트리트 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한 감독 강화, ‘내집마련’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전통 재고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위기의 진정한 부작용은 좀더 시간이 지나야 수면 위로 떠오를 게 뻔해 지금은 반성과 상황을 검토할 때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례나 설명이 미국 내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게 아쉽다. 그래선지 한국 금융전문가의 관련 해제가 곁들여졌다. 김정환 옮김. 1만2000원
ㆍ美 두 중견언론인이 내놓은 금융해일의 원인과 해법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브루스 헨더슨·조지아 가이스 | 랜덤하우스코리아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드러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래 온갖 진단과 처방이 등장하고 있으나 당장 신묘한 효험이 나타날 리 없다. 그동안은 금융 위기인지라 금융의 시각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주류를 이뤄왔다.
미국의 두 중견 언론인 브루스 헨더슨, 조지아 가이스는 단순히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경제 외적인 분야에서도 혜안을 구하려 한다. 내집마련이나 돈벌이 자체가 아니라 가치관과 규범의 변화까지 주목한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쓴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원제 The Economic Tsunami)는 금융 해일의 원인과 해법을 보통사람들이 본질부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나간다. 흔치 않게 한·미·일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지은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낮은 금리, 느슨한 감사와 같은 완화된 대출 규제,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폭등과 폭락, 인간의 탐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발생했다고 전제한다.
저자들은 우선 ‘아메리칸 드림’과 서브프라임 위기의 상관관계를 파고든다. 미국의 대표적 모토가 담긴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이 자기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라는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집이나 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금괴를 소유하는 것과 동등하게 여겨졌다. 미국인들이 한국인 못지않게 집에 그토록 집착하는 까닭을 알 것 같다. 최근 10년간 어딜 가도 미국인들은 집 이야기를 하고, 구입 계획을 세웠다. 이웃의 좋은 집을 선망하고 끊임없이 다른 집을 물색하며 대출기관을 바꾸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미국 주택건설업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미국인의 평균적인 집 넓이는 229㎡(약 70평)나 된다. 1970년과 비교해도 거의 1.6배다.
신용 위기의 파고가 이제 미국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잘 손질된 잔디정원에 흰 울타리가 둘러쳐진 교외 주택을 갖는다는 꿈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은이들은 ‘쉽게 벌고 쉽게 쓰기’가 만연한 미국인들의 안이한 생각도 도마에 올려놓고 위기의 근원을 파헤친다. 신용카드 산업이 이를 조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청교도 정신에 바탕한 미국인들에게 오랜 미덕의 하나인 근검과 절약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 턱없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은이들은 평가한다. 미국 정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묘사한다. 미국인들의 ‘내 집’에 대한 집착과 이에 대한 선의의 장려책이 뜻하지 않은 재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부터 오랫동안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을 촉진한다고 앞장서서 주장해왔다. 미국 정부는 사태 발생 후에도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 언 발에 오줌 누기식 금융정책으로 혼란을 해결하려 했다고 질책한다.
변칙적 신용을 남발한 월스트리트는 더욱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몇 가지 대출을 하나로 묶어서 증권화하는 사업이 원흉으로 꼽힌다. 올 3월에 파산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포함해 도이체 방크, 리먼 브라더스 등이 2005~2006년에 이런 증권화 상품을 1조2000억달러나 팔았다.
지은이들은 금융지식이 부족한 개인들에게까지 책임을 돌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신청할 때 대출신청자의 소득액을 부풀리거나 허위 신청하는 도덕불감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나름대로 10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돈의 본질적 기능과 신용제도에 대한 이해 제고, 초등학교부터의 경제 교육, 기업윤리 개혁, 정부의 강력하고 효과적인 규제 도입, 모기지 중개인과 주택 개발업체 규제, 월스트리트 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한 감독 강화, ‘내집마련’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전통 재고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위기의 진정한 부작용은 좀더 시간이 지나야 수면 위로 떠오를 게 뻔해 지금은 반성과 상황을 검토할 때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례나 설명이 미국 내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게 아쉽다. 그래선지 한국 금융전문가의 관련 해제가 곁들여졌다. 김정환 옮김.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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