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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알로하 정신

입력 : 2008-12-26 17:53:10수정 : 2008-12-26 17:53:13

하와이 민요 ‘알로하오에’를 작사·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하와이 왕국 마지막 여왕 릴리우오칼라니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생명은 모든 곳에 있다. 나무에도, 꽃에도, 무지개에도, 바위에도. 그렇게 모든 존재는 태초에 신이 나눠준 생명의 숨결을 나누며 살고 있다.” ‘알로하’는 바로 그런 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알로하는 하와이 원주민 말로 ‘안녕’이란 인사지만 특유의 관용 정신과 서로 인정하는 마음이 담겼다. 하와이는 원주민들의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알로하 정신’이 있어 더욱 특별하다.

사실 알로하의 의미에 대한 일치된 정의는 없다. 피터 아들러 변호사는 사랑을 전하거나 측은한 마음을 표현할 때, 인정이나 동정을 보여줄 때, 자비와 호의를 나타낼 때, 인사나 작별·슬픔을 드러낼 때 두루 쓰인다고 설명한다. 마헤알라니 카마무 원주민 변호사는 알로하 정신이 무조건적인 베풂과 나눔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와이 낙원의 이면>이란 책에서 홀리 앤더슨은 “알로하 정신은 겸손과 조화, 은총을 주신 신의 숨결”이라고 해석한다. 알로하 정신 가운데 하나가 손님의 목에 화환 ‘레이’를 걸어주는 풍습이다. ‘레이’는 훌라춤과 더불어 하와이 문화의 2대 상징이다. 하와이 주의 별칭 ‘알로하 스테이트’도 여기서 비롯됐다.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지지받은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알로하 정신’이었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며 전통 문화와 사회적 관습 속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레 터득한 것이다. 오바마는 <담대한 희망>이란 저서에서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관용, 평등, 소외계층 옹호 같은 가치를 머리 속에 깊숙이 새겨 놓았다고 회상했다.

하와이 오아후 해변에서 휴가 중인 오바마는 정치적 경쟁 과정에서 그를 이끌어온 동력 가운데 하나인 ‘알로하 정신’을 충전하는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성탄절날 전했다. 나라 경제가 거덜 난 급박한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한가하게 무슨 휴가냐고 의아해할 법도 하다. 하지만 재충전한 오바마의 알로하 정신이 미국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유감없이 현현된다면 더 크게 바랄 것도 없으리라. 기실 알로하 정신이 절실한 곳은 극도의 분열정치로 치닫는 세밑의 대한민국 정치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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