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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우주 교통사고

입력 : 2009-02-13 18:01:10수정 : 2009-02-13 18:01:13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는 2000억개 정도의 별이 있으며 우주에는 이와 비슷한 은하계가 1000억개나 된다고 한다. 우주의 중력으로 말미암아 수십개 단위의 은하군과 수천개 단위의 은하단이 형성되고 은하끼리 충돌하는 사건도 빈번하다. 지구상의 교통사고처럼 은하끼리의 충돌 사고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엄청난 중력이 접근 중인 양쪽 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들을 떼어 내어 우주 공간으로 날려 버린다. 두 은하가 모두 나선형이라면 부딪칠 때의 강력한 힘으로 가스 원반은 우주 공간으로 모두 날아가 버린다. 우주의 가장 큰 교통사고가 은하 충돌이다. 은하의 밀도가 높을수록 ‘우주의 교통사고’는 더욱 잦다.

우주에서는 이보다 작은 교통사고도 발생한다. 4억7000만년 전 지구 전역에 운석 소나기가 쏟아져내린 것은 우주 공간에서 운석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증거가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됐다. 1억6000만년 전 화성과 목성 사이 궤도를 돌던 소행성들이 충돌하면서 생긴 대형 운석이 공룡의 멸종을 가져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우주 교통사고를 내는 혜성도 있다. 1994년 7월14일 모두 21개 조각으로 갈라진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목성과 충돌한 게 좋은 사례다.

마침내 우주 궤도에서 인공위성끼리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사상 처음 발생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통신용 인공위성이 충돌한 우주 교통사고는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52년 만이다. 어제는 한국이 쏘아올린 과학기술위성 1호도 미국 군사위성과 충돌할 뻔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본격적인 우주 교통사고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번 우주 교통사고는 우주 궤도에 인공위성들이 너무 붐벼 언젠가 충돌로 인한 위험한 파편들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다. 우주 궤도상에는 6600여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됐으며 이 가운데 3000개가량이 활동 중이다. 우주전문가들은 수년전 로마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우주비행교통규칙을 제정할 것을 호소한 적이 있다.

2020년쯤이면 신혼부부들이 첫날밤을 달나라 호텔에서 보낼 수 있다는 낭만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에 비춰 보면 우주에도 교통신호등이나 교통경찰이 필요할지 모른다. 신이 교통정리를 해줄 리는 만무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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