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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부부의 침대

입력 : 2009-09-11 17:53:04수정 : 2009-09-11 17:53:05


미국 부부의 62%만 배우자와 늘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세계에서 수면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조사 결과다. 부부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의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기실 좋은 점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 코골이, 잠꼬대, 몸부림, 이갈기, 이불 경쟁, 자다가 화장실 가기, 상대방 밀어내기, 좋아하는 침실 온도의 차이 등 잠자리를 함께할 때 감내해야 할 문제는 숱하게 많다.

폴 로젠블라트 미네소타대 가족사회학 교수는 <한 침대에 두 사람-부부 잠자리의 사회학>(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이유를 안전감과 친밀감 때문이라고 대답한 부부가 많다고 전한다. 특히 아내의 경우 남편이 집에 없을 때 외부인 침입 등의 위험과 불안을 느낀다. 일부이지만 배우자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하더라도 함께 자는 것이 인생에서 소중한 일이라고 답한 사람들도 있긴 하다.

78%의 미국인 부부는 킹 사이즈나 퀸 사이즈 침대를 쓰고 있다. 큰 침대를 사용하는 게 잠자리 공간을 보장해주고 서로 몸에 닿지 않기를 원할 경우 이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배우자의 화장실 가기가 수면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이불을 둘러싼 문제 같은 사소한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는 유머와 웃음이 특효약이라고 생각하는 부부가 많아 다행스럽다.

영국 서리대학의 수면 전문가인 닐 스탠리 박사는 최근 침대를 따로 쓰는 것이 숙면과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부부가 침대를 공유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며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미국 커플들의 4분의 1은 따로 자는 것을 이미 어느 정도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미국 건축업체들의 조사로는 2015년까지 맞춤형 주택의 60%가 두 개의 주 침실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쨌든 가장 지혜로운 것은 ‘부부가 진정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 칼날만한 침대에 누워도 잘 수 있지만 서로 반목하면 16m나 되는 폭 넓은 침대라도 비좁기만 하다’는 유대인의 인생 지침서 <탈무드>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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