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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나로호와 과학 진흥

입력 : 2009-08-28 18:00:21수정 : 2009-08-28 18:00:22


얼마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던 ‘이공계가 서러울 때’라는 글이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경제학과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경제학과 교수가 주식 투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5명의 사람들은 모두 인생에 도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경청하였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미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미대 교수가 빈센트 반 고흐의 ‘르노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5명의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경청하면서 그 교수가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법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법대 교수가 대한민국의 헌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5명의 사람들은 조금 지루하였지만 나름대로 경청하였고, 박식한 사람이라고 칭찬함과 동시에 그 교수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공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공대 교수가 ‘룬지-쿠타방법’(Runge-Kutta Method)을 사용한 비선형 미분방정식의 수치적 접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5명의 사람들은 정신병자가 어디다 대고 ×소리냐고 욕을 하였다.’

사뭇 희화적이면서도 처연하다. 우연의 일치지만 룬지-쿠타방법은 비선형 방정식을 푸는 가장 간단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가상적인 인공위성 프로그램을 짜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지구는 완전한 타원체가 아니라 남극이 들어가 있고 인도양이 약간 튀어나와 약간 찌그러진 타원이어서 인공위성에 작용하는 비선형적 중력 요소를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지 못해 아쉽지만 한국이 그동안 투입한 예산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예산은 인도의 30% 정도, 발사체 개발 인력은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열악한 연구환경으로 인해 한국인 미국 이공계 박사의 46% 정도가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정착한다는 통계도 있다. 2004년 이공계 대학생 비율은 한국이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15%인 미국의 두 배가 훨씬 넘고, 2위인 독일의 31%나 일본의 25%와 비교해도 월등하지만 연구환경은 반비례다. 비교 열세인 환경 속에서 성과만 내도록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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