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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김학순 칼럼> 6자회담 '트롤로프의 수' 2005-09-14 쿠바 미사일 사태는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기념비적 사건의 하나다. 국제정치학 교과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귀감이 담겼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1962년 10월15일 소련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핵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건설 중인 사실이 발각되고 나서 미사일 철수를 선언하기까지 13일 동안은 역사상 초강대국 간의 핵전쟁 확률이 가장 높았던 기간이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D데이-13'에 극적으로 묘사된 적이 있는 당시 상황은 영화보다 더 전율을 느낄 정도로 긴박했다. 그런 만큼 미국과 소련의 수뇌부가 펼친 기대결과 수싸움은 아직도 학자들과 정치지도자들의 매력적인 연구대상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은 북한 핵.. 더보기
[김학순 칼럼] '웰컴투 동막골'의 정치사회학 2005-09-05 '다 보고 나서 모두들 느낀 생각은 이건 반미영화였구나였다' '교묘한 이념영화다' '네거티브 전략의 친북영화다' '프로파간다의 정의를 본 듯하다' '휴머니즘으로 포장한 민족주의 정서의 상업영화' '젊은 세대들이 자기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을까'. 6.25전쟁을 소재로 한 대박영화 '웰컴투 동막골'은 인기몰이만큼이나 이념논란도 뜨겁고 격하다. 쟁론의 장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음은 물론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블록버스터와는 또다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특히 젊은 세대에 비해 반공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년 이상의 세대들 가운데 혼란을 호소하거나 뜨악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더 과격한 어조를 .. 더보기
<아침을 열며> 미복잠행 한번 해보시죠, 대통령님! 2005-08-01 기자가 사는 곳은 지하철 역에서 내려 재래시장과 서민상가가 빼곡히 들어찬 길을 지나야 하는 아파트 단지다. 얼마 전까지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분의 지역구에 속하기도 한다. 그만큼 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주민이 많이 산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서울 변두리에 자리한 이 곳의 민심은 요즘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납다. 지난 주말 이 곳 쉼터의 작은 화젯거리는 군 훈련소 중대장의 위장 훈련병 체험이었다. 태풍급 위력을 지닌 안기부 도청 X파일 사건에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연정 제의로 온통 뒤숭숭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한줄기의 청량한 바람 같은 일화였기 때문인 듯하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 얘기만 나오면 한마디쯤은 거들어야지 뒷전에서 듣고만 있지 못하는 성정인 데다 최근 잦.. 더보기
<아침을 열며> 정치공학의 함정 2005-07-04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하는, 아니 최소한 좋아하지 않는 말 가운데 하나인 '정치공학'에 얽힌 조그만 일화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있었다. 미국 남일리노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연세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주관중(朱冠中) 교수가 1960년대 후반 '정치공학'이라는 책을 냈다. 서점에 깔려있던 이 책은 어느 날 청와대 지시로 모두 회수되고 만다. 그 뒤 주교수는 대통령 정무비서관에 임명된다. 박전대통령이 능수능란한 정치공학(political manipulation)적 수완을 발휘하게 된 데는 주비서관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전해 내려온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그의 정치공학은 정치의 기능을 체계화하고 실증적으로 연구하.. 더보기
<아침을 열며>"아마추어 국정" VS "관료주의 발호" 2005-06-06 천주교 신자인 데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일천했던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법화경(法華經)을 번역하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그러자 춘원의 사촌동생이자 역경사(譯經師)였던 운허(耘虛) 스님이 청담(淸潭) 스님에게 득달같이 달려갔다. 형의 번역작업을 만류해 달라는 것이었다. 춘원이 법화경을 소설가적인 식견으로 잘못 번역해 놓더라도 그의 명성 때문에 독자들이 옳다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크게 염려해서다. 청담은 춘원을 찾아가 그가 지금 법화경을 번역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면서 중단을 간곡히 요청했다. 한문 실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불교에 대한 공력도 나름대로 갖추었다고 자부하던 춘원은 물러설 줄 몰랐다. 춘원은 "그러면 1주일이든 2주일이든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하자"며 끈질기게 물고.. 더보기
<아침을 열며> '어영부영 40%'의 균형자론 2005-05-09 '지지계층 30% 반대계층 30% 어영부영 40%'.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재.보선 패배 직후 차기 대선전략을 위한 유권자 계층의 역학구도를 분석하면서 운위한 '어영부영 40%'는 용어선택에 문제가 있었지만 애교로 봐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문의장의 표현대로 선거판에서 '어영부영 40%'를 잡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점은 비율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민주국가에 적용되는 선거구도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기회주의자랄 수도 있으나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야말로 변화를 위한 균형자인 셈이다. 논란의 대상으로 따지자면 말도 많은 동북아 균형자론보다 '어영부영 40%'의 균형자론이 훨씬 더 설득력을 지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40%를 잡는 방법론을 둘러싼 노선갈등의 불씨.. 더보기
<아침을 열며> 일본편만 드는 미국 2005-04-11 한국과 일본 사이에 사활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개입될 때마다 미국이 알게 모르게 일본편에 서는 역사적 악몽에 우리는 시달리곤 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가 끝내 미결인 채로 남게 된 것도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대일본정책이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바로 미국정부를 대표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전후처리방식 때문이다. 맥아더는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협력을 점령정책 성공의 열쇠로 여겼다. 해서 일왕의 전쟁책임을 면책하는 대가로 미국의 일본점령정책에 전적으로 협력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잠시 축출되었던 일본 전범들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일관계가 변화하면서 정계에 복귀하는 바람에 일본정치의 우경화를 부채질했다. 미국이 패전국 일본의 전쟁책임을 희석시킨 일이 과거사문제 해결.. 더보기
<아침을 열며> 대한해협의 비극 2005-03-14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란 개와 원숭이 사이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요즘 일본을 보면서 또 한번 절감한다. 꽃샘추위 속이라 일본으로부터 날아오는 체감 한기는 뼛속 깊은 곳까지 시리게 한다. 잠잠하다 싶으면 어느새 검푸른 파고를 몰고 오는 대한해협(현해탄)이 상징하듯 한국과 일본의 특수관계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韓성장 견제하는 계산된 술수 한류(韓流)를 타고 한겨울에도 봄바람이 감지되는 듯하던 한국과 일본 관계는 새해 들어 독도를 둘러싸고 다시 난기류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상서롭지 못한 바람은 어쭙잖은 한국 지식인의 친일 망발과 몇몇 지원사격 세력으로 한국민들의 복장을 내지른다. 곧 이은 일본 교과서 왜곡 소식이 기름을 끼얹어 순식간에 거대한 산불로 비화됐다.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한.. 더보기
<아침을 열며> 北核의 역지사지 접근법 2005-02-16 중세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귀족들이 속칭 '야자타임' 같은 신분 역전 시간을 만들어 즐기는 관습이 있었다. 이 연회의 사회를 맡아 보는 사람을 '무질서의 지배자'(Lord of Misrule)라고 불렀다. '무질서의 지배자'는 언제나 평민이나 노예 중에서 뽑혔다. 그는 연회장에서 왕처럼 굴었고, 참석자들도 그를 왕처럼 받드는 장난기 어린 시늉을 한다. '무질서의 지배자'는 잠깐 동안이나마 기존의 위계질서를 거꾸로 뒤집거나 풍자하곤 한다. 물론 짧은 무질서가 끝나고 나면 기존 질서가 곧바로 회복된다. 깨달음준 유럽식 ‘야자타임’ 이와 흡사한 현실 역전 현상은 유럽의 다른 사회에서도 있었다. 도제(徒弟)가 하루 이틀 동안 장인(匠人) 역할을 하거나, 하룻동안 남녀가 서로 반대의 .. 더보기
<아침을 열며> 한국어가 중국어에 포위되는날 2004-12-29 나라 안팎으로 심란하기 그지없는 소식으로 가득한 세밑에 스쳐 지나가기 십상인 자그마한 두 가지 뉴스가 기자의 눈길을 새삼 사로잡는다. 며칠전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이 보내온 기사와 뉴욕 타임스가 베를린에서 전한 독일 소식이 그것이다.베이징 뉴스는 중국 정부가 중국어를 영어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어로 키우기 위해 야심찬 전략을 수립하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발 기사는 이와 정반대다. 전세계적인 영어 범람 속에 일상 독일어가 영어에 밀리는 '언어의 제국주의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소식이다. 외국인 3천만명 중국어 공부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5년 안에 1억명으로 늘리려는 중국어 세계화 전략은 가히 공룡국가답다. 이미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은 100여개국 2,300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