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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김학순 칼럼] 北 미사일과 ‘죄수의 딜레마’ 입력 : 2006-06-27 18:16:59 남북한관계나 북·미관계에서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이 곧잘 부상한다. 주로 북한의 전략적 국면전환 카드로 시작되는 게임에서 미국이나 남한이 약속위반에 대한 ‘되갚기’ 여부를 고민해야할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이론화한 ‘죄수의 딜레마’는 간결하게 풀이하면 이렇다. 범죄를 함께 저지른 두 사람이 경찰에 체포된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에 갇혀 사전에 입을 맞출 수 없다. 경찰은 두 혐의자에게 각각 이런 제의를 한다. 먼저 공범을 배신하고 자백을 하는 사람은 바로 풀려나겠지만 상대방은 15년 징역형을 받는다. 그렇지 않고 두 명 다 자백하면 나란히 10년 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만약 둘 다 자백을 거부하면 불법무기 소지만 문.. 더보기
[김학순 칼럼] 투표일 아침의 단상 입력 : 2006-05-30 18:07:02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전히 통한다고 인식되는 곳이 정치판이다. 적어도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오랫동안 그렇게 각인돼 왔다. 여기엔 선거야말로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는 비관주의가 바탕에 도도히 흐른다. 다른 한편으로 좋은 것의 적(敵)은 나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이라는 역설도 선거전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현상의 하나도 이런 역설적인 적(敵)개념이다. 보다 적확하게 얘기하자면 인기있는 후보의 적은 더 인기있는 후보인 셈이다. 이미지가 이미지를 눌렀다는 시선도 맥락은 흡사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초기에는 한동안 여야를 통틀어 한나라.. 더보기
[김학순 칼럼] 공자와 마부, 그리고 평택기지 입력 : 2006-05-02 18:08:17 공자(孔子)가 타고 다니던 말이 어느날 한 농부의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망쳐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농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을 끌고 가 버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찾아오겠느냐?”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말재주가 좋다고 소문난 제자 자공(子貢)이 선뜻 나섰다. 그러자 마부도 함께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그래도 자공이 가는 것이 좋겠다.” 공자의 말에 자공이 휘파람을 불며 농부에게 갔다. 하지만 자공이 손이 닳도록 빌고 설득해도 농부는 말을 돌려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에 잡혀 있는 말고삐를 강제로 빼앗아 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 더보기
[김학순칼럼] 정주영과 신문대학 입력 : 2006-04-04 17:59:37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신문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남달랐다. 이런 일화를 들으면 금방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게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정회장을 청와대로 불렀을 때였다. “소(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분이 어떻게 우리나라 최고 명문을 나온 직원들을 그렇게 잘 다루십니까?” “제가 왜 소학교밖에 안 나왔습니까? 저도 대학을 나왔습니다.” 정회장이 섭섭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정회장께서 소학교만 졸업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어느 대학을 나왔습니까?” “신문대학을 나왔지요.” “신문대학이라뇨?” 박대통령은 정회장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나오자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 더보기
[김학순 칼럼]‘제3의 길’은 대안인가 입력 : 2006-02-07 18:03:58 불안과 불만은 대안을 낳는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진영이 한결같이 대안찾기에 유행처럼 나선 느낌이다. 보수 우파 일부가 잰걸음으로 대안 모색에 나선 것은 집권대안세력에 대한 좌절과 불만이 도화선이 됐다. 그러자 불안과 위기감이라면 그에 못지 않은 진보 진영도 보고만 있기 어려웠던 듯하다. 원인제공자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정권담지자들이다. 한국 사회의 이념·정책적 대안모색이 독창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유럽에선 전통적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제3의 길’이 등장하자 반론과 더불어 이른바 ‘2와2분의1의 길’ 같은 또다른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영국에서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제3의 길’을 이론화하고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신좌파노선’.. 더보기
[김학순 칼럼]이종석 외교안보팀의 숙제 입력 : 2006-01-10 18:12:33 참여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점은 결코 후덕하지 않다. 나라 안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금 ‘달아나는 동맹’이며 대학원 과정의 평화학 도서 목록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한다.” 윌리엄 크리스톨 미국신세기프로젝트 소장이 1년여 전 내뱉듯 터뜨린 불만이다. 기분이 좋을 리 없지만 그가 미국의 대표적인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인 점을 감안하면 매파의 냉소쯤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다.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의 충고는 차원과 무게가 달라 보인다. “독일은 주변국가들이나 북미 대륙의 파트너 국가들과도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지금 한국은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마저 악화되어 국제무대에 홀로 서 있는 것 .. 더보기
<김학순 칼럼> 강대국 각축장, 東亞 정상회의 2005-12-14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1984년 10월22일 중앙고문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다. "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에 대해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댜오위다오는 일본에서 센카쿠(尖閣)열도라고 불러 이름도 우리와 달라 분쟁 중인 현안이다. 이 문제는 그대로 놓아 두면 다음 세대에 가서 더 현명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나의 머릿속에서는 두 나라의 주권 다툼과 관계없이 공동개발은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도서 주변의 해저 석유 등을 공동 개발해 합작 경영하고 공동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싸울 필요도 없고 많은 담판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화제는 또 다른 분쟁지역으.. 더보기
<김학순 칼럼>회색도 때론 정답이 된다 2005-11-23 남북한관계에서는 모호성이 늘 말썽을 빚곤 한다. 북한 인권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때 우리 정부가 기권한 것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도 모호성투성이기는 마찬가지다. 경수로 제공 문제부터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이르기까지 애매한 수사학으로 점철돼 있다. 극단적인 비판자들은 '지뢰밭'이라고 일컫는다.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공급을 논의한다' '각자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 조치들을 취한다'는 표현 등은 벌써부터 북한과 미국간에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거나 갈등의 소지가 충분하다.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한다'는 조항은 양날의 칼과 같다. '한.미 동맹 .. 더보기
<김학순 칼럼> 싸움닭 정치 2005-10-26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흥미롭게 묘사한 촌평을 보면 단편적이고 선입견이 섞인 듯하지만 입가에 웃음이 배어나올 때가 많다. 그런 얘기 가운데 한 방에 둘이 같이 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엮은 것이 있다. "미국인은 상대방을 맞고소하고, 중국 사람은 장사를 트기 위해 흥정을 벌이며, 일본인은 의례적인 인사만 나눈다. 싱가포르 사람은 학교성적표를 보자고 하며, 대만인은 함께 해외이민 신청을 한다. 인도인은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미국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스웨덴 사람은 섹스에 열중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싸운다'가 정답이다. 이 답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게 아니다. 저명한 외국 언론인의 눈에 비친 그대로다. 우리보다 후진국에 속하는 캄보디아 사람의 통찰도.. 더보기
<김학순 칼럼> '밑빠진독' 賞과 황금양털賞 2005-10-05 뉴욕타임스 최고의 아시아통 기자로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눈에는 일본에서 목도한 이해할 수 없는 정책들이 인상깊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일본처럼 그럴 듯한 나라가 어마어마한 액수의 예산을 불합리하게 쓴 사례는 숱하지만 그 가운데 두 가지 경우에 더욱 놀랐다. 1천3백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 고작 350명이 살고 있는 조용한 작은 섬 이카라지마를 육지도 아닌 이웃 섬과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한 것이 그 중 하나다. 15분이면 어렵잖게 오갈 수 있는 페리가 있었지만 정부는 이카라지마 사람들의 생활을 향상시킨다는 명분 아래 주민 1인당 약 3억7천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은 용도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 정도의 거액이라면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