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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데스크 칼럼> 물방개 정치론 2002-11-18 대선 국면에서 전개되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의 '물방개 정치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정치가는 물방개와 같은 것이다. 시냇물의 흐름에 따라 어느 때는 동행하고 어느 때는 역행하다가 또 때가 오면 동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큰 강의 흐름에는 모두가 휩쓸려 간다. 오늘의 적은 내일의 우군이요, 크게 보면 천하이지만 작게 보면 국회 안의 의원, 불과 몇백 명 가운데 하나다. 정계에는 '절대'라는 것이 없다. 그런 여유를 가지고 상대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나카소네 전총리는 이 '물방개 정치론'을 후배정치인들에게 거의 예외없이 경구(警句)로 들려주었다. 자신의 자서전에도 빠뜨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다같이 서구의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가치에 바탕을.. 더보기
<데스크칼럼> 정치언어 살생부라도 만들자 2002-10-14 극단적으로 '정치=말'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면 한국의 정치개혁은 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요즘이다. 그렇잖아도 한국이 정치판에서 말이 가장 거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정평이 나 있지만 연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지는 추태를 보면 마치 욕설 경연대회장 같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기준이 쌍스런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최근엔 대선을 앞두어선지 정당의 국회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원내총무들이 의원들의 발언을 자제시키기는커녕 한술 더 뜨는 경향까지 보인다.정치권에서는 국회 밖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말의 자극성을 높일까 궁리하는 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 정당의 대변인들이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차례 신사협정을 맺고 품격있.. 더보기
<데스크 칼럼> 부시의 '마니교 정치학' 2002-09-09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마니교 정치학'의 신봉자인 듯하다. 그는 어떤 사안이든 극도로 단순화하길 즐긴다. 우선 잘 알려진 대로 세계를 선과 악으로 명쾌하게 나눠 버리곤 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거나 협력하는 나라는 '친구'이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적'으로 여긴다. 마니교도 세상이 대립하는 두 진영으로 이뤄지고 두 진영 사이의 싸움이 세계사를 규정한다고 믿는다. 두 진영은 바로 빛과 어둠, 착한 편과 악한 쪽이다.마니교 정치학을 탁월하게 개념화한 사람은 독일의 카를 슈미트였다. 그는 나치의 독재국가체제를 학문적으로 정당화한 덕분에 국가사회주의의 대표적인 법학자로 일컬어진다. 슈미트는 정치 본질이 친구와 적으로 구분하는 데 있다는 생각을 뇌리에서 결코 떨쳐 버리지 않았다. 피.. 더보기
<데스크 칼럼> 頓悟漸修논쟁과 제3후보 2002-08-12 올해 대선후보들을 보면서 중국 선불교의 6조 대사 법통잇기 과정을 떠올리게 된다. 시공(時空)의 격차까지 겹쳐 있는 정치와 종교를 직접 견주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고 상황전개가 다른 측면도 없진 않지만 흥미로운 비교대상임이 분명하다.달마(達磨)대사가 중국에 들어온 뒤 선종(禪宗)의 5조 대사가 된 홍인(弘忍)의 유력한 법통승계자로 신수(神秀)와 혜능(慧能)이라는 두 제자가 있었다. 출신 배경과 학벌, 인생역정 등을 살펴보면 신수는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 혜능은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귀족출신인 신수는 오래전부터 자타가 인정하는 홍인대사의 정통파 수제자(首弟子)였다. 상대적으로 유복한 집안에다 학벌 엘리트 코스를 거쳐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 더보기
<데스크 칼럼> 女宰相에 붙은 물음표 2002-07-15 장상 국무총리서리의 언행을 보면서 때묻은 기성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과 너무나 닮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속담처럼 행여 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들의 행태를 속으로 욕했지만 상황이 비슷해지자 은연중에 배운 것을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았는지 부질없는 걱정도 해 보게 된다.우리네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신과 관련된 비리나 의혹이 터져 나오면 일단 상대방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딱 잡아떼고 본다. 그 뒤에는 한두번 만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발 물러선다. 돈을 받았을 경우 대가성없는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둘러댄다. 그처럼 얼버무리지만 결과는 한결같이 비리나 유착관계로 매듭지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큰 아들의 국적과 본인의 학력기재 문제가 불거진 뒤 장 총리서리.. 더보기
<데스크 칼럼> 경기장 밖의 韓美戰 2002-06-10 "차라리 미국팀이 지면 좋겠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국대사가 며칠 전 사석에서 했다는 이 말은 오늘 오후 대구에서 벌어질 한국과 미국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보는 외교관의 단순한 외교적 언술이 아니라 솔직한 속내일지도 모른다. 주한 미국기업인들까지 허버드 대사와 꼭같은 심경을 광고하다시피 드러낸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걸 보면 월드컵축구 한.미전의 결과가 낳을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축구 자체는 물론 월드컵대회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한국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외교나 기업활동에 타격을 줄 만큼 사생결단을 내야 할 까닭이 없을 법도 하다.사실 한.미전에 대한 부담감과 우려로 따지자면 주인인 한국은 손님인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 더보기
<데스크 칼럼> '스핀 닥터' 정치 2002-05-13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스핀 닥터(Spin Doctor) 정치의 귀재로 통한다. 그는 대중적 인기를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데 스핀 닥터의 효능을 누구보다 잘 활용할 줄 아는 정치지도자다. 그의 정적이었던 윌리엄 헤이그 전 보수당 당수가 "스핀으로 일어선 정권은 스핀으로 망한다"고 극언으로 비난할 만큼 블레어의 스핀 닥터 정치는 절묘하다. 헤이그의 비판은 본질(Substance)은 제쳐놓고 포장(Spin)만 요란하다는 게 요체이다.하지만 헤이그의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블레어는 여전히 건재하다. 반면 헤이그는 집권은커녕 지난해 당수 자리마저 넘겨 줘야하는 쓴맛을 보아야 했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영상매체의 위력이 높아지면서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전파하거나 필요한 경우 조작까지 하.. 더보기
<데스크칼럼> 도라산역과 主敵논란 2002-04-15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 이 감회어린 문구는 심장의 박동 속도를 높여주는 도라산역(都羅山驛)을 표징한다. 한.미 정상이 지난 2월20일 북한측에 지속적인 대화와 화해를 촉구했던 이 역사적인 장소는 지난 11일 정식으로 개통돼 일반인들에게 갓 선보였지만 더이상 한반도만의 공간은 아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데 이어 앞으로도 외국의 수많은 저명인사들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분단과 통일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개통 3일째이던 지난 주말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이 주관한 답사행사 일환으로 이곳을 방문했던 회원들과 그 가족들도 더이상 북쪽으로 달리지 못하는 열차에서 내려야 하는 안타까움과 멀지 않아 경의선이 완전하게 개통돼 시베리아와 유럽 횡단으.. 더보기
<데스크칼럼> 거꾸로 쓰는 핵무기 역사 2002-03-13 냉전의 막바지 숨이 끊기던 무렵인 11년 전,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던 기자는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백악관 전세기를 타고 모스크바에 출장가는 행운을 얻었다. 1991년 7월3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조인하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두 나라의 장거리 핵무기를 30%씩 줄이기로 한 이 협정은 역사적 의미가 자못 심장(深長)했다. 초강대국이었던 양국이 군부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동결 수준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감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핵미사일을 녹여 만든 펜으로 서명하면서 "다시는 냉전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던 두 정상의 모습은 정치적인 제스처를 감안하더라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그런 아버지 부.. 더보기
<데스크칼럼> 희망박물관을 짓자 2002-01-16 카이사르, 네로, 루이14세, 나폴레옹, 카스트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권력자들의 이상형이 된 마케도니아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 그는 왕위 계승자도 남겨놓지 않은 채 권좌를 섭정자에게 물려주고 20살때 동방정복 원정길에 오른다. 떠나기 전에 재산도 몽땅 친지들에게 나눠주어 버린다. 그러자 측근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무엇을 가지고 가시렵니까". 알렉산더 대왕의 대답은 가위 영웅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걸작이었다. "난 '희망'을 가지고 간다네"'희망'을 얘기하자면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상자를 빼놓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제우스가 보낸 이 상자에는 노화, 질병, 악덕, 슬픔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고통이 담겨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을 참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