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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정동칼럼> 대권실험의 비극 1997-10-25 매화 옆의 바위는 예스러워야 제격이다. 소나무 아래 바위는 거친 듯해야 제맛이 난다. 대나무 곁에 놓인 바위는 앙상한 것이라야 어울린다. 화분 안에 얹는 돌은 작고 정교해야 좋다. 중국 고사에 적실하게 묘사된 명장면이다. 이렇듯 삼라만상이 제자리에 있을 때라야 저절로 격조가 배어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우아하고 품격이 넘쳐나도 있을 자리가 아니면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하물며 대자연의 으뜸인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생겨난 연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 대선정국을 관전하면서도 새삼 제자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낡아빠진 정치풍토에 한줄기의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이른바 영입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한계성은 단지 본인들의 안쓰러움에 그.. 더보기
<정동칼럼> 진퇴의 미학 1997-06-21 정치인은 이따금 배우에 비견되곤 한다. 양쪽 모두 연기를 필요로 하는 데다 인기를 먹고 사는 공통점을 지닌 속성 때문일 게다. 퇴장이 멋져야 명배우로 갈채를 얻듯 정치인도 끝맺음이 산뜻해야 평가받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지 오래다. 우리네 선인들은 안분과 더불어 「시중」을 공직 윤리와 처신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시중은 나가야 할 때 나가고 물러가야 할 때 물러감을 일컫는다. 사실 나가는 것보다 물러날 때를 가리는 게 사뭇 어렵다. 오죽했으면 시경에까지 「시작을 잘못하는 사람은 없어도 끝맺음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경종을 울려 놨을까. 수천년 전부터 내려오는 이 법언을 익히 들어오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현실로 닥치면 여간해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모양이다. 정치란 마약과 같아 한번 발.. 더보기
<데스크 칼럼> 총선 바로세우기 1996-03-16 미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시절 의회에 보낸 한 메시지 가운데 이런 구절이 나온다.『선거를 공명하게 치를 수 있는 사람들은 반란도 진압할 수 있다』 선거수준이 국민의식과 정비례함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군사반란과 내란혐의를 받고 있는 12·12와 5·18 주역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역사바로세우기」에 나선 가운데 15대 총선을 치를 한국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국민주주의의 거울이 되다시피한 미국도 지난 92년 대통령선거와 의회의원선거를 계기로 한 차원 높은 선거문화를 일궈냈다.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이 당락의 주요한 변수가 돼왔던 선거풍토를 국민과 언론의 자성을 통해 이를 하찮은 종속변수로 바꿔놓은 것이다. 예비선거 초반부터 성추문에 시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