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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술과의 전쟁 1997-04-04 악마보다 더한 비난과 천사보다 결코 덜하지 않는 찬사를 함께 받는 것이 술이다. 동서양과 시대의 고금에 차별없이 호평과 악평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잉거솔이 「술은 범죄의 아비요, 더러운 것의 어미」라고 한것은 마치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들의 어머니」라고한 팔만대장경의 기록을 보는것 같다. 「사람은 체면있는 신사로 술집에 들어갔다가 중죄인으로 술집에서 나온다」는 글롭스의 말이나 법화경에서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경계한 것도 맥이 통한다.의적이 처음으로 곡식으로 술을 빚어 바치자 우 임금이 마셔보고 술잔을 거꾸로 엎으면서 『후세에 반드시 이것으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가 있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의적을 멀리하고 술을 없애라고 했다는.. 더보기
[여적]두 인간형 1997-04-01 분·초를 다툴만큼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심리학자들은 「파랑새 증후군 환자」라 부른다. 파랑새 증후군은 직장인들이 겪는 대표적인 노이로제 현상가운데 하나다. 감원, 명예퇴직, 인력 재배치, 축소경영 등 어딜가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좌우명을 앞세우는 요즘 세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증세다. 이는 경제가 바닥을 헤매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현상이기도 하다.이런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면서 다른 곳에 희망적인 일이 있을 거라는 환상에 잠긴다. 동화의 주인공인 남매처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파랑새」를 찾아 떠나보고 싶어한다. 심지어 해외에서 그런 파랑새를 찾으려는 명퇴 .. 더보기
[여적] 일본판 리스트 1997-03-27 언어철학의 거장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조차도 뇌물을 준 사실이 있다면 놀랄지 모른다. 독일이 1937년 비트겐슈타인의 조국 오스트리아를 합병했을때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로 있었다. 당시 빈에 살고 있던 그의 여동생 2명이 나치의 「종족법」으로 재판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다급해진 그는 독일로 달려가 나치관리와 협상을 벌였다. 곡절 끝에 그는 독일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여동생들을 다치지 않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스위스은행에 예치된 돈을 찾아 독일관리가 일러준 계좌로 송금, 여동생들이 무사하게 됐음은 물론이다.「공직자와의 뇌물거래는 필요악」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음직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영국의 대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비트겐슈타인과는 반대의 경우다. 뇌물을 받..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