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04-01

 분·초를 다툴만큼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심리학자들은 「파랑새 증후군 환자」라 부른다. 파랑새 증후군은 직장인들이 겪는 대표적인 노이로제 현상가운데 하나다. 감원, 명예퇴직, 인력 재배치, 축소경영 등 어딜가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좌우명을 앞세우는 요즘 세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증세다. 이는 경제가 바닥을 헤매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현상이기도 하다.이런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면서 다른 곳에 희망적인 일이 있을 거라는 환상에 잠긴다. 동화의 주인공인 남매처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파랑새」를 찾아 떠나보고 싶어한다. 심지어 해외에서 그런 파랑새를 찾으려는 명퇴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는 걸 곧 깨닫고 말 것이다.
 「파랑새 증후군환자」와 대조되는 개념은 「프로테우스형 인간」이다. 상황변화에 누구보다 적응이 빠른 능동적인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프로테우스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노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신으로 나온다. 포세이돈의 아들이기도 한 프로테우스는 원래 변덕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표상이었다. 예언력을 가진 그는 자신의 예언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면 물·불·야생동물 등으로 자주 모습을 바꿨기 때문에 그런 평을 들은 것같다.
 국내외 기업과 각국 정부가 파괴경영에다 허리띠 졸라매기로 위기탈출계획을 세우는 추세에선 프로테우스형 인간이 되지 않으면 견뎌내기 어려워졌다. 미국에선 사장을 제외하곤 모든 직급을 다 없애는 파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계급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월트 디즈니사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내로라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경제부총리와 1·2위를 다투는 재벌기업들의 부장이상급 간부들이 비행기 좌석 등급낮추기등 구두쇠전략을 선언하고 나선 것 역시 프로테우스형 환경적응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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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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