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개최하는 ‘유로 2012’ 축구대회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축구팬들의 여름을 더욱 달군다. ‘유로 2012’는 남미의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정도가 빠진 월드컵축구대회나 다름없다. 유일하게 전승으로 8강에 올라 4강에 안착한 독일은 세계 랭킹 1위 스페인과 맞먹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대표팀의 경외감은 단지 축구실력 뿐만 아니다. 그들이 대회 개막 직전 폴란드의 오시비엥침을 찾아가 유대인 희생자를 기리며 헌화하고 묵념하는 장면은 한층 뭉클하게 다가온다. 오시비엥침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만들었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더 널리 알려진 곳이다.

 

  8강전을 앞둔 지난 20일에는 독일축구연맹 회장단이 폴란드의 베스테르플라테 전적지를 참배했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군이 나치 독일군의 침공에 맞서 최초로 전투를 벌인 곳이다. 독일축구대표팀의 두 곳 방문은 순전히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묵념하는 독일축구대표팀> 

 

 훈련 일정이 빠듯한 독일축구팀이 두 곳을 참배할 의무나 도덕적 책임은 없다. 볼프강 니어스바흐 독일축구협회 회장은 참배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 교육하는 것이 우리(독일)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과거에 대해 눈감는다면 현재도 바라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독일은 이처럼 침략전쟁과 유대인 학살에 대해 잘못을 되풀이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언행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아우슈비츠 참배도 그 연장선에 있다. 1970년 12월7일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지구에 세워진 추모비 앞에서 비를 맞아가며 무릎을 꿇었던 모습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인상적인 사진으로 남아 있다.

 

  바이체커 서독 대통령도 2차 세계대전 종전 40주년이었던 1985년 국회연설에서 “독일은 과거에 저지른 범죄행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며 이러한 과거사를 계속 기억해야 한다”며 몸을 낮추었다. 그 후 독일 대통령과 총리들은 수시로 과거를 뉘우치는 참배를 이어온다.

                                                               

                             <미국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일본 총리들이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를 두고 사과인지 사죄인지 모를 문구를 놓고 외교적 줄다리기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한참 다르다. 게다가 일본은 총리가 사과발언을 하자마자 각료와 정치인들이 이를 뒤집는 망언으로 한국 국민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일이 다반사다. 진정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왜 자꾸만 사죄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편다.

 

 미국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에 참배하기는커녕 이를 철거하기 위해 외교공세를 편 일본 국회의원들의 치졸한 행위는 독일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유엔이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 ‘사실’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한다. “일본 군대나 정부가 위안소를 운영한 사실이 없다. 민간인 업자가 했고 한국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극우파 일본인이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쓴 뒤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배포한 짓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쓴 막대>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법적으로 배상금 문제가 해결되었음에도 정부와 기업이 6~7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만들었다. 2000년에 만든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이름의 재단에는 지멘스, 폴크스바겐 등 6500여 개의 독일 기업이 참여하고 피해자로 판정받은 167만 명에게 적정액을 지급한다. 일본이 한일협정 체결 당시 쥐꼬리만한 돈을 우리 정부에 내놓은 걸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발뺌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독일은 전후 나치 관련자를 모두 엄벌하고 각급 학교와 역사교과서에서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나치를 증오하도록 가르친다. 아우슈비츠를 치욕의 역사 현장으로 조성해 교훈으로 삼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합리화하고 미화하기 바쁘다. 그런 내용을 담은 우익교과서를 만들어 2세들에게 가르친다. 일급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가 참배하며 이웃 나라를 깔본다.

 

 독일에서는 나치를 옹호하거나 찬양하면 법으로 처벌한다. 일본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과거사 망언을 일삼는다.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해만 강조하고 동정을 구한다. 독일은 연합군의 열폭탄 융단폭격으로 수십만 명이 죽은 드레스덴 피해에 관해서는 아무런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독일과 일본은 이처럼 모든 면에서 딴판이다.

 

 독일이 이웃 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까닭은 진정성 있는 반성 때문이다. 점점 보수화한 일본은 급기야 핵무장 의혹까지 사게 됐다. 일본이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실질적인 행동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영원히 국제사회의 신뢰받을 수 없다. 영향력 높이기는 헛된 꿈에 그칠 것이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칼럼에 분량을 늘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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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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