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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이승만 영웅 만들기 가당찮다 동양 역사서의 근간인 ‘사기’를 쓴 사마천은 춘추필법을 따랐다. 춘추필법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대의명분을 좇아 준엄하게 기록하는 논법이다. ‘춘추’를 지은 공자의 역사서 집필 방식이다. 공자는 역사를 기술하면서 정명(正名)관에 따라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과와 시비를 명백히 가려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선왕의 업적을 평가할 때 이 원칙을 예외없이 지켰다. 사마천은 춘추의 의리가 행해지자 천하의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했다고 평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계기로 윤석열정권과 보수진영의 이승만 띄우기가 도를 넘었다. 춘추필법은커녕 상궤를 이탈해도 한참 벗어났다. 윤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영호 통일부장.. 더보기
공무원이 일하지 않는 까닭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잦고 많다. 이런 우려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도드라지는 것 같다. 대통령실이 최근 전 정부 부처에 대한 복무점검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연초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신주의에 빠진 관료주의 시스템에 대한 혁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모든 부처를 대상으로 복무점검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사태 이후 두번째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목적은 4월 총선에 편승한 기강해이나 정치권 줄대기 같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상징하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우선적으로 막아야 하는 것은.. 더보기
여성차별 해소없이 저출생 못 막는다 저출생·인구소멸 문제로 나라가 새해 벽두부터 호떡집에 불난 듯하다. 대통령과 언론은 새해 당면 과제로 저출생 문제를 꼽았고, 덩달아 정부와 정치권도 새삼스레 부산을 떨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야 대표는 공교롭게도 지난주 같은 날(18일) 저출산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나라 밖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가 한국 저출생의 경보음을 울리고서야 발등의 불로 여기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 뉴욕타임스에 역대 세계 최저로 감소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한 14세기 중세 유럽에 비유하는 칼럼이 실려 국내에 충격파를 가중시켰다. 다른 외국 전문가들도 ‘한국 소멸’ 같은 섬뜩한 경고를 잇달아 보냈다. 20.. 더보기
3년차 다 되도록 꼬리표 못 뗀 ‘인사 난맥’ 사람 쓰는 걸 보면 리더의 능력이나 그릇이 금방 드러난다. 청나라 전성기를 구가한 옹정제는 "나라를 다스림에 용인(用人)이 근본이며 나머지는 모두 지엽적인 일이다"라고 했다. 2500여년 전 공자 이래 ‘인사가 모든 일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흔들리지 않고 내려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틀 뒤면 임기 1/3을 지나는 윤석열 대통령은 ‘가장 큰 문제가 인사 난맥’이라는 만년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잇달아 단행한 인사를 본 뒤 "중소기업 사장들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라는 개탄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윤 대통령의 인사는 적재 적소 적시의 3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천하의 인재를 구하겠다는 생각보다 ‘아는 사람’을 돌려막는 행태가 굳어졌다. 그것도.. 더보기
신물 나는 재래시장 어묵·떡볶이 정치 한국에서 가장 진부한 광경 가운데 하나가 정치인들의 재래시장 방문이다. 재래시장은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으레 찾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대통령은 지지율이 추락하거나 국정이 꼬일 때면 재래시장을 찾아가곤 한다. 경제부처 장관들이 명절이나 연말연시를 앞두고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재래시장이기도 하다. 이때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다. 대개 검소해 보이는 점퍼에 운동화를 신는다. 어묵이나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몇 가지 생활필수품을 사고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가기도 한다. 이따금 대형마트 때리기 쇼도 한다.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적 시선에도 재래시장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같이 서민과의 친화력을 과시하는 ‘서민 코스프레(서민 흉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총선을 앞.. 더보기
거꾸로 달리는 포퓰리즘 정부 꿈은 현실에서 반대로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 ‘역주행’ 꿈은 다르다. 일이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진행되거나 운기(運氣)가 저하되는 현실로 나타난다. 출범 1년 6개월이 갓 지난 윤석열정부는 역주행이라는 비판을 유독 많이 받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반짝인기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지구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회용품 금지 조치 철회가 느닷없이 불거졌다. 이게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 등을 금지하는 정책은 애초 지난해 11월부터 하려다 1년 계도기간을 둔 뒤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선진 대한민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를 자랑한다. 반대로 기후대응 순위는 탄.. 더보기
또 하나의 오명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세계 1위 불명예 사례를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 모자랄 듯하다. 저출산, 자살률, 자녀 양육비, 1인당 명품 소비,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빚 증가속도. 여기에 사기범죄 비율이 들어간다. 한국의 전체 범죄 건수 가운데 압도적 1위가 사기죄다. 4건 중 1건꼴이다. 한국의 전체 범죄에서 사기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 1위라고 한다. 이쯤 되면 ‘사기공화국’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요사이 최대 화제의 인물인 전청조씨가 구속된 것도 ‘넘사벽’ 사기행각 때문이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씨의 전 약혼자였던 그는 이름만 빼고 대부분 가짜로 드러났다. 놀랍기 그지없는 것은 필요에 따라 성별을 바꿨다는 점이다. 게다가 재벌 3세 행세까지 했다. 전청조씨에게 사기 피해를 본 사람은 현재까지 23명에 .. 더보기
대통령의 국어 실력과 영어 남용 윤석열 대통령의 국어실력은 학력에 비하면 떨어져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 사실을 스스로 에둘러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학생들 앞에서 "학교 다닐 때 국어공부를 못했다"고 고백했다. 한국어 공부가 어렵다는 대안교육시설의 학생들에게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기는 하지만 "국어가 재미없었다"라고 실토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의 국어실력은 몇차례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정치참여 선언을 앞두고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그는 이때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썼다. 여기서 그는 ‘지평선’과 ‘지평’ ‘성찰’과 ‘통찰’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했다. 그리 어려운 낱말도 아니다. 지평선(地平線)은 ‘편평한 .. 더보기
'책' 읽지도 않고 홀대하는 한국 보수 ‘책 안 읽기 월드컵대회’가 있다면 한국은 해마다 금메달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수년 전 국제여론조사기관 ‘NOP 월드’가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민 1인 평균 주당 독서시간’ 조사에서 한국이 단연 최하위였다. 책 읽지 않는 국민의 비율이 매년 높아지는 추세를 보면 지금 조사해도 꼴찌를 벗어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2021년 1년 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53%에 이른다. 2019년에 비해 8.2%p나 늘어난 숫자다. 60대 이상 노년층에 한정하면 74.4%는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보수 이념을 지녔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의 보수는 더 책을 읽지 않는다고 보수언론인이 한탄할 정도다... 더보기
윤석열 정부의 수상한 국방 정신 윤석열 정부의 국방 정신과 정책은 단세포적이고 협애하기 그지없다. 국방의 대상이 오로지 북한밖에 없다는 품새다. 한국의 국방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같은 한반도 주변 강국도 엄연한 위협요소다. 특히 일본은 우리 영토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현실적 위험이다.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끈질기게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력으로 기습 점령하려는 암계 의혹이 상존한다. 일본의 독도침공계획 시나리오는 다양한 버전으로 나돈다. 실제로 일본 해상자위대 선박이 독도 인근까지 침범한 사례가 있다. 이 사실을 한국의 한 신문이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1991년 1월) 22일 하오 3시 40분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4백t급 경비정 103호가 한국 영해를 침범, 독도 해상 1.5km까지 접근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