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책읽는경향 썸네일형 리스트형 신화,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 |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란 단어를 떠올리면서 이보다 찬란한 수사를 본 적이 없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가 이병주가 대하소설 에 풀어놓은 탁월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학문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 말은 J F 비얼레인의 정의가 아닐까 싶다. ‘신화는 과학의 시초이며, 종교와 철학의 본체이고, 역사 이전의 역사다.’ 일본 최고의 신화인류학자인 지은이가 신화를 ‘인간정신의 종합적 구현’으로 파악한 것은 비얼레인의 정의와 그리 다르지 않다. 신화는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3만년 전부터 쌓아온 지성의 산물이어서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의 역사보다 훨씬 앞선다고 생각한다. ‘인류 최고의 철학으로서의 신화’라는 표현은 사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등록상표다.. 더보기 파란 눈의 한국혼 헐버트 영미인들이 죽어서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힌다는 건 최고의 영예다. 그런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힌 걸 더 영광스럽게 여긴 미국인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잠들어 있는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고, 자신의 조국보다 한국을 위해 더 헌신했던 인물’로 불리는 까닭이 그의 묘비명에 오롯이 담겼다. ‘뼛속까지’ 한국을 사랑한 그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이준 열사 등과 함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참석하는가하면, 고종의 밀서를 지니고 미국 대통령 면담을 시도했다. 헐버트는 일제에 맞서다 사실상 추방당하고 말았지만, 3·1운동 이후 미국에서 한인 독립단체를 도우며 불꽃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지리를 배.. 더보기 뮤지코필리아/올리버 색스·알마 지은이의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해도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사람 가운데 하나가 올리버 색스다.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색스의 글은 공감의 인간미가 넘친다. 그의 책 대부분은 인간의 뇌와 정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글맛과 감흥을 함께 포장해 선물한다. 가 문학과 의학을 접목한 그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상찬한 게 명증하고 남는다. , 가 그렇듯이〈뮤지코필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뮤지코필리아’는 지은이가 만들어낸 합성어다. ‘음악’(music)과 ‘필리아’(philia)를 결합해 ‘음악사랑’, ‘음악애호’란 뜻이 담겼다. 탁월한 절대음감을 지녀 2,000곡이나 되는 노래를 30개의 언어로 부를 수 있는 자폐증환자. 마흔 두 살에 번개를 맞고 느닷없이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꿈을 키우는 의사. 치매로 모든..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