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26 17:45:03ㅣ수정 : 2008-09-26 17:45:11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고 우리는 전례 없는 조치로 응전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비춰 정부의 개입은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책무이다.”
지난 1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의 불을 끄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과 전방위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비장하게 선언한 말이다.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도 적절한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는 작은 정부, 규제 완화,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금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사망선고나 다름없어 보인다. 신자유주의의 대부인 로널드 레이건 시대의 확실한 종언이라는 목소리만 들려온다. ‘좌파 신자유주의자’로 자처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금융 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에서 찾고 있으니 말이다.
‘자본의 반격: 신자유주의 혁명의 기원’의 공저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는 이미 2000년에 이처럼 오늘을 예단하다시피 했다. “금융은 현재 분명히 대공황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1930년대식의 공황이 벌써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중심국에 어떤 혼란이 나타나면 국가개입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개입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는 1929~1933년에 나타난 것과 같은 자유방임주의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차분하게 되짚고 미래의 그림을 그려 볼 때가 됐다. 뒤메닐과 지적 교유가 깊은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의 ‘신자유주의’(한울아카데미)는 그런 작업 과정에 유용한 저작의 하나다.
이 책은 세계적 담론과 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용어인 신자유주의의 기원, 등장 배경, 함의를 집중 탐구한다. 더불어 신자유주의가 담론 양식에서 헤게모니를 갖게 되는 과정과 실제 신자유주의화에서 그처럼 강력하게 추동되는 까닭을 더듬어 본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일반적인 상식처럼 받아들여진 과정과 배경에 각별히 주목한다. 무엇보다 보편적 개인의 자유와 반(反)개입주의 정서에의 호소, 학계와 경제계의 연계, 심각한 자본축적 위기에 대한 경각심 등에 따라 이뤄졌음을 미국과 영국 사례를 통해 살핀다.
흥미로운 것은 1980년대 초반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담지자들이 국내외 정책에 있어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구축한 과정을 탐구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개혁지도자 덩샤오핑을 여기에 포함시킨 것이다. 미국 헤게모니의 붕괴를 전파한 ‘신제국주의’의 저자이기도 한 하비는 중국에 권위주의적 중앙집권·통제와 특정 유형의 시장경제가 결합된 형태의 신자유주의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신자유주의화는 사전적 의미와 다르지만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의 신자유주의화 과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심각한 내적 불균형도 경고한다.
미국의 지배엘리트들은 세계적 재정위기 속에서도 잘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여기겠지만 엄청난 계산착오로 밝혀질 것이라고 하비는 2005년에 벌써 예견했다. 그는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경쟁, 상품화의 측면에서 드러난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파헤친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미국의 군사주의와 소비주의, 전면적 상품화가 낳은 폐해, 환경적 퇴락 등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지식담론에서의 포스트모던 경향을 경계하며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에 눈을 돌린다.
그러고 보니 한국 경제의 조타수격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로 말하기엔 이르다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신자유주의 신도로 남아 있고 싶은 모양이다.
지난 1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의 불을 끄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과 전방위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비장하게 선언한 말이다.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도 적절한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는 작은 정부, 규제 완화,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금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사망선고나 다름없어 보인다. 신자유주의의 대부인 로널드 레이건 시대의 확실한 종언이라는 목소리만 들려온다. ‘좌파 신자유주의자’로 자처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금융 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에서 찾고 있으니 말이다.
‘자본의 반격: 신자유주의 혁명의 기원’의 공저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는 이미 2000년에 이처럼 오늘을 예단하다시피 했다. “금융은 현재 분명히 대공황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1930년대식의 공황이 벌써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중심국에 어떤 혼란이 나타나면 국가개입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개입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는 1929~1933년에 나타난 것과 같은 자유방임주의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차분하게 되짚고 미래의 그림을 그려 볼 때가 됐다. 뒤메닐과 지적 교유가 깊은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의 ‘신자유주의’(한울아카데미)는 그런 작업 과정에 유용한 저작의 하나다.
이 책은 세계적 담론과 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용어인 신자유주의의 기원, 등장 배경, 함의를 집중 탐구한다. 더불어 신자유주의가 담론 양식에서 헤게모니를 갖게 되는 과정과 실제 신자유주의화에서 그처럼 강력하게 추동되는 까닭을 더듬어 본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일반적인 상식처럼 받아들여진 과정과 배경에 각별히 주목한다. 무엇보다 보편적 개인의 자유와 반(反)개입주의 정서에의 호소, 학계와 경제계의 연계, 심각한 자본축적 위기에 대한 경각심 등에 따라 이뤄졌음을 미국과 영국 사례를 통해 살핀다.
흥미로운 것은 1980년대 초반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담지자들이 국내외 정책에 있어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구축한 과정을 탐구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개혁지도자 덩샤오핑을 여기에 포함시킨 것이다. 미국 헤게모니의 붕괴를 전파한 ‘신제국주의’의 저자이기도 한 하비는 중국에 권위주의적 중앙집권·통제와 특정 유형의 시장경제가 결합된 형태의 신자유주의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신자유주의화는 사전적 의미와 다르지만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의 신자유주의화 과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심각한 내적 불균형도 경고한다.
미국의 지배엘리트들은 세계적 재정위기 속에서도 잘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여기겠지만 엄청난 계산착오로 밝혀질 것이라고 하비는 2005년에 벌써 예견했다. 그는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경쟁, 상품화의 측면에서 드러난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파헤친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미국의 군사주의와 소비주의, 전면적 상품화가 낳은 폐해, 환경적 퇴락 등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지식담론에서의 포스트모던 경향을 경계하며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에 눈을 돌린다.
그러고 보니 한국 경제의 조타수격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로 말하기엔 이르다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신자유주의 신도로 남아 있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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