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10 17:32:47ㅣ수정 : 2008-10-10 17:32:51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 금융귀족들의 실패를 왜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해야 하느냐. 월스트리트 스스로 구제금융 자금을 조성하라.”
부시 미 행정부가 마련한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을 연방 하원에서 처음 표결할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격앙된 주장이다.
표결 토론을 보면서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월스트리트>가 먼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기업 사냥꾼인 주인공 고든 게코(더글러스)는 텔다 페이퍼 주주총회에서 소리 높여 연설한다.
“탐욕은 좋은 것입니다. 탐욕은 옳은 것입니다. 탐욕은 효과가 납니다. 탐욕은 명료하게 하고, 헤치고 나가게 하며, 전진하는 정신의 진수(眞髓)를 북돋웁니다. 탐욕,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인생, 돈, 사랑, 지식에 대한 탐욕은 인류를 도약시켰습니다. 탐욕은 텔다 페이퍼를 살릴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고 불리는, 또다른 삐걱거리는 기업도 구해낼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 연설만큼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말도 찾아보기 어렵다. 월스트리트만큼 모든 사람들이 돈이라는 한 가지 욕망을 탐닉하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가 존 스틸 고든의 역작 <월스트리트 제국>(참솔)도 야누스의 얼굴을 지닌 금융제국의 탐욕적인 게임과 심판 없이 글로벌화한 금융시장의 파국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의 욕망은 마약왕에 비견될 정도다. ‘곰과 황소는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월스트리트의 격언에 무지했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사람들의 말로를 그린 대목은 타산지석이다. 강세시장에서도 돈을 벌고 약세시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지만 과욕으론 결코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다.
2000년에 첫 출간된 이 책에서는 월스트리트가 자유화·시장화·규제완화라는 레이건 경제철학을 등에 업고 ‘탐욕의 전성기’를 구가한 1980년대, 인터넷 거품으로 ‘탐욕의 극치’를 달린 90년대가 가장 극적으로 그려진다.
350여년간의 ‘월스트리트 통사’이면서도 드라마처럼 흥미로운 것은 다채로운 등장인물 때문이다. 거대한 게임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화려무비하다. JP 모건 같은 위기의 구세주, 가치투자의 선구자 벤저민 그레이엄, 도둑귀족의 대표적인 인물 코닐리어스 반더빌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같은 주연급 거물이 있는가 하면 한 시대를 풍미한 악당 대니얼 드류, 감방에 가야 했던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 리처드 휘트니 같은 사기·협잡꾼들, 피눈물로 범벅이 된 개미들에 이르기까지. 물론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에서부터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이르는 정부 고관들의 배역도 생생하게 소묘된다. 그러잖아도 월스트리트의 역사는 많고 많은 신화와 일화, 우화로 점철돼 있다.
영국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인들이 쌓은 나무 담장에 불과했던 월스트리트가 오랫동안 무소불위의 금융 권력을 휘두르는 제국으로 군림한 역사가 굴곡지게 펼쳐진다. <부의 제국>으로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린 고든이 월스트리트를 하나의 제국으로 파악한 것은 더없이 적절하다. 월스트리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순진한 인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민들은 이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악마 같은 습성을 비난하고 분노한다. ‘어떤 나무도 하늘까지 자라지 않는다’는 또 다른 월스트리트의 격언을 막상 자신들은 잊고 살았던 데 대한 업보가 아닐까. “사회주의의 최대 약점은 사회주의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의 최대 약점은 자본가 그 자체”라며 전 지구적 금융감독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고든의 정문일침(頂門一鍼)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용’이라도 되면 다행이겠다.
부시 미 행정부가 마련한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을 연방 하원에서 처음 표결할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격앙된 주장이다.
표결 토론을 보면서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월스트리트>가 먼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기업 사냥꾼인 주인공 고든 게코(더글러스)는 텔다 페이퍼 주주총회에서 소리 높여 연설한다.
“탐욕은 좋은 것입니다. 탐욕은 옳은 것입니다. 탐욕은 효과가 납니다. 탐욕은 명료하게 하고, 헤치고 나가게 하며, 전진하는 정신의 진수(眞髓)를 북돋웁니다. 탐욕,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인생, 돈, 사랑, 지식에 대한 탐욕은 인류를 도약시켰습니다. 탐욕은 텔다 페이퍼를 살릴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고 불리는, 또다른 삐걱거리는 기업도 구해낼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 연설만큼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말도 찾아보기 어렵다. 월스트리트만큼 모든 사람들이 돈이라는 한 가지 욕망을 탐닉하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가 존 스틸 고든의 역작 <월스트리트 제국>(참솔)도 야누스의 얼굴을 지닌 금융제국의 탐욕적인 게임과 심판 없이 글로벌화한 금융시장의 파국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의 욕망은 마약왕에 비견될 정도다. ‘곰과 황소는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월스트리트의 격언에 무지했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사람들의 말로를 그린 대목은 타산지석이다. 강세시장에서도 돈을 벌고 약세시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지만 과욕으론 결코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다.
2000년에 첫 출간된 이 책에서는 월스트리트가 자유화·시장화·규제완화라는 레이건 경제철학을 등에 업고 ‘탐욕의 전성기’를 구가한 1980년대, 인터넷 거품으로 ‘탐욕의 극치’를 달린 90년대가 가장 극적으로 그려진다.
350여년간의 ‘월스트리트 통사’이면서도 드라마처럼 흥미로운 것은 다채로운 등장인물 때문이다. 거대한 게임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화려무비하다. JP 모건 같은 위기의 구세주, 가치투자의 선구자 벤저민 그레이엄, 도둑귀족의 대표적인 인물 코닐리어스 반더빌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같은 주연급 거물이 있는가 하면 한 시대를 풍미한 악당 대니얼 드류, 감방에 가야 했던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 리처드 휘트니 같은 사기·협잡꾼들, 피눈물로 범벅이 된 개미들에 이르기까지. 물론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에서부터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이르는 정부 고관들의 배역도 생생하게 소묘된다. 그러잖아도 월스트리트의 역사는 많고 많은 신화와 일화, 우화로 점철돼 있다.
영국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인들이 쌓은 나무 담장에 불과했던 월스트리트가 오랫동안 무소불위의 금융 권력을 휘두르는 제국으로 군림한 역사가 굴곡지게 펼쳐진다. <부의 제국>으로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린 고든이 월스트리트를 하나의 제국으로 파악한 것은 더없이 적절하다. 월스트리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순진한 인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민들은 이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악마 같은 습성을 비난하고 분노한다. ‘어떤 나무도 하늘까지 자라지 않는다’는 또 다른 월스트리트의 격언을 막상 자신들은 잊고 살았던 데 대한 업보가 아닐까. “사회주의의 최대 약점은 사회주의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의 최대 약점은 자본가 그 자체”라며 전 지구적 금융감독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고든의 정문일침(頂門一鍼)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용’이라도 되면 다행이겠다.
'서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은 과연 평범할까 (0) | 2008.10.24 |
---|---|
자살 극복의 묘책 (0) | 2008.10.17 |
무릇 글을 쓴다는 것은 (0) | 2008.10.03 |
신자유주의의 계산 착오 (0) | 2008.09.26 |
전설을 역사로 만든 슐리만 (0) | 2008.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