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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여중고생 흡연

1997-08-27
 
 담배회사 사장의 손자가 금연운동을 벌인다면 믿어지지 않을 게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담배판촉 때문에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미국에서 실제로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국에 담배를 유행시킨 주역이자 담배회사 「레이놀즈」로 억만장자가 된 리처드 레이놀즈의 손자 패트릭이 바로 그다. 그는 담배기업 손자답게 19살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여자친구들에게 멋있게 보이려는 게 직접적인 동기였다.그러다 35살때 담배를 끊어 버렸다. 금연과 때를 같이해 그는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레이놀즈 주식을 깡그리 팔아치우고 담배광고금지법 제정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의 금연운동 이유는 이렇다. 『사람들은 나 자신을 먹여 살린 회사의 손을 물어뜯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를 먹여 살린 손인 담배산업이 실은 수백만명을 죽이고 있다』
 패트릭과 같은 금연운동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담배소비는 줄어들 줄 모른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담배소비량이 4% 올라갔다. 특히 여성흡연인구는 상대적으로 증가속도가 빠르다. 흡연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앗아간다는 데도 말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담배피우는 여성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전체 여성 흡연비율은 일본이 13.8%, 미국과 유럽의 경우 무려 20∼28%. 한국은 아직 5∼6%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일본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엊그제 한 조사결과 여중·고생의 흡연율이 최근 6년동안 무려 3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걸 보면 한층 실감이 난다. 미성년자들에게 담배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기 이전의 조사지만 그 뒤라고 해서 이들의 흡연이 줄어들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 이들 대부분은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더욱 문제다.
 흡연연령이 갈수록 낮아져 서울에서는 이미 95년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흡연예방교육까지 실시되고 있지만 실효가 있는지 의문이다. 단속보다 담배를 파는 어른들의 각성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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