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11 15:53:30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1~3…로버트 그레이브스|민음사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소설 1~3…막스 갈로|예담
로마제국만큼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재현되는 역사 소재도 드물다. 책, 영화, 연극, 드라마, 음악, 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책만하더라도 학술서적, 소설, 시집, 대중 역사서, 다큐멘터리, 여행기, 희곡 등 장르를 몇 손가락으론 꼽기 힘들 정도다.
이번 주엔 로마제국을 주제로 한 번역소설 두 종류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역사소설 가운데서도 일대기성 인물소설이라는 게 먼저 시선에 잡힌다. “또 로마야”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이 책들은 감흥으로 순위를 매기면 어디에도 뒤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흥미진진 운운하면 품격이나 위상에 의문부터 품을 이들이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선입견은 일단 거둬들이는 게 좋을 듯하다.
우선 영국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오준호 옮김, 각권 1만500원)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0대 영어소설’에 당당하게 꼽힌다. ‘타임’은 “지극히 학술적인 역사가들과 지루한 박물관, 라틴어 문법 따위가 로마인의 생활을 박제로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하는 독자들은 그레이브스에게 매우 고마워할 것”이라며 후덕한 점수를 준다. 권위를 자랑하는 BBC가 인정하듯 소설적 왜곡의 우려 역시 떨쳐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 1934년 첫 출간된 이래 70여년간 영어권에서 스테디셀러 역사소설로 자리잡은 까닭을 여기서 찾아도 무리가 아니다.
‘나는 황제…’는 일인칭 화법으로 전개된다. 로마 역사물 가운데 황제 스스로 일인칭 화자가 되는 소설은 이 작품과 고어 비달의 ‘율리아누스’가 유이(惟二)하다.
주인공 클라우디우스는 로마 황제들 가운데서도 극히 독특한 인물이다. 공화주의를 꿈꿨던 그는 유일하게 ‘황제가 되기 싫어했던 황제’다. 무릎이 기형인 절름발이이고 말더듬이에다 간질까지 앓았던 그는 로마 역사상 유일무이한 장애인 황제로 기록된다. 그는 황실의 권력다툼에서 희생당하지 않을까 극도로 우려한 나머지 50년간 줄곧 숨어 지냈다. 그러다 가이우스 황제가 살해된 직후 근위병들에 의해 엉겁결에 황제로 옹립됐다.
제위에 오른 뒤에는 180도 바뀐다. 내정에서는 개명(開明)한 정책을 펴면서 수많은 치적을 남기고 한편으론 독재자의 모습도 보여준다. 황후 아그리피나에게 독살당하는 비운을 맞은 클라우디우스가 20세기 이후 유능한 황제로 재평가를 받으며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이 소설의 공덕이 크다.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소설’ 시리즈(이재형 옮김, 각권 9800원)는 흥미로운 개인사를 지닌 인물을 일대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역사학자이자 소설가가 쓴 역사소설’답게 정확성과 엄정함, 입담과 재치로 교직된 작품이다. 모두 5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3권만 먼저 나왔다. 4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5권 ‘콘스탄티누스’는 올해 안에 속간할 예정이다. 갈로의 책은 국내에 소개된 것만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것도 ‘나폴레옹’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클라라 H의 아들’ 등 일정하게 격조를 지닌 것들이다.
1권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은 유일하게 황제가 아닌 노예가 주인공이면서 읽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스파르타쿠스는 인류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여기는 카를 마르크스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들에게는 신화적인 존재다. 1891년 마르크스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스파르타쿠스는 고대 역사를 통틀어 가장 걸출한 인물입니다. 위대한 장군이자 고결한 인간이며, 고대 프롤레타리아의 진정한 대표이지요.” 마치 노예 반란을 일으킨 고려시대의 만적을 떠올린다. 트라키아 출신의 노예 스파르타쿠스는 검투사 양성소를 탈출해 로마제국에 맞서는 반란을 일으킨 뒤 자유를 만끽하다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스파르타쿠스는 그의 측근인 자이르에게 조용히 말한다. “기억되는 사람은 죽지 않는 법이야.” 이 한마디가 독자를 향해 던지고 싶은 요체가 아닐까 싶다.
2권 ‘네로의 비밀’은 폭군으로 너무나 널리 알려진 네로 황제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옆에서 지켜본 세레누스의 서술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와 음악을 사랑한 광대처럼 살면서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온갖 쾌락을 체험하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서슴지 않은 ‘최악의 황제’의 참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작가는 네로 황제가 역설적이게도 평민들에겐 인기 정책을 펴는 권력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전달한다.
3권 ‘티투스의 승부수’는 로마 제국 말기 유대의 반란을 진압하고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 황제의 일대기다. 작가는 여기서도 세레누스의 입을 통해 티투스의 이야기를 쓴 까닭을 대신 설명한다. “이 책은 티투스 황제를 기리는 뜻에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세우는 기념물이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악덕, 잔인함과 비열함뿐만 아니라 그의 성실함과 관대함, 용기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다.”
밑줄긋기를 해 놓은 뒤 곱씹어볼 만한 ‘명대사(名臺詞)’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 소설 시리즈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최근 로마제국과 관련된 책 역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상은 출판시장의 불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소설 1~3…막스 갈로|예담
이번 주엔 로마제국을 주제로 한 번역소설 두 종류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역사소설 가운데서도 일대기성 인물소설이라는 게 먼저 시선에 잡힌다. “또 로마야”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이 책들은 감흥으로 순위를 매기면 어디에도 뒤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흥미진진 운운하면 품격이나 위상에 의문부터 품을 이들이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선입견은 일단 거둬들이는 게 좋을 듯하다.
우선 영국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오준호 옮김, 각권 1만500원)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0대 영어소설’에 당당하게 꼽힌다. ‘타임’은 “지극히 학술적인 역사가들과 지루한 박물관, 라틴어 문법 따위가 로마인의 생활을 박제로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하는 독자들은 그레이브스에게 매우 고마워할 것”이라며 후덕한 점수를 준다. 권위를 자랑하는 BBC가 인정하듯 소설적 왜곡의 우려 역시 떨쳐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 1934년 첫 출간된 이래 70여년간 영어권에서 스테디셀러 역사소설로 자리잡은 까닭을 여기서 찾아도 무리가 아니다.
‘나는 황제…’는 일인칭 화법으로 전개된다. 로마 역사물 가운데 황제 스스로 일인칭 화자가 되는 소설은 이 작품과 고어 비달의 ‘율리아누스’가 유이(惟二)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섯 인물 연구’의 일부.
제위에 오른 뒤에는 180도 바뀐다. 내정에서는 개명(開明)한 정책을 펴면서 수많은 치적을 남기고 한편으론 독재자의 모습도 보여준다. 황후 아그리피나에게 독살당하는 비운을 맞은 클라우디우스가 20세기 이후 유능한 황제로 재평가를 받으며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이 소설의 공덕이 크다.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소설’ 시리즈(이재형 옮김, 각권 9800원)는 흥미로운 개인사를 지닌 인물을 일대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역사학자이자 소설가가 쓴 역사소설’답게 정확성과 엄정함, 입담과 재치로 교직된 작품이다. 모두 5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3권만 먼저 나왔다. 4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5권 ‘콘스탄티누스’는 올해 안에 속간할 예정이다. 갈로의 책은 국내에 소개된 것만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것도 ‘나폴레옹’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클라라 H의 아들’ 등 일정하게 격조를 지닌 것들이다.
1권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은 유일하게 황제가 아닌 노예가 주인공이면서 읽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스파르타쿠스는 인류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여기는 카를 마르크스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들에게는 신화적인 존재다. 1891년 마르크스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스파르타쿠스는 고대 역사를 통틀어 가장 걸출한 인물입니다. 위대한 장군이자 고결한 인간이며, 고대 프롤레타리아의 진정한 대표이지요.” 마치 노예 반란을 일으킨 고려시대의 만적을 떠올린다. 트라키아 출신의 노예 스파르타쿠스는 검투사 양성소를 탈출해 로마제국에 맞서는 반란을 일으킨 뒤 자유를 만끽하다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2권 ‘네로의 비밀’은 폭군으로 너무나 널리 알려진 네로 황제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옆에서 지켜본 세레누스의 서술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와 음악을 사랑한 광대처럼 살면서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온갖 쾌락을 체험하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서슴지 않은 ‘최악의 황제’의 참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작가는 네로 황제가 역설적이게도 평민들에겐 인기 정책을 펴는 권력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전달한다.
3권 ‘티투스의 승부수’는 로마 제국 말기 유대의 반란을 진압하고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 황제의 일대기다. 작가는 여기서도 세레누스의 입을 통해 티투스의 이야기를 쓴 까닭을 대신 설명한다. “이 책은 티투스 황제를 기리는 뜻에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세우는 기념물이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악덕, 잔인함과 비열함뿐만 아니라 그의 성실함과 관대함, 용기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다.”
밑줄긋기를 해 놓은 뒤 곱씹어볼 만한 ‘명대사(名臺詞)’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 소설 시리즈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최근 로마제국과 관련된 책 역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상은 출판시장의 불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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