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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4)--<과학적 관리법> 프레드릭 테일러 20세기를 눈앞에 둔 1899년 광활한 북미 대륙 전역에서 철도가 건설되고 있을 때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베들레헴제철소에 40대 중반의 남성이 이 회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실험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에게 하루 작업량을 할당한 뒤 이를 초과한 사람에게는 성과급을 주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한 사람은 해고하는 일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42킬로그램짜리 철봉을 화차에 실어 나르는 광경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75톤의 선철을 짊어져 날랐다. 이는 이전 작업 수치의 여섯 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이틀간의 관찰 끝에 그는 공정 작업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1명당 하루 45톤을 나르는 것이 적절하다..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3)--<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인간이 끊임없이 이상향을 갈망한 흔적은 동서양과 고금을 가리지 않고 발견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파라다이스, 고대 그리스의 아르카디아, 그리스 신화의 엘리시움,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변에 있다는 상상 속의 엘도라도, 성경 속의 에덴동산, 불교의 정토(淨土), 중국의 무릉도원이나 낙원,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설정된 티베트의 샹그릴라,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섬 라퓨타, 허균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어떤 이는 이상향을 유토피아와 아르카디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유토피아는 인간의 의지가 실현되는 인공적 이상사회다. 이에 비해 아르카디아는 양떼, 산새, 들새와 초원에서 평화롭게 사는 목가적 이상향이다. 동양에서는 요순시..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2)--<통치론> 존 로크 영국 법정에서는 지금도 하얀 가발을 착용한 법관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2008년부터 민사·가정재판에서 가발 착용을 금지했으나 형사재판에서만은 예외로 했기 때문이다. 흰 가발은 법정의 존엄을 상징한다. 재판내용이나 판결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는 것을 우려해 판·검사나 변호사에 대한 신변보호 수단으로 익명성이 높은 가발을 이용한다는 설도 전해온다. 천장이 높은 영국 법정이 추웠기 때문에 방한용으로 가발이 등장했다는 또 다른 주장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능성만으로 300년 넘게 전통이 이어지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영국 판사와 변호사 대다수가 여전히 법정에서 가발 착용을 원하는 반면 국민은 시대착오적인 관습으로 여긴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천부인권’ 사상에 바탕을 둔 시대정신에 비춰보면 당초 착용 동..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1)--<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공부와 운동은 물론 리더십에서도 남자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 뛰어난 경우도 많다. 당연히 자신감, 자긍심, 열정이 넘쳐난다. 진취적이고 도전의식이 강하다. 성실하고 낙천적이면서 실용적이다. 관심 영역도 넓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지만 평등주의와 이상주의를 추구한다. 하버드대 아동심리학과 댄 킨들런 교수가 2007년 제시한 신조어 ‘알파걸’의 특성이다. 미국 10대 엘리트 소녀들을 의미하는 알파걸은 ‘최상’ ‘으뜸’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그리스어의 첫 자모인 알파(α)와 걸(girl)을 결합한 낱말이다. ‘혁명의 딸들’이라는 별칭이 붙은 알파걸들은 여성해방 운동가들의 딸이나 손녀뻘이다. 은수저가 아닌, 페미니스트들의 눈물어린 투쟁의 과실을 물고 태어난 첫 세대다. 킨들런 교수는 알파걸이 시몬 드 보부아..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0)--<기하학원론> 유클리드 자칭 ‘국보 1호’였던 국문학자 겸 영문학자인 양주동 선생의 수필집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에는 기하학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가 실려 있다. 양 선생은 중학교 속성과정에 입학한 직후 새로 산 교과서를 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기하’(幾何)라는 과목이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다. 한문의 뜻만 보면 몇(幾) 어찌(何)였다. 궁금증을 떨쳐버리지 못한 그는 첫 시간에 선생님에게 심각하게 질문했다. “선생님, 기하가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몇 어찌’(幾何)라니요?” 모든 학생들이 “와~”하고 웃었지만, 선생님은 진지한 질문임을 확인한 뒤 이렇게 설명했다. “영어의 ‘geometry’를 중국 명나라 말기의 서광계(徐光啓)라는 유명한 학자가 중국어로 번역하면서 ‘지오’를 따서 ‘지허’(幾何)라고 음역(音譯)했..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이야기(39)--<1984> 조지 오웰 “2084년 구글은 빅 브라더가 된다.” 뉴욕 타임스는 2005년 구글 어스의 무서운 카메라를 이렇게 풍자했다. 뉴욕 타임스는 당시 2084년 구글의 가상 홈페이지를 그려놓고 사용자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구글이 보여줄 것이라며 냉소했다. 1998년 말에 개봉한 미국 첩보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전이 ‘감시사회’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측했다. 강직한 변호사 로버트 클레이턴 딘(윌 스미스 분)의 명대사는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정부가 우리 집 안방까지 침입할 권리는 없다.” “프라이버시는 사라졌다. 안전한 것은 오직 머릿속에 있는 것뿐이다.” 두 사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착안한 또 다른 경종이다. ‘1984’는 전체주의 비판..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이야기(38)--<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한 연구팀이 열다섯 살 난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실험을 했다. 동물의 지능적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은 온갖 노력을 기울여 140여개의 낱말을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낱말을 자기 생각에 따라 결합할 수 있도록 수준을 높였다. 그러자 이 침팬지가 맨 처음 표현한 말은 “나를 놓아 달라”는 것이었다. 동물도 무엇보다 자유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게 이 실험결과다. 인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미국 독립 혁명 지도자 패트릭 헨리의 명언은 침팬지 실험과 상통한다. ‘자유’를 사실상 처음 철학적 원리로 체계화해 세계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는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다. 그는 ‘자유주의의 가장 위대한..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7)--<사물에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 ‘방황하는 나그네여, 여기야말로 당신이 진정 거처할 좋은 곳이요. 여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善),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학파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에는 이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이 내걸렸던 것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적 유물론과 쾌락주의를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쾌락주의는 방탕이나 환락을 즐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마음의 평정’(아타락시아)과 절제를 좇는다. 부귀영화가 아닌 박애,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아닌 소박한 음식, 색욕보다 우정을 추구한다. 세상의 쾌락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쾌락주의 철학의 역설 같다. 플라톤학파(아카데..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6)--<제3의 물결> 앨빈 토플러 소설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의 회상은 황혼이 깃들어서야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원제 The Third Wave)에서 예고한 ‘정보화 사회’란 말에서 맨 먼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연상했다고 털어놨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과 겹쳤기 때문이다. ‘중앙정보부’ ‘안기부’가 국가최고 권력기관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정보라는 말을 놓고 책을 통해서는 ‘토플러의 정보’로 읽고, 현실로는 오웰의 ‘빅 브라더의 정보’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한국엔 전화가 없는 집이 더 많았고, 복사기나 팩시밀리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던 시절이..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5)--<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변호인’에는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What is history?)가 불온서적인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검사는 부림사건 피고인들이 소지한 책이 불온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검사는 치안연구소 연구원을 ‘전문가’라며 증인으로 부른다. 이 증인은 “이 책의 전반적 흐름이 유물사관을 띠고 있으며 저자인 카는 소련에 장기 체류한 공산주의자였다”고 진술한다. 이에 맞선 변호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도 이 책을 필독 권장도서로 지정했다. 게다가 카는 영국 외교관으로 소련에 체류했을 뿐이다”며 검사를 몰아세운다. 그는 이어 “영국은 카가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자 자랑스러워하는 학자라고 생각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