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통계에 의하면 2017년 말 기준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3만 1,000여 명 가운데 70% 가량이 여성이다. 이들 탈북 여성들이 겪는 인권 침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성차별과 성폭력이다. 사단법인 ‘여성 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이하 ‘여인지사’)은 이렇게 인권 침해로 고통 받는 탈북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돕고 있다. 특히 가정 폭력,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를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4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적극적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해 고립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정착한 지 오래되지 않은 탈북 여성들은 특히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공동체나 사회적 연대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또한 피해자가 어렵게 용기를 내 문제 제기를 하고 고소를 하더라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안전과 비밀이 침해되거나 피해자가 도리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Korea Women’s Hot Line)에서 상담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향순(金香順) 여인지사 공동 대표의 말이다. 이 단체가 성 관련 인권 침해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탈북 여성이 남한 여성보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무려 10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여인지사에서 탈북 여성들의 상담을 맡고 있는 이샘 씨는 이런 현상을 “인권에 대한 남북한의 인식 차이와 경제적 약자인 탈북 여성들의 절박한 환경이 만든 결과”라고 해석했다.

                                                                          

 

인권 침해에 대한 낮은 인식

 

  최근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탈북 여성들의 첫 반응은 의외다. 이들은 “어떻게 그런 걸 드러낼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북한 사회에서는 남성의 성폭력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생긴 인식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익숙했던 탈북 여성들은 성폭력에 대한 대응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북한에서는 강간죄로 감옥에 갔다는 얘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간통 사실이 발각돼도 여성은 부화방탕(浮華放蕩)했다는 비난을 받고 석 달 동안 노동단련대에 보내지지만, 남성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북한에서는 남성들이 체제 불만을 성적인 농담으로 푸는 일이 잦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탈북 여성들은 법과 제도, 그리고 문화적 차이로 말미암아 성희롱과 성폭력의 개념 차이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또한 대체적으로 남한 정착 과정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가정 폭력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북한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정 폭력이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었고, 남한에 와서도 관련법과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성매매에 노출되는 탈북 여성들

 

 “성폭력을 비롯한 인권 침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죠. 가해자들도 탈북 여성들의 취약점을 악용해 범행을 은폐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발간하는 잡지 『동포사랑』의 기자이기도 한 이샘 씨는 그 자신도 탈북 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10년 동안 가사 도우미 생활을 하다가 2011년 서울로 온 탈북 여성이다. 이샘 상담원은 자신이 담당했던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한 40대 탈북 여성은 모 기업 회장의 자택에서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12시간 동안 간병 일을 해 오고 있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하고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 기업인은 야한 농담으로 성희롱을 하거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는 사례가 잦았다. 참다못해 항의하면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그런 일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이 여성은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북한에 두고 온 딸을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해 저축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른 곳보다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탈북 여성의 성폭력 피해는 취업이나 결혼을 알선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일자리를 구해 주겠다거나 배우자를 소개해 주겠다면서 접근해 강제 추행을 저지르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또 외롭게 살아가다 온라인에서 만난 남성과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과정에서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기만 하고 막상 결혼에는 실패하는 사례도 다수 접수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탈북 여성의 특수한 상황을 악용해 성매매로 유인하는 업주들도 있다. 당장 생활이 곤란한 일부 탈북 여성의 경우 “한국에서 성매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란 그릇된 인식 때문에 성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성매매가 자본주의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가르치는 북한의 교육 탓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남한에 정착하고 나서 성매매를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탈북 여성이 전체의 3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권유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며, 취업 교육으로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권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들

 

  여인지사는 2016년부터 여성가족부 위탁 사업으로 북한 이탈 여성 상담 치유 전담 프로그램인‘찾아가는 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전문 상담원이 참여하는 통합 지원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탈북 여성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해 시작한 ‘찾아가는 상담’은 각기 다른 대상을 위한‘자조(自助) 그룹’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자녀 교육과 부부 관계 상담을 하는 주부 그룹, 직장 문화 애로 사항·후속 학업·과로 문제 등을 상담하는 직장 여성 그룹, 20~30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학공부 상담 그룹 등 3개 자조 모임이 있다. 이 가운데 ‘찾아가는 상담’ 프로그램에 곁들여지는 국내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자유로운 여행에 갈증을 느껴온 탓이다.

 여인지사는 이밖에도 『알아 두면 좋은 여성 인권 지침서』, 『탈북 여성 지원 실무자를 위한 여성 폭력 예방 교육 매뉴얼』 등의 책자도 발간해 탈북 여성들과 탈북민 지원 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이들 책자는 여성 폭력 문제의 실상과 남북한 인식 차이, 대처 방법 등을 사례를 들어 꼼꼼하게 알려 준다. 이밖에 여성 폭력 예방 교육 영상물을 제작해 전국의 하나센터 등 탈북민 지원 기관의 현장 교육에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 이탈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상담원 양성 과정 프로그램을 새롭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홍영희(洪英姬) 공동 대표는 “탈북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겪는 일·가정 양립의 문제점과 직장 내에서 겪는 여러 갈등 형태를 상담할 수 있는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남북한 여성 연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런가 하면 여인지사는 탈북 여성 인권 지원 못지않게 남북 여성 연대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남북 여성 합창단 ‘여울림’을 2011년 창단했다. 여울림은 해마다 전국 합창제에 출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 이름에는 ‘여성들의 어울림’, ‘소리의 어울림’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합창단은 격주 토요일마다 노래 연습을 하는데, 현재 전체 단원이 35명이며 연습 때는 평균 25명이 참석한다. 60대 탈북 여성 합창 단원 김명화 씨는 “음악 문화와 발성법이 달라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연습하면서 맞춰 나가고 있다”면서 “연습 후 회식을 통해 남측 여성들과 더욱 가까워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최영실(崔永實) 전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는 “음악적 이질감을 가진 남북 여성들이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노래하는 과정은 거리감과 편견을 넘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영애(崔永愛) 이사장은 “2012년부터 해마다 개최되고 있는 남북여성문화제가 주변화, 대상화된 탈북 여성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극적 삶의 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면서 “남한 사회에서 탈북 여성들은 도와줘야 할 약자로만 인식되어 왔지만, 이제부터는 이들에 대한 취업 지원 같은 복지적 차원을 넘어 인권적 관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여인지사는 2010년 대표적 여성 인권 운동가인 최영애 이사장의 주도 아래 설립됐다. 그는 ‘성폭력’이란 단어가 통용되기도 전인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만들어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섰던 인물이다. 특히 여인지사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해 진보와 보수 인사들을 두루 아우르는 단체라는 점이 특징이다. 남한의 여성 인권 운동 단체 대표, 북한 여성 연구자, 탈북 여성들이 이 단체의 주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간하는 KOREANA 2018년 여름호에 실린 것입니다.

 

▣ Human Rights, a New Perspective for Female Defectors

Kim Hak-soon Journalist; Visiting Professor, School of Media and Communication, Korea University
Ha Ji-kwon Photographer

 

 Women’s Human Rights Defenders provides legal assistance to female North Korean defectors, who often suffer human rights violations as they settle down in South Korea. The civic group also educates the women about sexual offenses, a subject with little public awareness in North Korean society, and helps them build mutual understanding and solidarity with South Korean women through various activities including seminars and choir performances.

 

  According to data from the Institute for Unification Education of the Ministry of Unification, women accounted for a whopping 70 percent of some 31,000 North Korean defectors who have arrived in South Korea as of late 2017. Not a few of the women fall victim to human rights violations. Women’s Human Rights Defenders (WHRD) specializes in helping them. The civic group pays particular attention to domestic violence, sexual assault, sexual harassment and human trafficking for the purpose of sexual exploitation, the most egregious crimes against women.

 “Victims feel frustrated because they don’t know where to turn to for help,” said Kim Hyang-soon, co-president of WHRD who used to be a counselor at the Korea Women’s HotLine. “Many female defectors, especially those who recently settled down here, have no community or social network in which they can confide. In many cases, victims fear if they take pains to raise problems or file charges, the subsequent investigations or trials will endanger their safety, jeopardize their privacy, or force them to quit their jobs.”

 WHRD’s focus on sex-related offenses against female defectors is driven by the fact that they are 10 times more likely to be victimized than South Korean women. Lee Saem, a WHRD counselor, blames the contrast on “a gap in understanding human rights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n people and the desperate situation these women, an economically disadvantaged group, face here in the South.”

 

Low Awareness of Human Rights Abuses

 

 Differences in laws, systems and cultures between the two Koreas have formed dissimilar concepts of what constitutes sexual harassment and assault. Thus, the initial reaction of most women from North Korea to the #MeToo movement in South Korea and abroad is to ask, “How can one speak about such things in public?”

 The reason for such cautious attitude can be found in North Korean society, which tends to be lenient toward sexual assaults by men. After becoming acclimated to such social mores, North Korean women often react passively to acts of sexual violence. They say in unison, “I never heard of anybody jailed for rapes.” In adultery cases, women are normally sentenced to three months’ hard labor, but the male offenders are not punished. In addition, it is said that North Korean men frequently make sexual jokes and innuendos with impunity.

 Domestic violence is not recognized as a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 in North Korea. After their arrival in South Korea, North Korean women’s prioritized needs are to survive and adapt, rendering it difficult for them to react to domestic violence. Furthermore, many lack sufficient access to information on related laws and support services.

At Risk of Sexual Exploitation

 

 “Even if they want to raise the issue of human rights violations, including sexual assaults, it remains difficult for them to do so. It’s a shame that offenders are able to cover up their crimes by taking advantage of female defectors’ vulnerability,” said Lee, who is also a reporter at Dongpo Sarang (Love of Compatriots), a magazine published by the Korea Hana Foundation. 
 

  Lee herself is a refugee who arrived in Seoul in 2011. After fleeing North Korea, she worked as a housemaid in Beijing and Shanghai for 10 years. She recounted the experience of a female defector whom she met as a counselor.

  The woman, in her 40s, worked as a caregiver at the home of a company chairman who suffered from leg pain and diabetes. She worked from 8 p.m. to 8 a.m. every day. The businessman sexually harassed her frequently by telling lewd jokes or touching her. He sometimes apologized for his actions when she protested but continued to harass her. Nonetheless, she could not afford to quit her job since her salary was high enough to save money to bring her daughter over from North Korea. 

 Sexual harassment and assaults predominantly occur when North Korean women pursue job or marriage opportunities. More often than not, men harass or rape them after approaching them under the pretext of finding them a job or a future husband. Some women meet men on dating websites, hoping to have a serious relationship. But the men they meet through those sites often assault them or renege on their marriage commitment.

 Some proprietors of illegal establishments lure female defectors into prostitution by taking advantage of their dire need for money to survive. Some of the women engage in prostitution with the mistaken belief that “it is not shameful to sell sex here in South Korea,” because they were taught back in the North that “prostitution is a common phenomenon of capitalism.”

 In a 2012 survey of 140 female North Korean defectors, commissioned by the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every second woman said that “they have been asked to sell sex in South Korea.” The main reason they were approached was economic hardship due to a lack of opportunities for vocational training and self-help measures.

 

 Programs to Improve Human Rights
 
 Since 2016, WHRD has operated a counseling and healing program for female North Korean settlers at the request of the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which provides comprehensive support services coordinated by counselors. The program is designed to help the women become emotionally stable. It supports three self-help cohort groups: a group for housewives providing counsel on children’s education and marriage relationships; a group for office workers providing counsel on work culture, continuing education and fatigue from overwork; and a group for young women in their 20s and 30s providing counsel on college education. An affiliated program, dubbed “Travel Korea Project,” is particularly popular as most of the women have a deep desire to travel freely.

 WHRD also publishes pamphlets and creates educational videos for distribution to female North Korean settlers and support agencies such as regional centers across the country. The pamphlets include “Useful Guidelines on Women’s Basic Rights” and “Manual on Education for the Preven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 for Working-Level Officials Supporting Female Defectors.”

 They provide detailed information about violence against women and about differences of perceptions between the two Koreas and how to cope with them. The educational videos explain how women can protect themselves from violence. 

  A new WHRD program aims at training counselors to help female settlers to achieve a better work-life balance. Hong Young-hee, co-president of WHRD, said, “The purpose is to systematically train experts who can give counsel on the work-life balance and conflicts at work - the issues these women experience on a daily basis.” WHRD also tries to build a framework of solidarity for South and North Korean women. To that end, in 2011, it launched a joint choir, “Yeoullim,” which has since participated in the annual national choir festival. The name carries a double connotation - “women in harmony” and “harmony of sounds.” The choir practices every other Saturday. On average, about 25 of its 35 members attend the practice sessions.

 

New Paradigm of Solidarity

 

 “We had difficulties at first because of differences in musical culture and methods of vocalization. But we’re narrowing the differences by practicing together,” Kim Myeong-hwa, in her 60s, said. “I’m happy because we’ve got more acquainted with South Korean women at the dinner table after practicing.”

 Choi Young-sil, a former professor of theology at Sungkonghoe University who serves as conductor, said, “The process of South and North Korean women listening to one another’s voices and singing together, despite their musical differences, is a good opportunity to increase mutual understanding by overcoming psychological distance and prejudices.”

 “A cultural festival of South and North Korean women, which has been held every year since 2012, has been a stepping-stone to help transform the marginalized North Korean women into masters of their own lives and active members of our society,” said Choi Young-ae, founder and chairwoman of the civic group. “In our society, they are merely regarded as a group of disadvantaged people in need of assistance. But from now on, we’d like to open up a new horizon from a human rights perspective rather than from the standpoint of subsistence and welfare, like helping them find jobs.”

 Choi Young-ae founded WHRD in 2010. She also established the Korea Sexual Violence Relief Center in 1991 and led the movement to improve women’s rights long before the term “sexual violence” became widely used. Remarkably, WHRD transcends ideologies and comprises progressive and conservative members and supporters. Its leading members include a representative from a South Korean women’s rights organization and a researcher in North Korean women’s affairs, as well as North Korean women.

 


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