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문구는 나를 믿어주세요(Believe me!)”.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스물여섯번이나 이 말을 썼다는 언어학 교수의 집계와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도 궁지에 몰릴 때마다 날 믿어주세요를 연발했다.

 

 믿어 달라는 말은 거짓말하는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오죽하면 권위를 가장 인정받는 뉴욕 타임스가 트럼프가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며 그의 거짓말 목록을 공개했을까 싶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가 취임 첫날부터 154일 동안 거짓말을 한 날이 무려 114일이라는 증거를 내놓았다.

 

   트럼프가 거짓말을 하지 않은 날은 주특기인 트위터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본인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며 골프를 친 날이 대부분이었다. 참다못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정직하지 않은 우리 대통령이라는 주제의 사설을 4일 연속 내보냈다. 언론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런 트럼프는 지구온난화가 거짓말이고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구온난화 주장을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사기극으로 몰고 간다.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이 1위 나라인 중국을 물고 들어가는 게 어불성설임에도 그렇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그대로 이행하면 미국 석탄 산업이 붕괴해 3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 650만 명의 일자리 상실, 가구 당 7000달러의 소득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게 트럼프의 우격다짐이다.

 

 트럼프가 끔찍이 싫어하는 단어도 기후변화. 미국 연방정부가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하면서 연구과제명에서 기후변화라는 말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트럼프 때문이다. 지난 61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할 때까지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트위터 글을 115번이나 썼다.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어마는 트럼프를 겨냥한 자연의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지난 825일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물난리는 1000년만의 대홍수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역대 허리케인 피해 가운데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인 10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세계에서 기록적인 경제 피해를 낳은 재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셈이다.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 복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어마가 아름다운 카리브 해 섬나라들을 사정없이 할퀴었다. ‘관광 천국으로 불리는 생 바르, 생 마르탱, 앵귈라, 버진 아일랜드, 쿠바 등은 단숨에 생지옥으로 변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속속 전해진다. 섬의 95퍼센트가 파괴된 생 마르탱은 5성급 리조트가 즐비하고 트럼프 소유 저택도 있다고 한다.

 

  주민 630만 명이 긴급 대피한 미국 플로리다 주의 피해상황은 아직 점칠 수 없는 단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마의 뒤를 잇는 허리케인 호세도 강풍을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이어서 자연의 분노는 사그라질 줄 모른다. 올 여름에도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전역에 걸쳐 속출했다.

 

 허리케인이 날이 갈수록 위협적인 까닭은 지구온난화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올해의 허리케인들이 최소 30퍼센트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멕시코 만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4~5도 더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부인하고 있지만 기온은 계속 오르고 빙하는 끊임없이 녹아내린다. 21세기 후반이 되면 허리케인 바람세기의 증가 속도가 지금보다 10~20배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발표됐다.

 

 이러고도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를 거짓말이라고 강변할까? 트럼프에게 조롱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인터넷에 홍수처럼 쏟아진다. 트럼프가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한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연구 예산까지 삭감한 걸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거짓말로 치부하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트럼프야말로 지구촌의 주적처럼 됐다. 허리케인 하비어마재해가 기후변화를 믿지 않고 악용하는 정치지도자와 다시 맞서 싸우는 전환점이 돼야 할 때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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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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