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인생 썸네일형 리스트형 외길인생(5)--참소리축음기·에디슨·안성기영화박물관장 손성목 예부터 강릉 경포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고 한다. 하늘에 뜬 달, 동해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잠긴 달, 술잔에 빠진 달, 임의 눈동자에 담긴 달, 이렇게 다섯 개의 달이다. 이곳이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로 꼽힌 이유도 달밤의 경관이 기가 막힐 정도로 수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풍광명미(風光明媚)한 경포 호숫가에 세계적으로 이름난 박물관 하나가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움과 정감을 더해준다. 음악과 영화가 곁들여진 박물관이어서 더욱 그렇다. ‘참소리축음기·에디슨·안성기영화박물관’(www.edison.kr)이라는 긴 이름을 지닌 이 박물관을 둘러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상상을 초월해서다. 이곳은 전 세계 축음기와 에디슨 발명품을 소장한 최고의 박물관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 더보기 외길 인생(4)-추억을 파는 서점 주인 80대 권오남 할머니 추억을 파는 서점 주인 80대 권오남 할머니 25만 명이 사는 미국 남부 텍사스 주 러레이도(Laredo) 시에는 서점이 없다. 2010년 초 미국에서 가장 큰 서점체인인 반스앤노블이 이 도시에서 하나밖에 없던 서점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게 문을 닫은 이유다. 서점이 있는, 가장 가까운 샌안토니오 시까지 가려면 무려 246㎞를 달려야 한다. 주민들이 서점을 부활시켜달라는 서명 운동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 공세로 말미암아 지구촌의 동네서점들이 사라져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조지훈과 소설가 이문열을 낳은 문학의 고장 영양군은 2009년부터 ‘서점 없는 불명예 군(郡)’이 됐다. 최근 한국출판연구소 조사결과, 전국 24.. 더보기 외길 인생(3)-사랑이 꽃피는 밥집 대표 서영남 외길 인생--사랑이 꽃피는 밥집: 민들레 국수집 대표 서영남 이 식당의 간판에는 분명히 ‘국수집’이라고 쓰여 있지만 메뉴에 국수가 없다. 밥과 7~8가지 푸짐한 반찬이 곁들여진 뷔페식이다. 음식 값은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손님은 모두 예외 없이 VIP대접을 받는다. 특이한 식당임에 분명하다. 전형적인 달동네인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화도고개 꼭대기에 자리 잡은 ‘민들레국수집’이 그곳이다. 형식만 보면 노숙자나 불우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소이지만, 내용과 정신은 여느 급식소와 사뭇 다르다. 한 손님이 하루에 여러 번 와서 식사를 해도 문전박대하지 않는다. 실제로 하루 다섯 번 와서 정상적인 양의 밥을 먹는 사람도 있다. 아주 많게는 하루에 일곱 번 와서 먹은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늘.. 더보기 외길 인생(2)-매실전도사 홍쌍리 명인 한국인에게 매화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꽃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선비의 대명사다. 여성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꽃말까지 ‘고결한 마음’과 ‘인내’이다. 자연스레 시와 그림의 단골 소재가 된다. 조선시대 문인 신흠(申欽)의 시는 한국인들이 가장 자주 떠올리는 매화찬가 가운데 하나다. ‘오동나무는 천 년을 묵어도 변함없이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추위의 고통 속에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매난국죽(梅蘭菊竹)을 일컫는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매화가 맨 앞자리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매화는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봄은 섬진강변의 매화에서 시작된다. 봄날 전남 광양시 다.. 더보기 외길 인생(1)-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 한국민족미술연구소 2층 연구실의 시간은 80여 년 전에 정지돼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대부분 1930년대에 지어졌던 그대로다. 이탈리아 대리석 계단이 그렇고, 타일 바닥, 커튼 장식도 의구하다. 게다가 낡은 탁자와 서가, 누렇게 변색한 고서가 빼곡히 들어찬 서재는 조선의 선비정신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다른 젊은 연구원들과 한 방에서 별 다를 게 없는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최완수(崔完秀) 연구실장의 고아한 모습은 바로 옛 선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방문객에게 직접 녹차를 끓여 따라주는 정성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 그는 학(鶴)같은 사람이다. 희다 못해 옅은 쪽빛을 띤 한복 두루마기 차림의 그를 보면 영락없이 학을 연상하게 된다. 단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학은 고고..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