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15 17:08:30ㅣ수정 : 2008-02-15 17:08:33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훗날 하늘나라에 가서 혜곡 최순우 선생(1916∼84)을 뵙기가 어찌나 면괴스러울까. 600년 역사가 숯덩이로 변해버려 절통할 숭례문을 선생께 무슨 말로 고변할까. 선생을 ‘한국미의 대변인’이라고 더없이 숭앙하는 유청장이기에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석고대죄해도 소용이 없겠지만, 애써 눈길을 피하고 싶은 심사가 굴뚝같을 게다.
선생의 아름다운 저작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의 보급판에서도 그를 한없는 존숭의 마음으로 기렸던 유청장이다. “나는 미술사를 전공한 이후 선생의 글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고백하건대 내가 한국 미술의 특질과 자존심에 대하여 주장한 바의 대부분은 선생의 안목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런 유청장이 누구에게도 견주기 어려울 만큼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가없는 애정과 탁월한 혜안으로 그 아름다움을 벼려내고 보존하는데 평생을 바친 혜곡 앞에서는 어떤 변명도 구차할 수밖에 없다. 선조들이 남긴 모든 문화재를 관리·보존하는 ‘최고 지킴이’를 자청한 그에게 국보 1호도 못 지킨 죄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참괴스럽게 되고 말았다. 하기야 중죄를 지은 국민 모두가 천국에 계실 선생을 대면할 면목조차 없지 않은가.
한국 문화재와 예술품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보다 더 애틋한 사랑으로 보듬은 책은 없을 성싶다. ‘무량수전’이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이가 어디 나뿐이랴. 지은이의 방대무변하고 해박한 지식에 압도당하지만 우리 것에 대한 연정이 따뜻하다 못해 차라리 눈물겹게 가슴을 저며온다. ‘최순우 전집’에서 누가 읽어도 이해가 쉬운 부분만을 따로 편집해 만든 것이어서 선생의 심미안이 돋보이는 명문이 쉼없이 이어진다.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 문화를 보는 예지가 진득하고 전아하다.
수려하지만 도를 넘지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언어의 섬섬옥수’로 작은 유물과 유적 하나하나에 아름다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정성이 갸륵하기 이를 데 없다. 미술사 학도가 아니었으면 시인이 되었을 선생이 이 책에 골라 빚어낸 우리 말의 멋스러움을 접하다보면 매 오롯이 숙연해진다. ‘어리무던하고 익살스럽게 생긴 백자항아리의 둥근 모습’ ‘청자 매병의 부드럽고도 흠흠한 병어깨의 곡선, 연연한 고려적인 아름다움’ ‘한국미의 담담하고 헤식은 맛’ ‘때로는 도도스럽기도 한 곡선의 조화’ ‘백옥같이 갓맑은 살결의 감촉’ ‘푸른 빛너울을 쓴 아가씨’ … 서문을 쓴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표현대로 ‘이슬보다 영롱하고 산바람보다 신선한’ 미문이 감흥의 덤을 준다.
선생이 즐겨 사용하는 ‘그렇게 슬플 것도, 기쁠 것도 없는 아름다움’ ‘너무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너무 거대하지 않아 그것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너무나 알맞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대목을 만나면 사무치는 정감이 갑절로 변한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처참한 심경인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고, 남은 문화재는 온존토록 해야겠다는 경각이 절로 들게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미 이 책을 읽었겠지만 다시금 글을 대하면 절절함이 심금을 울리고 남으니 재독·삼독도 과히 아깝지 않으리라.
선생이 새삼 그리워지면 새로 단장된 서울 성북동 그의 옛집을 이참에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고아한 전통 한옥에서 ‘무량수전…’을 집필한 땀방울이 그윽한 향기로 바뀌어 은은한 여운으로 전해지는 듯하니 말이다.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 회원들의 정성어린 모금으로 복원해 문을 연 ‘시민유산 1호’로서의 의미가 남다름을 새겨보면 문화 국민으로 가기 위한 마음가짐이 달라질 게 틀림없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던 조선 정조시대의 문인 유한준의 소담스러운 명언처럼.
선생의 아름다운 저작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의 보급판에서도 그를 한없는 존숭의 마음으로 기렸던 유청장이다. “나는 미술사를 전공한 이후 선생의 글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고백하건대 내가 한국 미술의 특질과 자존심에 대하여 주장한 바의 대부분은 선생의 안목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런 유청장이 누구에게도 견주기 어려울 만큼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가없는 애정과 탁월한 혜안으로 그 아름다움을 벼려내고 보존하는데 평생을 바친 혜곡 앞에서는 어떤 변명도 구차할 수밖에 없다. 선조들이 남긴 모든 문화재를 관리·보존하는 ‘최고 지킴이’를 자청한 그에게 국보 1호도 못 지킨 죄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참괴스럽게 되고 말았다. 하기야 중죄를 지은 국민 모두가 천국에 계실 선생을 대면할 면목조차 없지 않은가.
한국 문화재와 예술품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보다 더 애틋한 사랑으로 보듬은 책은 없을 성싶다. ‘무량수전’이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이가 어디 나뿐이랴. 지은이의 방대무변하고 해박한 지식에 압도당하지만 우리 것에 대한 연정이 따뜻하다 못해 차라리 눈물겹게 가슴을 저며온다. ‘최순우 전집’에서 누가 읽어도 이해가 쉬운 부분만을 따로 편집해 만든 것이어서 선생의 심미안이 돋보이는 명문이 쉼없이 이어진다.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 문화를 보는 예지가 진득하고 전아하다.
수려하지만 도를 넘지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언어의 섬섬옥수’로 작은 유물과 유적 하나하나에 아름다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정성이 갸륵하기 이를 데 없다. 미술사 학도가 아니었으면 시인이 되었을 선생이 이 책에 골라 빚어낸 우리 말의 멋스러움을 접하다보면 매 오롯이 숙연해진다. ‘어리무던하고 익살스럽게 생긴 백자항아리의 둥근 모습’ ‘청자 매병의 부드럽고도 흠흠한 병어깨의 곡선, 연연한 고려적인 아름다움’ ‘한국미의 담담하고 헤식은 맛’ ‘때로는 도도스럽기도 한 곡선의 조화’ ‘백옥같이 갓맑은 살결의 감촉’ ‘푸른 빛너울을 쓴 아가씨’ … 서문을 쓴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표현대로 ‘이슬보다 영롱하고 산바람보다 신선한’ 미문이 감흥의 덤을 준다.
선생이 즐겨 사용하는 ‘그렇게 슬플 것도, 기쁠 것도 없는 아름다움’ ‘너무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너무 거대하지 않아 그것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너무나 알맞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대목을 만나면 사무치는 정감이 갑절로 변한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처참한 심경인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고, 남은 문화재는 온존토록 해야겠다는 경각이 절로 들게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미 이 책을 읽었겠지만 다시금 글을 대하면 절절함이 심금을 울리고 남으니 재독·삼독도 과히 아깝지 않으리라.
선생이 새삼 그리워지면 새로 단장된 서울 성북동 그의 옛집을 이참에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고아한 전통 한옥에서 ‘무량수전…’을 집필한 땀방울이 그윽한 향기로 바뀌어 은은한 여운으로 전해지는 듯하니 말이다.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 회원들의 정성어린 모금으로 복원해 문을 연 ‘시민유산 1호’로서의 의미가 남다름을 새겨보면 문화 국민으로 가기 위한 마음가짐이 달라질 게 틀림없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던 조선 정조시대의 문인 유한준의 소담스러운 명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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