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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독도를 읽다, 깨닫다

입력 : 2008-07-18 17:51:32수정 : 2008-07-18 17:51:33

독도는 이름만큼이나 늘 외로운 섬이었다. 이곳의 토종동물 강치가 멸종된 뒤 독도는 더욱 외로움을 탄다. 가지도나 가제바위는 모두 강치가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독도의 옛 이름이다. 이익(李瀷)의 ‘성호사설’에도 강치의 옛 이름인 가지어(嘉支魚)가 나온다. 독도에서 강치를 사라지게 한 주범은 물어보나마나 일본이다. 죄목은 남획. 모피와 기름에 눈이 어두웠던 일본인들은 일제 강점기 때 강치의 씨를 말리고 말았다.

천연기념물 336호. 이 외로운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은 지대하다 못해 뜨겁다.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날이면 사랑의 온도는 펄펄 끓는다. 하지만 사랑과 관심의 크기에 비해 독도에 대해 아는 것은 지나치게 얕다. 심한 경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나 노래 정도가 고작이다.

학원 영어강사인 한 미국 젊은이가 한국 수강생들의 열광적인 독도 관심에 놀랐다고 한다. 그가 더욱 놀란 것은 이들의 독도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거의 깡통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젊은이들의 불타는 애국심에 비해 바탕 지식이 너무 한심하다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 이 이국 청년은 스스로 독도를 방문하기까지 했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탁환의 ‘독도평전’(휴머니스트)은 독도 사랑과 역사적 배경지식의 거리감을 그리 어렵잖게 줄여줄 수 있는 매파(媒婆)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큐멘터리와 소설을 넘어선 독도 역사 쉽게 읽기’다. 형식이 독특하다. 예리한 독자는 제목에서 단박에 느꼈으리라. 사람이 아닌 섬의 역사에 ‘평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예사롭지 않다.

지은이는 독도의 일생을 단숨에 훑으며 그 슬픔을 노래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역사를 넘어서는 역사, 소설을 넘어서는 소설, 평전을 넘어서는 평전. 이런 글쓰기를 통해 그 끔찍한 좌절과 슬픔, 그 눈부신 투쟁과 희망의 460만년이 확연히 드러날 수만 있다면 나의 시도는 헛되지 않으리라.”

한·일 두 나라에서 쏟아져 나온 독도에 관한 숱한 주장은 ‘독도는 우리 땅’일 뿐 진정 독도의 입장에서 독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는 게 이 책의 탄생 동기다. 해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인 선조들로부터 당한 독도의 설움까지 빠짐없이 담았다. 작가는 자료를 모으고 보니 ‘기쁜 일 하나에 슬픈 일 아흔아홉이 겹쳤다’고 표현한다. 조선은 500년 동안 독도를 버리다시피 했다. 독도를 지켜온 것은 독도 자신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장에서 지은이는 묻는다. “핍박받는 소수의 상징으로 독도를 버려둔 장본인이 바로 나라는 뼈아픈 자책을 할 때가 되었다. 동해의 외로운 섬 독도의 남은 생을 축복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책은 460만년 전 독도의 탄생에서부터 미래의 어느 순간에 닥칠지 모를 죽음까지, 거시사적 서술을 빌려 독도의 일생을 그린다. 인간의 발이 닿기 이전부터 동해를 누비던 고래, 상어, 강치들의 약육강식, 섬의 질서가 펼쳐진다. 인간의 상륙, 우산국 건설, 신라와 고려의 속국으로 이어지는 1000년의 고대사, 고려시대의 우산국 멸망, 조선조 500년의 공도(空島) 정책, 안용복·김옥균을 비롯해 독도를 지켜내기 위해 영웅적 삶을 살다간 사람들의 행적을 소묘한다.

1948년 6월12일에 있었던 미군에 의한 독도 폭격, 뭍사람들의 지원 없이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독도를 수호한 홍순칠 대장의 무용담 등이 교차하기도 한다.

독도의 역사를 읽다보면 슬픔을 넘어 독도가 애처로워진다. 독도가 우리에게 흥분과 분노의 대상으로만 각인된 게 끝 간 데 없이 부끄럽다. 우리가 독도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려면 그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며 어떤 인고의 세월을 견뎌왔는가를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독도가 그저 ‘우리 땅’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