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탁월한 업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유명한 음악가 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최고가 아니면 견딜 수 없다. 호평을 들으면 불안이 좀 줄어들고, 혹평을 들으면 불안이 심해진다. 그래서 그들은 더 뛰어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고, 더 독창적인 음악을 생각해낸다. 실패하는 것, 인기가 떨어지는 것,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 작가, 화가, 스포츠 선수, 정치인, 학자를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그의 제자 존 도슨은 너무 심한 불안은 수행능력을 떨어뜨리지만, 적당한 불안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키스-도슨 법칙에 따르면, 시험이나 강연을 앞두고 있을 때 적당한 수준의 불안을 느끼면 최고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일중독자들이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하는 것도 사실은 불안 때문이다. 일중독자들이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하는 목적이 꼭 돈을 많이 벌거나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일중독자들은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예를 들어 다쳐서 깁스를 했다거나, 휴가를 얻었다거나 하면 늘 불안해한다. 일을 안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불안해지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양식 중에는 불안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불안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일부다. 만약 불안이 없다면 인생이 재미없어질 것이다. 불안은 인생에서 양념 같은 존재다.
//불안의 시대다. 고용·주거·교육·노후를 4대 불안으로 부른다. 불안을 현대인의 영원한 형벌이라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인기작가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너도나도 위안과 힐링을 갈구한다. 그렇지만 반델로브의 지적처럼 불안을 에너지로 삼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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