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 타임스는 1929년 1월1일 신년 사설에서 미국 경제의 장래를 장밋빛으로 그렸다. “미국은 지난 12개월 동안 유사 이래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다.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면 새해는 축복과 희망의 해가 될 것이다.” 그 해 가을에 접어들어서도 당시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던 어빙 피셔 예일대 교수는 “주가가 항구적인 고원에 올랐다. 미국은 견고한 번영의 길에서 전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예일대 재무처장을 맡고 있던 피셔는 학교 재산을 몽땅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24일 뉴욕 증권시장의 주식가격이 폭락하면서 세계대공황의 서막이 올랐다. 이른바 ‘검은 목요일’은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을 엄청난 경기침체와 대량 실업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여파는 1939년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식민지 시장에 의존하는 경제블럭과 군국주의권으로 나누어진 자본주의국가들의 대립이 2차 세계대전을 불러왔다. 카를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주의 파멸의 조짐까지 보였다.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무슨 일이든 해야 하지 않느냐는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경제학자나 관료, 정치가들은 어느 누구도 대공황의 원인 분석과 회생방안에 대해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다수 주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대공황의 와중에 영국의 중견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유효수요이론’을 비방(秘方)으로 내놓았다. 1936년 2월이었다. 처방전은 ‘고용·이자·화폐의 일반이론’(원제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이라는 명저에 담겨 있었다. 유효수요이론은 소비와 투자로 이루어지는 유효수요의 크기에 따라 경제활동의 수준이 정해진다는 견해다. 케인스의 묘방은 정부의 과감한 개입으로 유효수요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이었다. 주류 고전경제학자들의 지론인 자유방임주의로는 완전고용의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나 재정 정책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케인스 경제이론을 흔히 ‘유효수요이론’이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인스는 흥미로운 비유로 유효수요이론과 정부지출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재무부가 낡은 병에 은행권(지폐)을 가득 채워 폐탄광에 적당한 깊이로 묻은 뒤 도시의 쓰레기를 표면에 이르기까지 덮어라. 그 뒤 온갖 시련을 이겨낸 ‘자유방임주의’의 원칙에 따라 개인 기업에게 그 은행권을 다시 파내는 일을 맡긴다면 더 이상 실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 파급효과 덕분에 공동체의 실질소득과 그 자본의 부(富)도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사실 주택 같은 것을 짓는 게 더 합리적이겠지만, 그렇게 하는 데 정치적이거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케인스가 정부의 책무를 강조했지만, 정부가 전지전능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국가 개입이 있어야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국가의 개입이냐의 문제다.

                                                                                          

                                                                            <케인스 부부>

 

 그는 이 책에서 경제가 나빠졌을 때 임금을 깎는 것은 최악의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수요를 늘려야 하는데 임금을 깎으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완전 고용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실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공사업 같은 국가투자로 완전고용을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당시 경제학을 지배하던 고전경제학파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에 따라 일시적인 마찰 실업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대체로 완전고용을 실현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달리 케인스는 노동시장이 화폐임금의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이나 노동자의 화폐환상 때문에 완전고용에 실패할 수 있으며, 기업의 사업전망이 비관적이어서 기대이윤이 지나치게 낮을 때는 자본시장이 실패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방경직성은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본래 내려야 할 가격이 내리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케인스는 수학적 기대치가 아닌 인간의 심리적 요인이야말로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면서 이를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고 이름 지었다. 인간의 비경제적 본성을 가리키기 위해 케인스가 이 책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고전 경제학의 핵심 용어이듯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은 자본주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시각의 핵심 용어다. 케인스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합리적인 경제적 동기에 따라 이뤄지지만, 한편으로는 ‘야성적 충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파악했다. 케인스는 “비합리적인 세상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책은 주식투자를 미인투표에 비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문적인 투자자는 100장의 얼굴사진을 제시하고 시합의 참여자들에게 얼굴이 예쁜 순서로 6장씩 골라내게 한 다음 참여자 전체의 평균적인 선호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을 한 참여자에게 상금을 주는 신문 지상의 시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참여자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의 취향에 가장 잘 맞을 것으로 생각되는 얼굴을 선택해야 한다.”

                                                                

  케인스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사회철학’에서 자신의 이론이 지향하는 사회개혁 방향 제시했다. 그는 ‘이자생활자의 안락사’라는 용어까지 구사해가며 금융자본을 견제했고, 사회적으로 무익하거나 낭비적인 공공사업보다는 소득재분배의 경제부양 효과를 선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나는 자본주의의 이자생활자적 측면은 제가 할 일을 다 한 뒤에는 사라져버릴 하나의 과도적 단계라고 본다. 그리고 그 이자생활자적 측면이 사라지면 자본주의 안에 있는 그 밖의 다른 많은 것들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자생활자와 기능을 상실한 투자자의 안락사는 결코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케인스가 책 제목에 ‘일반이론’이란 말을 붙인 까닭은 거시 경제시장의 원리가 일반적인 이론이고, 고전경제학파가 말하는 자율적인 시장에 의한 조화는 매우 특수한 이론이라는 것을 한층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케인스는 이론적으로 완전하고 고결한 경제학보다 현실 세상을 좀 더 잘 예측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제학을 이 책을 통해서 설명하려고 한 것이다. 그는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실제로 케인스는 이 책이 발간되기 1년 전 친구인 버나드 쇼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 나는 사람들이 경제적 문제를 생각하는 방식을, 당장은 아니지만 추측건대 앞으로 10년 안에, 거의 완전히 바꿔 놓을 경제 이론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믿네”라고 썼다. 이 예측은 적중했다.

 

 이 책은 거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과를 낳았다. 케인스가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은 것도 이 책 때문이다. 이 책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뉴딜정책의 이론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케인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46년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이 책이 정책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걸 보지 못했다. 출간된 뒤 얼마 안 있어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전시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뒤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케인스 이론은 30여 년간 자본주의 세계의 지배적인 경제사상으로 군림했다. 이 책으로 ‘케인스 혁명’이라는 말이 탄생했으며, ‘수정 자본주의’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더불어 3대 경제학 바이블로 꼽힌다. 케인스가 자본주의를 구했다고 말할 정도다.

 

  케인스만큼 미국 역대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도 드물다. 토드 부크홀츠 하버드대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이 애덤 스미스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었다면,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 리처드 닉슨에 이르는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케인스 넥타이를 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상찬한다.

 

  이 책은 경기침체 때마다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만병통치약’이 됐다. 불경기가 오면 정부는 연방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인하해 경제가 회생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냈다. 반대로 상품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만큼 급증해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정부는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려 수요를 안정시켜 나갔다. 케인즈의 처방은 다른 주요 국가에서도 채택돼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세계경제는 장기호황을 누렸다. 대공황 이후 이 이론에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다.

 

  1965년 마지막 날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에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다’라는 유명한 제목을 달았다. 1971년 보수주의자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나는 이제 경제정책에서 케인스주의자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정부 관료들은 “경제학자 다섯 명이 모인 자리에 대립되는 의견 여섯 개가 나왔다면 그 가운데 두 개는 케인스가 주장한 것이 분명할거야!”라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케인스의 최고 라이벌이자 신자유주의의 기수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케인스 사후 “그는 내가 알았던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진정으로 위대한 인물이었으며, 나는 그를 존경해 마지않는다”고 털어놨다. 사실 케인스는 경제학 학위를 받은 적이 없으며, 학위라고는 수학 학사 학위가 전부였다.

 

  1970년대 후반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케인스이론은 통화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밀려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30여 년이 지난 후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몰려오자 케인스가 갑자기 복권됐다. 시장 친화력을 강조하는 관료는 물론 시장주의자·신자유주의의 첨병이던 월가의 투자은행들조차 케인스를 읊어댔다. 이 정도면 가히 롤러코스트를 탄 케인스다. 케인스 전기를 쓴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케인스 사상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한 살아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글은 월간 <신동아> 2013년 3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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