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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4)--<일리아스·오딧세이아> 호메로스 트로이처럼 한 도시가 폐허되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아홉 차례나 거친 도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트로이 유적지는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 뒤 어떤 역사학자도 수천 년 동안 신화와 전설로만 전해오던 트로이의 비밀을 풀지 못했다. 트로이 유적지의 비밀을 밝혀낸 것은 고대 도시의 존재를 확신했던 아마추어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이었다. 그는 20년 동안 엄청난 재산을 모은 뒤 집요한 추적 끝에 1873년 마침내 유적지를 발굴했다. ‘일리아스’를 길라잡이로 사용한 슐리만은 오늘날 터키 북서쪽에 있는 히사를리크 마을 아래서 트로이를 발견한 것이다. 슐리만이 호메로스에 심취해 트로이 발굴에 나선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3)--<논어> 공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논어’를 인용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선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월 논어의 명구절을 빌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미·일 공동성명을 비난했다.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며, 사람을 넓게 사귀되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 미·일 안보조약이 냉전시대의 산물이며 댜오위다오(일본 이름 센카쿠 열도)가 중국에 속한다는 근본적 사실은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역설..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2)--<상호부조론>(만물은 서로 돕는다);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디지털 선지자’로 불리는 미래학자 돈 탭스코트는 2012년 6월 유명한 TED 강연에서 인터넷이 선도하는 미래를 흥미롭게 갈파했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개방성은 세상이 협동, 공유, 투명성, 권력 분산이라는 네 가지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요지다. 진보는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집단 지성의 마법을 역설한 이 강연은 끝부분의 철새 동영상과 이야기가 감동을 더해준다. 수천 마리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찌르레기 떼는 상호협력적인 신호체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을 함께 물리치고 날아가는 방향도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찌르레기 떼에 리더십은 있으나 지도자는 따로 없다. 이 이야기는 110여 년 전 러시아 지리학자이자 아나키스트 혁명가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이 명저 ‘상호부조론’(..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1)-<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닉, 자네 책일세! 방금 뉘른베르크에서 도착했어. 완성되었네!” 그러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아주 느리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손은 거의 느낄 수 없는 힘으로 책을 지그시 눌렀다. 그는 몹시 애쓰는 목소리로 말했다. “완성되었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열락(悅樂)의 빛이 창백하고 야윈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완-성-되었어!” 그는 들릴듯말듯한 소리로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했다. 얼마 후 그의 머리가 갑자기 홱 떨어졌다. “돌아가셨습니다.” 방안의 누군가가 조용히 말했다. “죽다니? 아니야, 코페르니쿠스 같은 사람이 죽을 수는 없어! 그는 이 책 속에서 살아 있어!”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데이바 소벨, 웅진지식하우스)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과학혁명의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0)--<이중나선> 제임스 왓슨 “우리가 생명의 신비를 밝혀냈소! 드디어 해냈단 말이오.” 1953년 겨울 끝자락인 2월 21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 근처 이글 식당에 단골 청년이 들어서자마자 들뜬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뒤따라 들어온 다른 청년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두 사람이 함께 발견한 사실이 중대하기 이를 데 없어 함부로 떠들어대면 위험부담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흥분한 청년은 서른일곱 살의 영국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고, 멀뚱멀뚱했던 청년은 갓 스물다섯 살의 미국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이었다. 이들이 바로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발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한 학자다. 이 발견은 물리학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버금가는 생물학의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9)--<손자병법> 손무 중국에는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 친구가 되지 말고,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마라’는 속설이 있다. ‘삼국지를 열 번 읽으면 물 위를 걸어 다닌다’는 신화 같은 얘기도 전한다. ‘30대가 넘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마라’는 경구도 존재한다. 삼국지가 인간 세계의 권모술수와 인생의 모든 것이 농축돼 있는 명저임을 일깨우는 금언이다. 삼국지에 비견되는 격언이 따라다니는 책이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을 천 번 읽으면 신과 통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성공한 기업가 중에는 실제로 ‘손자병법’을 천 번 이상 읽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과거 행적 때문에 낙마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장관 후보자 김병관 예비역 4성장군의 프로필에서 ‘손자병법을 3백번 읽은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8)--<한비자> 한비 10여 년 전 화제를 모았던 KBS 역사드라마 ‘제국의 아침’에는 고려 광종이 즉위 직후 신료 유신성으로부터 중국 고전 ‘한비자’(韓非子)를 전해 받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개혁군주인 광종은 ‘제왕학의 성전’으로 불리는 ‘한비자’를 읽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 글이야.” 그는 고려 건국 초기 중앙집권체제와 왕권 강화를 위해 과단성 있는 개혁정책을 펼친다. ‘제국의 아침’이 방영될 무렵 때마침 16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선자는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으로부터 ‘한비자’의 한 대목을 유념하라는 충언을 듣는다. “한비자에는 군주가 인사권을 남에게 이양하면 안 되며, 끝까지 인사비밀을 지켜야 신하들이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노 대통령..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7)--<무엇을 할 것인가?> 니콜라이 레닌 19세기 중반 차르 체제의 러시아는 수많은 사회적 모순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이 때 한 편의 연애소설이 젊은이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다.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는 로맨스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자유와 혁명을 읊조리고 있었다. 사회적 반향은 실로 엄청났다. 시대와 삶에 질문을 던지던 청년들은 안정된 집을 박차고 나와 소설 등장인물들의 행동 방식을 모방했다. 이 소설은 젊은 지식인들에게 사랑과 혁명, 진보와 인간애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대위의 딸’,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와 더불어 러시아 혁명 문학사의 걸작으로 꼽힌다. 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인민주의 혁명가 체르니셰프스키는 이 소설도 옥중에서 탈고했다. 혁명을 꿈꾸던 청..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6)--<나의 투쟁> 아돌프 히틀러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중심인물인 독일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이 명언만큼 아우슈비츠(폴란드 지명 오시비엥침) 수용소의 참극을 잘 웅변하는 말도 찾기 어렵다. 일부 문학인이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비약시킨 이 말(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연상한 의도적인 오역이라는 견해도 있다)은,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떠올려보면 더 이상 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懷疑)와 비탄의 동의어다. 한 신학자는 아도르노의 말을 비틀어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신학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돌프 히틀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아우슈비츠다. 히틀러가 이끈 나치 독일은 이곳에서 250만..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5)--<국가론> 플라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총평하는 말도 없다. “모든 서양철학의 전통은 플라톤에 대한 각주에 불과하다.” 저명한 영국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명언이다. 미국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이 내놓은 단평의 무게도 이에 못지않다. “철학은 플라톤이고, 플라톤은 철학이다.” 서양 사상에 미친 플라톤의 영향은 그만큼 지대하다. 플라톤은 기원전 4~5세기에 살았으면서도 30편이 넘는 저작을 남긴, 보기 드문 인물이다. 그가 직접 쓴 것으로 확인된 것만 25편에 이른다. 그의 수많은 저술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건 단연 ‘국가론’(원제 Politiea)이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론과 정의관이 담겨 있는 정수(精髓)다. ‘국가론’은 형이상학, 정치학, 심리학, 윤리학, 예술에 이르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