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여행을 하다 허름한 호텔에 묵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도 빈 방이 없어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했다. 밤이 깊어졌으나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다른 침대의 길손도 잠이 오지 않는지 잠자리에서 일어나 슬며시 밖으로 나갔다. 그 손님이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 신사는 얼른 일어나 여비가 든 지갑과 귀중품이 든 가방을 들고 물품보관소를 찾아갔다. 잠든 사이에 옆 침대 손님이 자기 귀중품을 훔쳐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게다. 그 때 호텔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같은 방에 계신 다른 분도 조금 전 귀중품을 맡기고 가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의심이 이럴진대 70여 년 동안 적대관계로 지낸 사이라면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북한과 미국이 사상 첫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까지 확정하고도 취소 소동을 벌인 것은 극도의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다. 회담 취소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대로 다음달 12일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을 숨기기 어렵다.

                                                                                   


 “그럼 그렇지, 그 버릇 어딜 가겠어.”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맥스선더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빌미삼아 돌연 무기연기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를 둘러싸고 막판까지 남측 기자들의 애를 태우는 일이 벌어지자 보수진영에서 터져 나온 일성이었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전문가를 초청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아 신의가 반감됐다. 일련의 돌출 행동은 북한이 올 들어 남북관계에서 지난날과 달리 신의와 성실을 바탕으로 임해 남측 여론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신뢰를 쌓아가던 참에 나온 것이어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지난 주말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다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상호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 다행스럽다. 6월 1일 남북고위급 회담 재개에 이어 군사당국자회담, 적십자회담을 잇달아 열어 ‘4·27 판문점 선언’을 실천하면서 생채기를 치유하는 과제가 중요해졌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부상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도 북한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했다.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상대방을 막말로 비난하는 사례는 북한의 등록상표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실무접촉을 약속해 놓고 북한 측이 나타나지 않은데다 연락조차 끊은 것도 신뢰 궤도이탈이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되치기 협상 기술에 말려드는 명분을 제공하고 말았다. 트럼프가 북한의 주특기인 벼랑끝 전술로 회담의 주도권을 빼앗아 온 것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 부각이었다.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하려 했던 북한의 신의·성실 훼손은 짧은 기간이나마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자충수나 다름없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트럼프의 현란한 협상 기술도 한판승을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신뢰성에 의문을 남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동맹국인 한국에게 엄청난 무례를 범했다. 자신의 초청으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뒤통수를 친 것은 협상의 기술을 감안하더라도 신뢰를 잃는 처신이었다. 앞으로 다른 동맹국들도 트럼프의 말을 끝까지 믿어야할지 섣불리 단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5·26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도 만만찮음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지만, 미국이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걱정이 그것이다.


 한번 믿음을 잃으면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법이다. 스위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헨리 프레데릭 아미엘은 “신뢰는 유리거울 같은 것이다.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한다고 해도 높은 수준의 신뢰가 한꺼번에 구축되기는 어렵다. 북·미와 한국의 앞길에는 크고 작은 돌부리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신뢰는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에 모두 ‘근육질 지도자’가 포진하자 은근한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애송이 지도자’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던 터여서 더욱 음울했다. 일각에선, 착해 보이기만 한 문재인 대통령이 하필이면 이때 한국 지도자로 뽑혔을까 하는 불운 타령도 늘어놓았다. 문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비난하기에 급급한 보수진영이 특히 그랬다. 문 대통령이 국정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가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곁들여졌다.


 올 초부터 급반전을 이룬 한반도 정세를 복기해 보면 동전의 양면 같은 우연과 필연이 모두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해 첫날 북한 신년사가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된 데는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운명적 매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 1월1일 신년사에서 북한 대표단을 파견하고 이를 위해 남북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제안하는 징검다리가 된 게 평창 겨울올림픽이다. 체면과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 이래 오랫동안 대결 국면상태였던 남북관계의 매듭을 풀 계기를 찾는 데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은 안성맞춤이었다.


 여기에다 북한에게 우호적인 남쪽 진보정권의 존재는 플러스 알파 이상이었다. 북한이 문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재역을 맡길 수 있었던 것은 신뢰감이 바탕에 깔린 덕분이다. 이는 남북한 양측에 행운의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올림픽이 있더라도 강경노선을 선호하는 보수정권이 남한에 존재했다면 북한이 스스로 약점을 보이면서까지 속내를 터놓기 껄끄러웠을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존재도 지금까지만 보면 행운을 낳고 있는 듯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여겨진 트럼프 대통령은 알고 보면 평소에도 통 큰 협상의 주인공이었다. 강대국의 명분이나 자존심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트럼프여서 김정은을 일단 믿어보자고 나선 것일 게다.

 

  국무장관 시절 ‘전략적 인내’에 익숙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다면 진보정권임에도 이처럼 과감하고 전광석화 같은 거래를 할 수 있었을까 싶다. 북한에 늘 속아왔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정부라면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천천히 건너려 했을 개연성이 높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지금도 ‘신뢰하되 검증하라’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보다 ‘불신하고 검증하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냉전 시절 화해와 긴장 완화는 미국의 보수적인 공화당 정부 때 주로 나왔다. 1971년 키신저-저우언라이 비밀 회담으로 미·중 화해를 이끌어낸 것은 역설적이게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였다. 1989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과의 몰타 정상회담에서 냉전종식을 선언한 것도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아버지)이었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역사적인 담판을 눈앞에 둔 트럼프와 김정은은 이제 ‘신뢰’라는 단어만 명심하면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지도자로 기록될 것이다. 70여 년이란 긴 세월동안 불신 속에서 대결해왔기에 티끌만한 오해의 소지도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잖아도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한 것도 불신이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오는 23~25일 폭파 방식으로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신뢰를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긍정적인 조짐으로 평가할만하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합의 후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핵시설을 언제, 어디든 사찰하도록 하는 검증방식을 수용하면 의심의 여지는 현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과 실천과정에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오랫동안 줄기차게 요구하고, 미국이 기피해온 현안이다.


 남북한이 함께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필연은 우연을 매개로 삼으며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역사학자 E. H. 카가 우연을 매개로 필연이 관철된다고 했듯이 말이다. 평화와 통일을 향한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의 동방정책과 시민의 열망이 쌓여 우연 같은 필연을 낳았던 것처럼 남북한과 미국은 역사적 행운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평화를 위한 신념과 운명도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끊이지 않는 재벌가 갑질 행태를 보면 조선시대 양반가의 승경도(陞卿圖) 놀이가 불현듯 떠오른다. 당시 양반들은 승경도 놀이로 자녀들에게 복잡하기 그지없는 벼슬자리 체계를 흥미롭고 손쉽게 가르쳤다. 승경도 놀이는 종9품 말단에서 정1품 영의정까지 관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보드게임의 일종이다. 관직 쟁탈전을 벌여 누가 먼저 높은 자리에 올라가나를 겨루는 놀이인 셈이다.

 

  종경도(從卿圖), 종정도(從政圖)라고도 불리는 승경도는 ‘벼슬살이를 하는 도표’라는 뜻이다. 커다란 도표에 벼슬 이름을 쓰고, 윷가락 같은 ‘윤목’(輪木)을 굴려 나온 수만큼 말을 이동하다 영의정을 거쳐 마지막 벼슬인 ‘봉조하’(奉朝賀·은퇴한 고위 관리에게 특별히 내린 벼슬)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긴다.


 윷놀이가 서민의 오락이라면, 승경도 놀이는 양반의 게임이었다. 승경도는 태조 이성계를 도운 개국공신 하륜(河崙)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고려왕조와 다르게 관제를 복잡하게 개편하면서 관직을 쉽게 알리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 사찰에서 스님들이 성불도(成佛圖)라는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창안했다고 한다. 하륜의 취지야 나쁘지 않았겠지만, 소수 지배계층을 위한 입신양명의 놀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책임감과 도덕적 의무를 가르치기보다 고관대작의 길을 자연스레 배우는 결과를 낳았다.

                                                                               


 중앙과 지방을 합해 3800명을 넘지 않은 조선시대의 관리들은 300여 종의 관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양반 자녀들은 일곱 살 때부터 승경도 놀이를 하면서 서민들과 현격히 차별화된 삶을 꿈꿨다. 승경도 놀이를 잘하는 사람이 실제 학문적 성취보다 높게 평가받는 폐단까지 있었다고 한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청백리는 많아야 218명, 적게는 87명에 불과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청백리 칭호를 받은 관리는 뇌물을 안 받은 사람이 아니라 이미 받을 만큼 받아 뇌물에 관심이 없어질 정도의 고위관리가 많다는 학설도 있다. 오죽했으면 청백리 되는 일이 3대가 영의정을 역임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있을까.


 재벌기업 총수들의 자녀 교육은 양반 가문의 승경도 놀이 차원을 넘어선다. 입사 3~4년 만에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되고, 단기 속성 과외로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능력 검증이 되지 않은 자녀를 무리하게 승진시키는 사례도 예삿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의 위험도를 키운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도 오래다. 대한항공·한진그룹 삼남매와 이들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행태에서 속속 드러나는 재벌가의 횡포와 특권 의식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다.

                                                                                       


 몇 년 전부터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들은 대개 재벌 3세들이다. 이들은 정상적인 입사와 승진 절차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국내 주요 15개 그룹 28명의 재벌 3세들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1세에 임원이 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입사부터 임원 선임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3년에 불과하다. 이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수단도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을 통해서다. 교육과정도 일반인들과 달라 외국 유학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 경제 전반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된 적이 있다. 션 마틴 보스턴대 경영학 교수 등 3명의 연구자는 이 논문에서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기도취성이 강한 어른으로 자라 조직을 이끄는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자식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강하고 충동적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반집 도련님이나 규수처럼 자라 특권의식만 가득한 재벌 3세들이 갑질 횡포로 구설에 오르는 것도 이런 탓이다.


 총수 일가의 자녀라고 무조건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권을 승계 받는 관행은 청산돼야할 적폐의 하나다. 외국 유수 기업들처럼 재벌 자녀들이 소유권을 물려받는 대신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일정기간 체계적인 경영 능력을 검증받아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대주주의 독점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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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신호등이라도 다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일본 영화감독이자 배우·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가 일본인들의 집단 심리를 저격한 명언이다. 개개인은 교통질서를 칼같이 지키고 공중도덕의식이 드높은 일본인들이지만, 집단광기가 발휘되면 거칠 게 없다는 걸 풍자한 촌철살인의 비유다.


 이 말은 사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돌려줘야 제격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기네 이익이라면 집단으로 욕을 먹더라도 우선 챙기고 보는 관행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때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철석 같이 약속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 게 우리네 국회의원들이다. 혼자 욕먹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 전체가 지탄을 받는 것은 단체기합처럼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의 기밀이 지켜져야 한다고 고집하는 까닭은 유권자를 우롱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 두사람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으로 감옥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 국익을 해치고 행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이 위축된다는 상고이유가 담긴 의견서를 국회 사무처가 대법원에 제출했다는 소식이 어제(8일)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국회는 참여연대가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지만, 이에 불복했다. 이 소송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과거 특활비 유용 의혹을 고백한 것이 계기가 됐다. 홍 대표는 2015년 페이스북에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했는데 매달 4000만~5000만원을 국회 대책비로 받아쓰다가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고 했다’는 글을 올리며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은 특활비를 자녀 유학비에 보탰다고 실토해 책망을 받았다.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할 경우 국회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노출돼 궁극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국회의 주장은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다. 특수활동비 수령인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여서 국민의 알 권리보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세금을 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장난치지 마라’, ‘적폐세력은 국회다’ 같은 댓글 수천 건이 삽시간에 올라온 게 이를 방증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특수활동비처럼 쓰이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유리알처럼 공개하는 추세다. 업무추진비도 기관장들의 ‘쌈짓돈’이라 불리며 세금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지탄 받아왔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이미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국회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국회는 5년간 이와 관련한 소송비용으로만 3000만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다.
                                                                       

 국회의 특활비 기밀주의는 개혁에 뒤처진 인상을 주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혁신안과도 배치된다.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하순 활동을 마감하면서 발표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혁신안’에 국회 특수활동비 정보 공개를 넘어 아예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바른미래당도 지난달 국회 특별활동비 폐지법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국회는 올해 예산에서 모든 국가기관을 통틀어 특수활동비를 가장 큰 폭으로 줄였다고 자랑했지만, ‘꼼수’임이 드러나 힐난을 자초한 전력까지 있다. 국회가 올 예산을 짜면서 실제로는 특활비를 특정업무경비 같은 다른 항목으로 빼돌려놓은 것으로 들통 났다. 국회가 내역을 밝히지 않는 ‘깜깜이’ 업무추진비만도 100억 원에 가깝다고 한다. 행정부의 예산 낭비와 비밀주의를 질타하고 견제하는 국회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납득할 수 없다.

 국회의 이 같은 모습은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가 없는 탓도 크다. 정부 부처나 다른 행정기관이 상급기관의 정기적 감사에다 감사원 감사까지 받는 것과 달리 국회는 사실상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진국 국회는 스스로 투명성을 견지한다.

 

   의회민주주의 선진국인 영국은 의회 회계와 관련한 독립된 감시기구를 만들었다. 한국도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예산 투명성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여론이 점차 힘을 얻어간다. 국가 예산·결산 전체를 좌우하는 국회이기에 세금을 더욱 투명하게 사용해하는 무거운 책무가 뒤따른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들곤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닳을 정도로 이 책을 여러 번 읽었고, 해외순방이나 휴가를 갈 때도 빼놓지 않았다고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참모들이 애써 알렸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돈 문제로 엄청나게 시달리자, 전 재산 기부를 공약한 뒤 ‘청계재단’을 설립할 무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길상사 빈소를 찾아가 조문할 정도였다.


 그는 돈 욕심이 없다는 걸 기회 있을 때마다 극구 부각하려 했다. 아킬레스 건처럼 여긴 탓이다. 그는 선거 때 말썽 많았던 ‘BBK’와 ‘다스’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지금도 우긴다. 이 전 대통령이 한 측근의 입을 빌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황당한 해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이라곤 29만원 밖에 없다’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했던 희언(戱言)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이 전 대통령의 재산 실상은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1천억 원대의 차명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이 사실상 입증되고 있다. 사회기부형태로 세웠다는 청계재단마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운영해 변칙상속 수법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스님에게서까지 받은 뇌물은 11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소한의 명예를 지켜야할 대통령의 돈 집착은 서민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그것도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형·아들·부인·사위·조카에 이르는 ‘가족 게이트’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극은 돈과 권력을 동시에 잡으려 한 것이다. 돈이 일종의 신앙, 돈의 노예가 돼 있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정치인에게 돈은 필요악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까지 그토록 돈의 노예가 될 까닭이 있을까 하고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한다. 법정 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다.


 2007년 대선 후보자로 등록하면서 프로필에 적은 이명박의 가훈은 ‘정직’이었다. 어머니의 평소 가르침이 ‘정직하게 살아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겨뤘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도덕성에 문제가 없음을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나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장 시절에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했을 만큼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였으니 거짓말은 털끝만큼도 없을 법했다. 많은 국민은 믿지 않았겠지만. 그는 재임 시절인 2011년 9월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흑점도 찍으면 안 된다”고 가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사기극이었음이 끝내 파헤쳐졌다. 국민을 속여 대통령에 당선됐고, 그 거짓을 바탕으로 비리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증거물은 조작이고, 측들의 검찰 진술은 허위라고 버텼다. 자신의 대선 홍보물에 ‘전과경력 없음’으로 기재했던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엔 ‘전과 11범’이란 사실도 이번 검찰 수사 결과 처음으로 확인됐다.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네 차례의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리했던 검찰과 특검이 이번처럼 제대로 수사를 했더라면 이 전 대통령은 당선조차 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은 법의 심판 과정이기 전에 절제를 모르는 권력의 탐욕에 대한 엄중한 경종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사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소와 더불어 ‘제왕적 권력바로세우기’의 본보기다. 최고 권력자의 국민 기만과 권력 남용의 재발방지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정치보복을 하고 싶어도 이 정도의 죄상이 아니라면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지경이 됐을까 하는 반문도 가능하다. 심증은 넘쳤으나, 그동안 ‘스모킹 건’(결정적 물증)만 확보하지 못했던 적폐였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게다. 철저히 속여온 핵심 사건인 ‘BBK’와 ‘다스’는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상존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사화(士禍)까지 들먹이며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견강부회는 정치적 언사에 불과하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함께 감옥에 보내는 게 세계인들에게 마냥 부끄러운 일일까.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북한 핵문제는 시지프스의 바위,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신화와 전설에 곧잘 비유할 만큼 지난하다. 남북한과 미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바윗돌 굴려 올리기 형벌처럼 소득 없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해왔다. 워낙 복잡하고 정교하게 묶여 도무지 풀 수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기도 하다. 온갖 형태와 방법의 협상이 진행돼 왔지만, 위기-파국-반전-합의-위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북핵 난제는 마냥 미봉상태로 갈 때까지 가보는 듯했다.


 그러던 북핵 문제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한반도 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대반전을 맞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북핵 선제타격설이 사그라지지 않아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던 걸 보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상황변화다. 지켜보는 이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당사자들도 파격적인 전개에 현실을 믿어야할지 내심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서슴없이 ‘외교적 사변’을 입에 올리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고르디우스 매듭 자르기 전설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과 수락을 단숨에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빚어내는 통 큰 협상 스타일이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낼 개연성도 엿보인다.

                                                                                   


 남북한과 미국의 전례 없는 삼각 ‘톱-다운 외교’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마저 느껴진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날 ‘아래로부터의 협상’을 거치는 방식 대신 특사를 활용한 속도 외교전을 택했다. 과거의 지루한 샅바싸움이 생략됐다.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도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 북한은 벼랑끝 전술과 함께, 쓸데없고 가치 없어 보이는 것조차 쪼개고 또 쪼개 자신들의 이익으로 만드는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살라미 외교전술의 귀재로 불린다.  

 연초부터 보여주고 있는 김정은의 과감한 외교 행보는 파격과 실용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것이 장기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든, 미국의 경제제재 압박과 선제타격 위협 때문이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감지된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지금까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는 자신들의 계획표를 짜 놓고 평화협정 체결과 체제유지 보장 전략을 펼쳐 나가는 듯하다.

 

   북한 스스로 이제 충분한 협상 카드를 축적해 놓았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공포감이 동시에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한국 특사를 통해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미국 측에 의중을 드러내 보였다. 비핵화의 청사진(로드맵)은 결국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 장치와 맞바꾸기다.
                                                                                         

 

 북미 최고지도자의 뜻이 확고하다면 현안의 일괄협상과 일괄타결 방식도 가능하다. 관건은 어떤 경우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핵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 국교정상화를 일괄 합의하고, 그 이행과정을 6자회담에서 점검해가는 방식을 채택하면 최선에 가깝다. 이는 단계별 이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합의가 번복되었던 지금까지의 해법을 극복할 대안의 하나다. 상황을 직접 주도하면서 결단을 내리는 두 지도자의 공통점에 비춰보면 진전이 의외로 빨라질 개연성도 있다.


 일괄 타결에 성공하더라도 비핵화 검증 과정에 지뢰밭이 깔려 있다는 견해를 무시할 수 없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과정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동안 북한의 기만전술에 놀아났다고 여기는 이들은 신기루 같은 약속에 대북제재만 완화해줄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다고 북핵 문제가 바로 해결되겠나 하는 불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북미 모두 벼랑끝 대치를 청산해야할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북한에게는 의표 찌르기, 의중 떠보기 같은 변화무쌍한 협상기술을 자랑하기보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이뤄내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저우언라이 총리가 신조로 삼았던 ‘대관세찰’(大觀細察·큰 시야를 갖되 자세히 살펴본다)의 지혜는 남북한과 미국 지도자 모두가 이 시점에 명심해야 할 말이다. ‘햇볕이 났을 때 건초를 말려라’하는 서양의 속담과 함께.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 올림픽 3연패의 신화를 쓴 장거리 황제스벤 크라머(32·네덜란드)도 아니었다. 유일한 대회 3관왕 바이애슬론 황제마르탱 푸르카드(30·프랑스)도 아니었다. 역대 최연소(17) 여자 금메달리스트인 재미교포 천재 스노보더클로이 킴도 물론 아니었다.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러시아의 피겨여왕알리나 자기토바는 더욱 아니었다.

 

 전 세계 언론이 꼽은 평창올림픽의 최고 스타는 대한민국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 여자 컬링 대표 갈릭 걸스’(마늘소녀들)였다. ‘갈릭 걸스는 주전선수 4명이 모두 마늘 명산지인 경북 의성 출신이어서 외국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다. ‘갈릭 걸스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쳤으나 대회 내내 인기몰이를 하며 세계 언론들이 하나같이 엄지척한 선수들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K팝 스타에 맞먹는 인기를 얻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노로 바이러스를 피했는데 컬링 병에 걸렸다는 기발한 기사 제목이 인기 척도를 가늠하게 한다. 뉴욕 타임스 같은 언론사들은 의성 현장에 취재기자를 파견해 장문의 기사를 송고할 정도였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패러디 영상 올리기 경쟁 현상을 낳았다. 컬링의 스톤과 비슷한 로봇 청소기나 빗자루와 흡사한 대걸레가 등장하는 국민 ’(meme)까지 탄생했다.

 

 갈릭 걸스가 평창올림픽의 상징처럼 떠오른 건 단순히 기적을 일으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감동적일만큼 스토리텔링 요소가 무궁무진해서다. 평창올림픽이 열리기 전에는 국내에서 컬링이란 종목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비인기 종목 정도가 아니라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게 4년 전 소치 올림픽 때였으니 더 말할 게 없다.

 

 팀원 가운데 2명은 친자매이고, 후보인 김초희 선수만 제외하고 모든 팀원이 의성여고에서 공부한 고향 친구들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한국 컬링 저변이 어떤지 상상하고 남을 게다. 이들은 작은 시골마을 체육교사가 눈물겨운 노력 끝에 키워낸 보배다. 20년 전 김경두 교사가 캐나다에서 컬링 스톤 중고 세트를 처음 가져왔을 당시 이 돌멩이들을 어디에 쓰려고 가져왔는지 따지는 세관원들에게 몇 주에 걸쳐서 설명을 해야 했다는 일화를 들으면 쓴웃음이 나온다.

 

 여자 컬링 대표가 위대한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온갖 설움을 겪으면서 불모지를 개척해 새로운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취는 온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팀 코리아가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을 수확한 일보다 빙상 종목 편중에서 벗어나 썰매와 설상 종목, 컬링 등에서도 세계 정상권에 올라 균형 잡힌 겨울스포츠 강국이 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썰매 입문 5년여 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스켈레톤의 윤성빈.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내 올림픽 도전 58년 만에 한국 스키의 첫 메달을 안긴 배추 보이이상호. ‘세계랭킹 50봅슬레이 4인승 선수로 은메달을 딴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 이들도 컬링 대표 못지않은 평창 올림픽의 영웅들이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으며, 모든 스포츠는 인기 있는 종목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선물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7번이나 수술대에 올랐지만 끝내 극복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쇼트트랙 임효준. 예상치 못한 스피드 스케이팅 1500m 동메달리스트 김민석.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이승훈. 3연속 올림픽 메달을 일궈낸 이상화.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이들도 빼놓을 수없는 팀 코리아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역대 최고라는 빙질 평가, 무장군인이나 총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편안하면서도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안전한 올림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외곽 지원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올림픽’ ‘흑자 올림픽’ ‘친환경 올림픽’ ‘문화올림픽’ ‘평화올림픽을 달성한 조직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아낄 까닭이 없다.

 

   해외언론이 흠잡을 것 없는 게 흠이라고 호평한 것만 봐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초기의 사소한 시행착오 외에 옥에 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범 올림픽으로 기억될 평창의 드라마는 세계인의 상찬 속에 막을 내렸다. 이제 스포츠를 이용하려는 정치꾼들의 못난 언행과 각 종목 스포츠협회의 적폐만 제거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태극기가 실종되길 바랐던 극우보수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에겐 여간 실망스러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말이다. 그들의 시비와 선동은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 된 평창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만 펄럭일 것이라는 그들의 비아냥거림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막식장 곳곳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다양한 공연 장면에서도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등장했다. 첫 번째 장면부터 대한민국을 형상화한 태극 문양이 개최국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곧이어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금자탑을 세운 전설의 스타 8명이 보무당당하게 들고 입장한 대형 태극기가 장관을 연출했다. 전통의장대가 이를 이어받고, 애국가 제창과 더불어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절정에 다다랐다.

                                                                      

 

  이번 올림픽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걸 전 세계인에게 알려주는 상징이었다. 그 순간 가장 착잡하고 부러운 마음을 금치 못했을 사람들은 귀빈석의 북한 공식 서열 1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과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친동생인 김여정 중앙위원회제1부부장, 북한 선수단이 아니었을까.


 보수진영의 희망 섞인 걱정이 무색하게 태극기는 선수단 입장 때와 관람석에서도 넘쳐났다. 분단 경험을 나눈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 선수들이 자국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들며 입장해 가슴을 더욱 뜨겁게 했다. 이 같은 태극기의 물결 속에 남북 선수단이 마지막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장면은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더해줬다.

                             

  한국의 보수진영 외에 전 세계의 어느 누구도 남북 단일팀과 한반도기 입장이 한국의 자존심을 꺾어놓았다고 폄훼하지 않았다. 운 좋게 개막식에 참석한 한 보수정치인조차 ‘준비는 최고였고, 내 나라가 자랑스러웠다’고 감격스러워했을 정도다.

                                                                                              

 


 이쯤 되면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를 사용해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 됐다고 종북 딱지붙이기에 여념이 없던 그들은 지금쯤 머쓱해져 있어야 정상이다. 주최국의 국가를 부를 수 없고, 자국 국기도 들 수 없다면 이런 망신이 어디 있으며 세계인이 비웃고 국민들이 분노할 것이라던 그들의 속이 쓰릴 게다. 그들은 스스로 불을 질러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왜 불을 끄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것과 똑같은 언행을 줄곧 보여 왔다.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막 전날인 8일 “우리가 힘들여 유치한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아예 북의 지도부를 초청해 연방제 통일을 하자고 할 것인가”라며 비꼬았다.

 

  그런 한국당을 앞장서 이끄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일부 언론은 ‘주최국의 상징을 지웠다’ ‘죽 쒀서 개 주네. 이러려고 3수까지 해가며 올림픽 유치했나.’ ‘아예 북한 대변인으로 나선 건가’ 같은 온갖 빈정거리는 표현을 동원했다. 심지어 ‘북한에 올림픽 조공을 바친 문재인 정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들은 북한 공연단, 선수단, 고위대표단의 방문 현장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미주알고주알 부정적 보도로 일관해 갈등을 부추겨왔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 예술단 방남 공연 등을 둘러싼 정쟁이 평창올림픽 뉴스를 장악하면서 개막 시점에 벌써 올림픽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는 비난도 퍼부었다.

 그들은 1991년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이후 2007년 겨울아시안게임까지 남북한이 동시 입장할 때마다 남북한 단일팀의 단기로 한반도기가 사용돼왔음에도 새삼 시빗거리로 삼았다. 2년이나 남은 일본 도쿄올림픽 열기만도 못하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는 왜곡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을 둘러싼 색깔론 공세가 도를 넘었다. 북한 응원단의 김일성 가면 응원 주장은 어이없는 꼬투리잡기와 남남갈등 부추기기 술수에 불과하다. 북한을 공부하는 아마추어 학생들도 북한에서 김일성 초상을 얼마나 신성시하는지 상식으로 안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제발 방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역사, 문화, 전통에다 첨단 미래의 청사진까지 담은 감동적인 개막식을 보고선 깜짝 놀랄 만큼 가슴이 뭉클했다는 국민이 다수다. 나라를 망친 과거 지도자를 아직도 하늘처럼 떠받드는 ‘태극기집회’보다 몇 십 배 더 감격스러운 평창의 태극기는 멀쩡하게,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다. 일촉즉발이던 남북관계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문재인 대통령 평양 초청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양상을 우리 모두가 평정심을 되찾아 주시해야 한다.


Posted by 김학순

 

 ‘박근혜 정부에서는 물에 빠져 죽고, 문재인 정부선 불에 타서 죽고...’ ‘박근혜는 물로 망하고, 문재인은 불로 망할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터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의 섞인 메시지까지 유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달여 사이에 수십 명이 애꿎은 목숨을 잃었으니 참담하고 애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는 건 이해하고 남는다.


 세종병원 화재사건에서는 정치인 지도자들의 ‘네 탓 공방’이 어느 때보다 꼴불견으로 떠올랐다. 내 탓이나 예방책 제시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에만 함몰된 정치인들이 도드라진다.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감정을 촉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큰 사과를 하고 청와대 내각이 총사퇴를 해야 한다.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야당 정치인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 가운데 하나지만, 본질을 벗어난 김정적 발언은 반발과 역효과를 낳기 쉽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부여당에 네 탓만 했을 뿐 거짓말로 자기 책임을 부인한 일은 신뢰를 떨어뜨릴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 대표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에도 “제가 (경남) 지사를 하는 4년4개월 동안 경남에서 건물이나 사람이나 불난 일이 한 번도 없다”라고 발뺌해 언론의 사실확인 대상이 됐다. 이번에도 자제하기는커녕 또 다른 거짓말을 지어내 비판을 자초했다. “(경남 지사 때) 화재가 있었지만 사망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그렇지만 소방청의 전국 화재 현황통계 확인 결과, 외려 경남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화재 피해가 났다. 그가 지사에서 물러나기 전 1년 동안 경남지역에서는 총 3820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건수다. 이 기간 경남지역의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104건이며, 30명이 숨지고 74명이 다쳤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격에 나선 것도 옳지 않다. 추미애 대표는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면 이 직전의 이곳의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한번 봐야겠다”고 홍 대표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표창원 의원은 “한나라당과 국토교통부의 (6층 이상 건물의 불연재사용 의무화 법안)반대로 화재 참사가 커졌다”고 과거 탓을 키웠다. ‘야권 책임론’을 들고 나온 건 잇단 대형 사고로 확산하는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줄여보려는 고육책이지만, 남탓하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나마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정답에 가까운 해법을 제시했다. “이번 참사를 정치적 싸움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국회와 대통령, 행정부가 힘을 합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6층짜리 의료시설인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큰 재난 사고가 터지면 일회성 대책으로 부족한 부분만 보완하는 대증요법이 대부분이었다. 


 낚싯배와 유조선 충돌,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타워크레인 전복, 포항제철소 질소가스 누출 사고처럼 장소만 다를 뿐 대형사고가 빈발하는 현상을 이대로 두고 보면 안 된다. 사고가 나면 호들갑을 떨다 흐지부지되는 일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정부는 모든 안전 시스템을 송두리째 재점검한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처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이고 실천 가능한 매뉴얼을 완벽에 가깝게 만드는 작업도 검토해 볼만하다. 이번 사고에서도 보듯이 정부의 노력만으로 대형재난 예방은 불가능하다. 안전 점검은 빈틈없이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처벌하는 관행을 세워야 한다.

 

  경찰과 소방대원을 비롯한 안전 인력 확충과 열악한 환경 개선 노력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시민의식이 변해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정권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에 깔려 있는 안전 불감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참사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을 통칭하는 ‘4대 권력기관’이란 용어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고유명사나 다름없다. 네 기관은 개인이나 조직을 수사·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다는 공통점 때문에 늘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국정원은 정권의 눈과 귀다. 검찰과 경찰은 정권의 손발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경제 검찰’이라 불린다.


 정권이 바뀌면 4대 권력기관장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대 권력기관이 ‘정권의 시녀’로 불려온 이유도 흡사하다. 그 비중만큼이나 인사 때마다 최고 권력자와의 지연·학연 같은 달갑잖은 논담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개혁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청와대가 어제(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큰 틀에서 바른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를 할만하다. 핵심은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와 경찰 수사권 부여, 검찰 권한 축소와 분산이다. 개혁 방향은 새로운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법무부와 국정원 등이 이미 발표한 내용의 종합판이다. 국세청 개혁은 오래 전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실천만 담보하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해 대북·해외정보 업무에 전념토록 하는 것은 지난 정권에서 국내정치에 개입한 부작용이 엄청나서다. 국정원은 간첩을 조작해 인권을 유린하고, 국민을 불법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불법선거운동과 정치개입도 일삼았던 과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같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대공수사 업무는 경찰에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담당하게 하는 문제가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 간첩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겠느냐며 반대해 왔다. 개혁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한국당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 대공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정원을 해체하자는 것으로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빌미로 저지른 폐악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한국당은 한술 더 떠 “경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안 된 상황에서 대공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경찰공화국이 될 우려가 있다”며 경찰의 권력 집중을 또 다른 반대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자치경찰제 도입과 더불어 경찰의 기본기능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해 권한 분산 방안이 추진된다. 이 경우 갑자기 커지는 경찰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보다 촘촘한 보완이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은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중립적 입장에서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기 위한 핵심과제다. 기소 독점주의 폐지는 상징적인 조치다. 한국당이 반대하는 공수처 신설은 국민의 80퍼센트 가량이 찬성한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된다고 반발하지만, 국민의당 제안처럼 인사추천권을 제도적으로 야당에게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만하다.

 

  검찰 출신 한국당 의원들이 반대에 앞장서는 것은 검찰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게다가 공수처 신설이 수사 대상인 국회의원들에게도 불리하다는 이기적 계산이 깔렸음직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세계에 공수처 있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기구로 공수처 신설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반대 이유가 순수하지 않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배반이나 마찬가지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인 이들 권력기관에 대한 상호 견제와 권력남용 통제는 개혁의 고갱이가 돼야 한다. 적폐청산 작업의 하나로 권력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것이 요긴하다. 보수진영 대통령의 우상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권력 집중은 언제나 자유의 적”이라며 늘 경계했다. 착한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15일부터 본격화할 국회 사법개혁위원회의 권력기관 개혁 논의는 여야 간의 주고받기식 타협이 아니라 개혁 방향의 정합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입법이 필수인 권력기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