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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G8국가’가 먼저 해야 할 일 한국만큼 등수나 서열에 민감한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인이 지위 순위를 중시하는 문화·정서적 경향이 강하다는 점은 국내 사회학자들도 인정한다. 외국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인들이 학생 시절 시험점수와 등수로 평가되고 사회생활에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미친 듯하다’고 표현한 외국인이 있을 정도다. 연봉 재산 수능점수처럼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는 것에는 한결 예민하다. 한국의 비교의식은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 단위로도 유난스럽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세계 7대 우주강국, 세계 6위 군사력 같은 경성권력(하드파워)을 더없이 자랑스럽게 여긴다. 여름올림픽 겨울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3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개최한 일곱번째 나라여서 뿌듯하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더보기
편리함 과잉시대 우리 동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이 잦기로 악명이 높다. 사흘이 멀다고 멈춰서곤 한다. 지난해에는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고장이 날 때마다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엘리베이터)로 몰린다. 걸어서 올라가는 이들은 극소수다. 편리함에 익숙해지자 점점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고층건물에서 단 한층을 오르내릴 때도 사람들은 계단을 외면한다. 5분을 넘게 기다려서라도 승강기를 타고 만다. 젊은이일수록 그렇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좀처럼 걷는 법이 없다. 편리하다 못해 운동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고대의 우리 조상들은 사냥하느라 하루 20km 정도 걸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집안 청소는 일반 청소기로 하는 것조차 귀.. 더보기
곡선에서 배워야 할 정치의 지혜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남긴 명언은 건축·예술 철학의 정수다. 그가 만든 일곱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독보적이다. 141년째 건축중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완공 상태에서 등재될 정도로 상찬을 받는다.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성당(172.5m)으로 기록될 이 성당은 세계 최초의 ‘현수선 아치’ 초고층 건물이 된다. ‘뒤집힌 현수선’의 이 건축물은 독립적인 아치 구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띤다. ‘신의 곡선’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곡선의 마에스트로’로 일컬어지는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1928~2019)도 "자연은 각을 만들지 않으며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 외쳤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