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톺아보기-칼럼

30위권에 갇힌 국가 청렴도

김학순 2026. 8. 27. 22:10



 국가 청렴도는 선진국 평가 지표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 오래지만, 국가 청렴도는 7년째 30위권에서 맴돈다. 2025년 기준 182개국 중 31위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점수와 순위가 모두 전년도보다 한 계단 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표현한 대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으나 청렴도에서는 선진국 상위권과 격차가 크다.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현격하다. 싱가포르 3위, 홍콩 12위, 일본 18위, 대만 24위다.


 한국의 청렴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원인은 공직사회 청렴성과 공공부문 투명성이 부족한 탓이 크다. 토착 세력의 이권 개입, 정치권의 잔존 부패, 민간 부문의 뿌리 깊은 부패, 채용·입찰·인허가의 공정성 같은 구조적 문제가 함께 작용한다.


 토착 세력의 이권 개입은 지역 기반 권력, 사업 이해관계, 공공사업 결정 과정이 결합해 부정부패로 이어지는 성향이 짙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기 회사를 가족에게 맡긴 뒤 수의계약을 따내는 탈법사례가 무수하다는 게 드러났다. 민간 부문의 뿌리 깊은 부패는 기업, 협회, 전문가 집단, 지역 네트워크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청렴도 최상위국가들의 공통점은 독립성이 보장된 전담 기구, 모든 것을 공개하는 투명성, 법 앞의 평등과 높은 사회적 신뢰다. 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그렇다. 상위권 국가는 부패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기보다 부패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발견하고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촘촘하고 탄탄하다.


 반부패 수사기구가 대통령이나 총리 등 행정 수반의 지휘와 간섭을 받지 않도록 법적 독립성을 완벽히 보장한다. 이는 정치적 표적 수사 논란을 원천 차단하는 근거가 된다. 공공부문의 예산 집행과 의사결정 과정부터 투명하게 개방한다. 이렇게 하면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적 틈새가 없다. 한국처럼 권력 남용→정치적 수사→대통령 사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없다. 재판에서 패소한 이들조차 사법부의 판결을 신뢰할 만큼 공정한 법치주의가 작동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반부패 장치로 강력한 정보공개법, 언론인 보호 법 제도가 함께 작용하는 게 눈에 띈다. 언론 자유는 기자에게 자유를 주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을 공개하고 검증하게 만드는 장치 역할을 한다. 
 덴마크에서는 언론 고발과 사법 당국의 즉각적 공조 체제가 돋보인다. 부패 사건의 상당수가 사법기관이 아닌 언론의 탐사보도로 먼저 드러난다.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면 사법 당국은 정치적 고려 없이 즉각 수사에 착수하고 결과도 언론을 통해 투명하게 공표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공무원의 반부패 행위를 감시·기소할 수 있는 독립적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한다. 고위 공직자의 이메일, 영수증, 관용차 이용 내용 등 모든 공적 기록을 시민과 언론에 실시간 수준으로 투명하게 공개한다. 뉴질랜드는 중대비리조사청이 불법 정치자금, 대규모 금융 사기, 공직 부패만을 전문적으로 추적한다. 수사 대상자나 관련 기관에 금융 거래 문서 제출과 정보 제공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반부패기구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기구 간의 권한 중복과 갈등을 조정하고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수사 독립성을 완벽히 보장하는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 행위 신고를 접수하지만 직접 수사하거나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사법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는 역할에 그친다. 국무총리 산하 행정기관으로 최고 권력층이나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민감한 부패 사건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완벽히 유지하기도 어렵다. 


 공수처는 판·검사, 고위급 경찰 같은 일부 직군에 대해서만 기소권이 있고, 대통령 친인척이나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만 있다. 조직 규모와 인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대형 부패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도 못한다.


 정부가 지방 토착 비리와 국책사업 관련 부정부패를 추적하기 위한 전문 조직으로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 ‘국책사업관리관실’을 신설할 계획이라지만 한정된 기능만 할 뿐이다. 정부와 국회는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 행동강령 등 반부패 법률을 신속히 강화해야 한다.


 국가 청렴도는 경제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국가 청렴도 점수 1점이 오를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53% 증가했다. 청렴하면 나라가 더 융성한다는 사례는 북유럽은 물론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같은 국가가 잘 보여준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